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김성욱 기자) 국내 유력 의결권 자문기관인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현대모비스의 분할·합병안에 반대 의견을 권고하면서 ‘캐스팅 보트’를 쥔 국민연금공단의 결정이 더욱 중요하게 됐다.
국민연금이 기업지배구조원의 권고를 받아들여 오는 29일 열리는 현대모비스 주주총회에서 합병안에 반대하면 현대자동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은 무산될 가능성이 크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기업지배구조원은 전날 국민연금을 비롯해 의결권 자문 계약을 맺은 자산운용사들에 현대모비스 분할·합병안에 반대표를 던질 것을 권고했다.
앞서 입장을 밝힌 국내 서스틴베스트와 대신지배구조연구소, 세계 양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와 글래스루이스에 이어 국내외 주요 의결권 자문기관이 모두 반대 의견을 내놓았다.
기업지배구조원의 반대 사유는 구체적으로 공개되지 않았으나 다른 자문사들과 마찬가지로 현대모비스 주주 이익에 반한다는 주장을 폈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업계에서는 기업지배구조원이 어떤 입장을 밝힐지에 큰 관심이 쏠렸다. 현대모비스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기업지배구조원과 자문 계약을 맺어 의결권을 행사할 때 준거로 삼기 때문이다.
주주총회에서 현대모비스의 분할·합병안이 통과되려면 의결권 있는 지분의 3분의 1 이상이 참석해 3분의 2 이상이 안건에 찬성해야 한다.
하지만 ISS가 해외에서 워낙 영향력이 큰 탓에 총 48.6%의 현대모비스 지분을 보유한 외국인 투자자들은 ISS의 권고에 따라 반대표로 몰릴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우호 지분이 30.2%인 현대차그룹은 9.8%의 지분을 가진 국민연금의 지지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이다.
다만 국민연금이 의결권 자문사의 권고를 반드시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다. 단기차익보다 기업의 미래 성장가치를 중시해야 한다는 점을 내세워 기업지배구조원과 달리 찬성표를 던질 수도 있다.
그러나 자문사의 권고와 다른 방향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경우 별도의 소명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점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국민연금은 과거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때 의결권 자문사와 반대로 의결권을 행사했다가 홍역을 치른 바 있다. 당시 국민연금은 반대 의견을 제시한 기업지배구조원의 의견을 거슬러 찬성 의사를 밝혔는데 나중에 이같은 결정 배경에 외부 압력이 작용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거센 비판을 받았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때 신뢰를 잃은 국민연금이 이번에는 최대한 객관적인 근거를 갖고 결정하려 할 것”이라며 “이 때문에 국내외 대표적 의결권 자문사들의 의견을 중요한 지표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한편, 기업지배구조원의 권고를 전달받은 국민연금은 현대모비스의 주총이 열리기 직전까지 장고를 거듭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단 국민연금은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에서 현대모비스 분할·합병안에 대한 찬반을 정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의결권전문위는 정부와 가입자단체, 학계 등에서 추천하는 9명의 위원으로 구성됐다. 1명은 현재 공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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