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2.06 (토)

  • 맑음동두천 -3.8℃
  • 맑음강릉 3.7℃
  • 흐림서울 -0.8℃
  • 맑음대전 -5.1℃
  • 맑음대구 -4.7℃
  • 맑음울산 -1.7℃
  • 맑음광주 -3.1℃
  • 맑음부산 1.0℃
  • 맑음고창 -6.3℃
  • 구름많음제주 5.2℃
  • 구름많음강화 -0.4℃
  • 맑음보은 -7.6℃
  • 맑음금산 -7.8℃
  • 맑음강진군 -5.7℃
  • 맑음경주시 -6.3℃
  • 맑음거제 -2.5℃
기상청 제공

[김종봉의 좋은 稅上] “무슨 소용 있노!”

(조세금융신문=김종봉 세무법인 더택스 대표세무사) 코로나로 인해 병상 면회가 어렵사리 이루어졌다.

 

병원에서 임종을 앞둔 환자와 그 가족을 위로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아흔한 살의 어머니(장모님)를 보기 위해 6남매는 유리창을 사이에 두고 일렬로 길게 늘어섰다.

 

간호사는 환자가 창밖을 볼 수 있도록 침대 머리를 들어 올렸다. “엄마요, 저 큰아들 ○○입니다.”로 시작됐다. 슬퍼하는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마침내 6남매의 막내가 “엄마, 나 숙이, 막내 정숙이”이라고 몇 번을 소리친다, 간호사는 환자의 귀에 대고 “막내딸 정숙이랍니다. 어머니”라고 전한다.

 

환자의 눈가에 마른 눈물이 희미하게 새어 나오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창밖으로 나지막이 들려 나온 한 마디. “무슨 소용 있노”.

 

일제 강점기 때 태어난 장모님은 열 살쯤 가족들 손에 이끌려 중국 길림으로 도피하듯 이주했다고 한다. 그곳에서 장인을 만나 해방 이후 고향으로 돌아와 인연을 맺고 6남매를 낳았다. 장인은 중국에서 얻은 지병으로 병마에 시달리다 홀연히 떠나가셨다. 6·25 동란, 보릿고개 등 어렵고 힘든 시절을 겪는 동안 여자 혼자의 몸으로 6남매를 어떻게 키웠을지는 우리의 상상 그 이상일 수도 있다.

 

평생을 자식들 뒤치다꺼리하다 여생을 마감한 외로운 여자이기도 했다. 여장부셨지만 세무공무원 사위만큼은 늘 존대하시며 어려워하셨던 기억이 새롭다.

 

병상 면회 후 1개월이 채 되지 않아 처남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필자는 일찍 부모님을 여윈 탓에 장례절차의 하나인 입관식을 경험해 본 적이 없다. 아흔한 살의 장모님 얼굴은 앳된 소녀처럼 홍조 띤 얼굴로 웃음을 머금은 채 조용히 누워 계셨다. 여태껏 본 모습 중에서 가장 평안하고 이쁜 모습이었다.

 

어떤 이는 죽음이란 출생과 마찬가지로 자연의 신비 중 하나라고 했다. 인간의 탄생이 한 방울의 정액에 불과했던 것처럼 우리의 영혼이 〈21그램〉1)으로 재탄생하는 것인지 모를 일이다. 그래서일까,

 

출생과 죽음이 다르지 않다고도 한다. 시작과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일 수 있다는. 우리가 엄마 뱃속에서의 시간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처럼 이생에서의 시간을 기억할 수 없는 새로운 세상에서의 재탄생을 부정할 자신도 없다.

 

1) 2004년 개봉된 영화로 멕시코 출신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의 작품, 스웨덴에서 임종시 환자의 체중변동을 조사한 결과 21그램 정도 줄었다는 실험 결과도 있음

 

장모님은 요양병원 입원 전에 유언장을 남기셨다. 큰 처남이 일을 다 마친 다음 가족들이 모인 자리에서 공개했다.

 

“내 이름으로 된 통장에 얼마간의 돈을 남겨 놓았으니 그 돈과 부의금으로 들어온 돈으로 장례 비용에 충당하고 그러고도 돈이 남으면 그 금액은 이웃에 기부하거라”.

 

남은 돈을 모두 이웃에 베풀고 가신 것을 보면서 장모님은 새로운 세상을 찾아가는 데 노잣(路資)돈이 필요 없으셨던 것일까? 아니면….

 

사건 사고 등으로 죽음의 문턱에서 되돌아온 사람들(근사체험, Near-death experience)로부터 아찔했던 그 순간 “일생의 삶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갔었다”는 경험담을 들어본 적이 있다. “무슨 소용 있노”는 아흔 평생을 되돌아보며 남긴 장모님의 마지막 고백이었을지도 모른다.

 

“무슨 소용 있노”는 얼마 동안 참구(參究)시 사용되는 화두마냥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슬퍼하는 자녀들에게 부질없음을 타박하는 말이었을까? 진정 인생무상을 자녀들에게 들려주고 싶었던 것일까?

