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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2.12 (목)


[김종봉의 좋은 稅上]파놉티콘(Panopticon)의 역설

(조세금융신문=김종봉 세무법인 더택스 대표세무사) 오래전 기억을 더듬어본다. 치과의사인 병원장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세무조사가 나왔는데 누군가 제보를 한 것 같다며 하소연을 했다. 어떤 고객이 잇몸치료를 하겠다며 왔는데, 현금을 낼테니 깎아 달라고 했던 모양이다.

 

치료가 끝나갈 무렵 그 고객은 다른 병원보다 비싸다며 갑자기 불만을 드러냈고 자신이 입금한 계좌가 병원계좌가 맞느냐고 했다는 것이다. 그 당시 일부 병원에서는 현금을 내면 할인을 해주는 곳이 있었다.

 

세무조사과정에서 그 고객이 입금했던 계좌를 특정하여 금융조사가 이루어졌고 세금도 추징되었다. 병원장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면서도 마치 함정수사에 빠진 것 같은 기분이 든다고 했다. 만약 그 고객이 탈세를 유도할 목적으로 거래를 시도한 것이라면 병원장의 심정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그 고객은 국세청으로부터 탈세제보포상금을 받았을지도 모른다.

 

우리나라는 불법적이고 위법적인 행위를 제보하는 경우에 금전포상을 하는 제도가 있다. 그 수가 많다 보니 포상금을 노린 전문신고꾼으로 카파라치(자동차 신호위반), 쓰파라치(쓰레기 불법투기), 노파라치(노래방 불법영업), 학파라치(학원 불법영업) 등 각종 파파라치가 생겨났다. 한때 파파라치 전문 양성학원까지 생기는 기현상도 보았다. 제도의 폐해로 인해 카파라치는 시행 2년 만에 폐지되었고 개파라치(개 관리의무 위반)는 아예 시행이 취소되기도 했다.

 

세금에는 탈세제보포상금이 있다. 제보자에게 포상금을 지급하고 있는 제도 중 가장 오래된 것이 아닌가 싶다. 1968년 4월 13일 개정된 국세청 훈령 ‘탈세정보 교부금 지급규정’을 보면 국세청 개청 당시(1966년)부터 시행되었을 가능성도 있다. 탈세제보자에 대한 포상금 등 지원 정책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다.

 

한무제 때다(BC 140~BC 87년). 전쟁 자금 충원 등을 위해 탈세자에 대해서는 재산 몰수 등 그 처벌이 아주 엄격했다. 또한, 세금을 제대로 신고하지 않은 자를 밀고할 경우 몰수한 재산의 50%를 지급하는 밀고장려제를 도입(告緡令)했고 밀고를 당한 사람 중 상당수는 파산에 이르렀다고 한다.

 

서양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리스 로마시대와 이집트 시대에도 탈세 제보자에게는 징수한 세금 중에서 일정금액을 포상금으로 지급했다. 그리스(BC 8세기 무렵)에는 재산가들을 대상으로 ‘안티도시스’(antidosis 교환소송)라는 제도가 있었다. 국가로부터 안티도시스를 명받은 사람은 자신보다 더 많은 재산을 가진 사람을 재지명하지 못하면 세금을 내야만 했다. 세금이 억울하면 자신보다 더 부유한 재산가를 밀고하도록 유인한 셈이다.

 

밀고를 부추긴 국가는 종국에 민심이 흉흉해지고 불신이 팽배해져 혼란에 빠졌다. 민심 수습을 위해 로마시대 때 콘스탄티누스황제는 탈세제보를 금지하는 칙령(AD 313년)을 내렸다고 한다.

 

오늘날 탈세제보자에 대해 포상금을 지급하는 국가는 우리나라와 미국을 제외하고는 얼른 떠오르지 않는다. 우리는 2003년말 국세기본법을 개정하여 포상금 지급대상 범위를 확대한다(조세범칙대상 뿐만 아니라 일반조사 유형까지 포함). 탈세고발정신 함양으로 탈세없는 세상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공감이 간다. 다만, 국민 간 상호감시제라는 측면에서 비민주적 제도라는 비판이 있다. 포상금 목적의 함정수사식 제보도 우려된다. 수집 정보를 협박이나 회유의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도 있다.

 

제도시행에 반세기가 지났다.

현행 탈세제보 포상금 지원정책을 금전 포상이 아닌 공익제보로 전환(금전포상은 필요 최소한의 법위내로 하고, 별도의 방식으로 공적포상)하는 한편, 세무공무원의 탈세 및 세원정보 수집기능을 한층 강화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국세통계에 따르면 최근 3년간(2016~2018년) 탈세제보포상금의 연평균지급액이 약 119억원이다. 장기적 관점에서 고액의 포상금 예산을 국세청의 세원정보 수집·관리 시스템 구축, 관련 전문가 양성 및 지원 등에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문득 18세기 후반 제러미 벤담에 의해 제시된 파놉티콘(Panopticon, ‘모두 다 본다’는 의미)을 떠올리게 된다. 개인의 권익보다 비용·편익적 측면을 중시했던 당시와는 달리 지금은 인권보호 및 프라이버시의 존중과 배려라는 시대적 요구의 무게도 결코 가볍지 않다.

 

[프로필] 김종봉 세무법인 더택스 대표세무사

 ‧ 서울청 국선세무대리인
 ‧ 중부청 국세심사위원
 ‧ 가천대학교 겸임교수

 ‧ 법무법인 율촌(조세그룹 팀장)
 ‧ 행정자치부 지방세정책포럼위원

 ‧ 가천대학교 경영학 박사/ ‧ 국립세무대학 3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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