(조세금융신문) 금융당국의 중징계 방침을 고수하며 두달여간 끌어왔던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에 대한 제재수위가 '경징계'로 결정됐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금융위에서 제재심의위원회를 열고 국민은행의 주 전산기 교체에서 불거진 내부통제 부실에 대해 임 회장과 이 행장에 대해 각각 경징계를 결정했다.
또 이 행장에 대해서는 도쿄지점 부실 대출에 대한 당시 리스크관리 담당 부행장으로서의 책임을 물어 경징계를 결정했다.
금감원 제재심의 징계수위는 주의, 주의적경고, 문책경고, 직무정지, 해임권고 등 5단계로 나뉜다. 문책경고 이상이 중징계로, 금감원은 앞서 KB금융그룹 경영진들에게 중징계를 하겠다고 사전통보를 했었다.
심의위원들은 자정을 넘기는 마라톤 회의 끝에 임 회장과 이 행장 모두에게 경징계에 해당하는 '주의적경고' 제재 조치를 내린 것. 이들을 제외한 87명의 임직원에 대해서도 개인 제재조치가 의결됐고, KB금융지주와 국민은행에는 각각 '기관경고' 조치가 내려졌다.
KB국민카드의 개인정보 유출과 관련된 임영록 회장의 관리 책임에 대한 제재심의위원회는 다음달 열리게 되며, 이번 경징계 결정으로 개인정보 유출 관련 제재도 경징계로 그치지 않겠는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금감원은 22일 새벽 12시57분께 "제재심 심의에서 이 같이 수정 의결했으며, 최종 제재 양정은 최수현 금감원장의 결재를 거쳐 확정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강력한 제재를 하겠다고 나섰던 금감원은 당초 취지가 무색해지면서 무리하게 제재를 추진했다는 책임을 피하기 힘들게 됐다.
당초 중징계를 사전 통보하고도 두달 이상 결정을 미뤘던 금융당국의 책임론도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또 임 회장과 이 행장 모두 경징계를 받아 ‘퇴출’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모면했지만 두 수장을 둘러싼 리더십 논란도 꾸준히 입에 오르내릴 전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KB금융은 그동안 최고 경영자들의 제재가 지연되면서 심각한 경영 공백에 시달렸다”며 “경징계 결정으로 집안 싸움을 벌인 당사자들이 나란히 자리를 유지하게 되면서 당분간 KB 금융의 내부 마찰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 행장 모두 경징계를 받았다고 하더라도 노조가 자진퇴진을 요구하며 지난달 11일부터 두 사람에 대한 출근저지 투쟁을 전개하는 등 리더십이 큰 타격을 입어 당분간 사태수습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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