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 우리은행 이순우 행장이 사퇴압력으로 중도하차했다는 소문이 일면서 관치금융 논란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권력실세에 줄을 댄 특정학맥 금융권 인사들이 금융사 요직을 잇달아 차지하면서 한국금융 미래에 대한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세월호 참사 이후 관료 출신이 배제된 금융사 최고경영자(CEO) 자리를 ‘서강대’ 출신들의 모임인 ‘서금회’ 인사들이 독식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금융권의 요직을 독식하던 ‘모피아’ 인사들이 주춤하는 사이 그 자리에 청와대 등 정권의 힘을 등에 입은 금융 문외한인 정치권 인사들도 투하되고 있다
이순우 우리은행장이 연임 포기를 선언하고 서금회 출신 이광구 부행장이 차기 행장으로 유력하게 거론되면서 ‘서금회’가 또 다시 주목받고 있다.
한 달여 전만 해도 이 행장이 연임할 것이라는 전망은 우세했지만 서강대금융인회(서금회) 출신 인사가 이미 행장에 내정됐다는 얘기가 금융권에서 돌기 시작하면서 분위기는 급변했다.
서금회 출신 이 부행장이 차기 우리은행장 후보로 최종 선정될 가능성이 커지자 이 행장은 용퇴를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금회는 박 대통령이 2007년 한나라당 후보 경선에 나섰을 때 75학번 서강대 출신 10명의 금융권 동문이 결성한 모임으로 회원이 300명에 달한다고 한다.
올 초 서강대 출신 이덕훈 수출입은행장이 임명되면서 존재감을 드러내더니, 최근 논란 끝에 선임된 홍성국 대우증권 사장, 정연대 코스콤 사장이 모두 서금회 출신이다. 정권 초반 임명된 홍기택 산은금융지주 회장은 서금회는 아니지만 역시 서강대 출신이다.
실제로 서강대 출신 임원이 5년 전보다 15%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5년 전 부사장이 최고직위였던 것과 달리 박근혜 정부 들어서는 최고경영자(CEO)만 5명을 배출하는 등 질과 양에서 고르게 기반을 넓혀 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CEO스코어에 따르면 올 9월말 현재 5년 전인 2009년 3분기와 비교해 총 임원은 6.8% 줄어든 반면, 서강대 출신은 15.4% 늘어났다.
이에 따라 전체에서 서강대 출신 임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같은 기간 4.5%에서 5.6%로 1.1%포인트 상승했다.
우리은행장 인선 또한 하영구 은행연합회장 선임 때도 무리한 인선이라는 비판 속에 인선을 강행했던 것처럼 이광구 인선 역시 강행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금융권에서는 이제 실력으로 평가받기보다 권력실세에 끈을 대 낙하산식으로 주요 보직을 맡으려는 물밑작업이 확산하는 분위기다.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연합회장 선임 등 외압설이 나와도 임명이 강행되는 것을 보면 우리은행장 선임 역시 잡음이 나도 전혀 개의치 않을 것이란 얘기가 들린다"며 “이제 실력보다는 누가 권력실세와 잘 아느냐가 중요한 인선 기준이 되면서 권력실세에 줄을 대려는 물밑 작업이 치열하다”고 밝혔다.
[조세금융신문(tf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