 

아니면, 마치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가 “잠시 후면 너는 모든 것을 잊게 될 것이고, 잠시 후면 모든 것이 너를 잊게 될 것이다.”라고 〈명상록〉에서 그랬던 것처럼 이제 곧 이승에서의 생이 끝남을 직감하고 자녀들에게 “나를 위해 슬퍼할 필요 없다”고 하셨던 것일까.

 

인도의 철학자 『크리슈나무르티』는 “사람이 죽음에 직면하게 되면 무서운 두려움을 느끼게 된다. 그것은 단지 죽는다는 사실에 대한 것이 아니라 살아생전 맺어왔던 수많은 사람과의 관계에 대한 상실의 두려움이다.”라고 했다.

 

장모님의 “무슨 소용 있노”의 말씀은 이제 가족과의 그 관계의 끈을 놓아야만 하는 두려움 속에서 ‘나를 위해 슬퍼하기보다 살아있는 가족간에 서로 사랑하라’는 또 다른 의미의 유언은 아니었을까.

 

 

[프로필] 김종봉 세무법인 더택스 대표세무사

 ‧ 서울청 국선세무대리인
 ‧ 중부청 국세심사위원
 ‧ 가천대학교 겸임교수

 ‧ 법무법인 율촌(조세그룹 팀장)
 ‧ 행정자치부 지방세정책포럼위원

 ‧ 가천대학교 경영학 박사/ ‧ 국립세무대학 3기

[조세금융신문(tf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전문가 코너

더보기



[이명구 관세청장의 행정노트] 낚시와 K-관세행정
(조세금융신문=이명구 관세청장) 어린 시절, 여름이면 시골 도랑은 나에게 최고의 놀이터였다. 맨발로 물살을 가르며 미꾸라지와 붕어를 잡던 기억은 지금도 선명하다. 허름한 양동이에 물고기를 담아 집에 가져가면 어머니는 늘 “고생했다”라며 따뜻한 잡탕을 끓여주셨다. 돌과 수초가 얽힌 물속을 들여다보며 ‘물고기가 머무는 자리’를 찾던 그 경험은 훗날 관세행정을 바라보는 나의 태도에 자연스레 스며들었다. 성인이 되어서도 물가에서는 마음이 늘 편안했다. 장인어른께서 선물해 주신 낚싯대를 들고 개천을 찾으며 업무의 무게를 내려놓곤 했다. 그러나 아이가 태어나면서 낚시와는 자연스레 멀어졌고, 다시 낚싯대를 잡기까지 20년이 흘렀다. 놀랍게도 다시 시작하자 시간의 공백은 금세 사라졌다. 물가의 고요함은 여전히 나를 비워내고 다시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힘이 되었다. 낚시는 계절을 타지 않는다. 영하의 겨울에도 두툼한 외투를 챙겨 입고 손난로를 넣은 채 저수지로 향한다. 찬바람이 스쳐도 찌가 흔들리는 순간 마음은 고요해진다. 몇 해 전에는 붕어 낚시에서 나아가 워킹 배스 낚시를 시작했다. 장비도 간편하고 운동 효과도 좋아 빠져들지 않을 수 없었다. 걸어 다니며 포인트를 찾는
[초대석] 세무법인 와이즈앤택스 최시헌 회장, 김선명 대표 "변화 앞에서 흔들리지 않는 최고의 세무서비스"
(조세금융신문=이지한 기자, 사진=이학명 기자) 지난 2023년에 이어 2025년에 치러진 한국세무사회 제33대와 제34대 임원 선거에서 부회장으로 선출돼 3년째 주요 회직을 수행해 온 최시헌 부회장과 김선명 부회장이 올해 1월 세무법인 와이즈앤택스를 설립하고 최고의 세무 컨설팅과 세무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꿈을 안고 본격 출범한 지 1년 가까이 됐다. 대구지방국세청장으로 국세공무원을 마감한 최시헌 세무사가 회장직을 맡았고, 세무 고시 출신의 김선명 세무사는 대표세무사로서 법인을 이끌고 있다. 여기에 김준성, 김민식, 박정준, 민규태 세무사 등 4명의 젊은 세무사가 합류해 분당 본점과 분당 서현, 경기 광주, 서울 용산 등을 거점으로 하여 활발한 업무를 전개하고 있다. 낙엽이 거리를 뒤덮고 있던 11월 중순, 분당 본점에서 최시헌 부회장과 김선명 세무사를 만나 와이즈앤택스의 설립 과정을 돌아보고, 향후 법인을 어떻게 이끌어 갈 예정인지 알아봤다. Q. 우선 성공적인 법인 설립을 축하합니다. 올해 1월 각자 활동하시던 세무사사무소를 합쳐서 새로운 세무법인을 설립하셨는데요. 어떤 계기가 있었습니까? (최시헌 회장) 저는 20년 연말 대구지방국세청장을 끝으로 공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