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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2.12 (목)


[김종봉의 좋은 稅上]<의좋은 형제>를 소환하다

(조세금융신문=김종봉 세무법인 더택스 대표세무사) 지금은 고향에 6남매 일가붙이가 모두 살지 않는다. 그래도 명절이나 마음이 동할 때에는 시골 선산을 찾는다. 부모님 산소를 가다 보면 어린 시절 벼, 보리, 무, 깨, 고구마, 콩, 마늘 등을 심었던 논밭을 지나가게 된다.

 

그 맞은편에는 산이 있다. 지금은 6남매의 제일 큰형의 소유이지만 부모님이 돌아가시기 전까지는 우리 논밭이고 산이었다.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 당시 큰형의 뜻에 따라 5남매 모두 재산포기각서에 날인을 했던 기억이 어렴풋이 난다.

 

요즘 가족간 상속 분쟁은 다반사다. 재산상속은 세금과 관련되어 있다 보니 다양한 경험을 하게 된다. 10년 전만 하더라도 ‘상속재산이 30억이 넘으면 조용한 집안이 없다’는 말이 업계의 불문율처럼 전해왔다. 이제는 형제간 상속재산 다툼은 재벌가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것이 정설이 되었다. 지금은 몇 억만 되어도 안 다투는 형제가 없다는 ‘웃픈’ 현실을 부정하기 어렵다.

 

조금 오래된 일이다. 상속세와 관련된 두 형제의 이야기다. (기억에 의존하다 보니 일부 내용은 사실과 다를 수 있음).

두 아들은 어느 날 예기치 못한 사고로 홀아버지를 잃게 되었다. 큰아들은 아버지와 함께 사업을 하고 있었고, 동생은 대학 강사였다. 아버지 명의의 부동산과 예금자산 등의 상속재산이 있었다. 상속세 신고는 장부 기장을 했던 세무사의 도움을 받았으나, 세무조사가 나오자 큰아들이 찾아왔다.

 

세무조사가 진행되면서 상속세 신고시 아버지 명의의 예금 중 일부가 누락된 사실이 밝혀졌다. 그리고 동생이 상속받은 부동산을 세법상 잘못 평가(‘자산 과대평가’)하여 세금을 과다납부한 부분도 알게 되었다. 최종적으로는 과소신고한 예금자산이 많다 보니 과대평가된 부동산 가액을 조정하고도 세금은 추징될 수밖에 없었다.

 

큰아들로부터 궁금한 게 있다는 연락을 받았다.

“사실 아버지 명의의 예금은 모두 제 돈이다. 나이가 어려 사업자 명의는 아버지 이름을 쓰는 것이 좋겠다는 주변의 이야기를 듣고 그랬던 것뿐이다”라며, “상속세 신고 당시 동생과 원만히 마무리하기 위해 아버지 명의의 예금자산을 동생과 7:3의 비율로 나누어서 상속세 신고를 한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이번에 추징된 세금을 혼자 부담하는 것은 과중하다는 생각이 든다는 입장을 전달하려 했던 것 같았다. 내심 동생에게 설명을 잘 해 주었으면 하는 기대였다.

 

큰아들은 당시 강남에 건물이 있었고 상속받은 재산이나 사업규모 등을 고려할 때 추징된 세금을 부담하는 것이 그렇게 어려워 보이지는 않았다. 한편, 사업뿐만 아니라 아버지를 부양하면서 힘들었던 일들도 많았고, 동생은 앞으로 교수가 될 것이라는 이야기를 할 때는 왠지 모를 부러움이 배어 있었던 것 같았다.

 

큰아들을 만난 지 며칠이 지났을까? 동생으로부터 뵙고 싶다는 연락을 받았다. 형에 비해 체격도 크고 좀 더 여유가 있어 보였다.

 

“대표님, 이번에 상속세 신고를 하면서 전(前) 세무사가 세금신고를 잘못해서 제가 상속세를 더 많이 낸 것이 맞지요?” 그러니까 “당초 제가 부담할 세금보다 더 많이 세금을 낸 만큼 형한테 돌려받는 것이 맞다고 봅니다.” 동생의 생각은 뭔가 잘못된 것 같으니 바로 잡아 주었으면 좋겠다는 입장으로 이해되었다.

 

마키아벨리는 《군주론》에서 “인간은 아버지의 죽음은 쉽게 잊을지언정, 자신의 재산이 없어지는 것은 결코 잊지 못한다”는 말을 남겼다. 작가의 의도론에 불과하다는 주장도 있다. 톨스토이는 부질없는 욕심의 끝은 어떻게 되는지 《사람에게는 얼마나 많은 땅이 필요한가》를 통해 각인시켜 주었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에서 함께 살아가는 법을 일깨워 준다. 사랑이라고 했다.

 

초등학교 교과서에 나왔던 사이좋은 형제의 이야기를 떠올려 본다.

‘형은 갓 결혼한 동생이 생각나서 수확한 볏단을 밤중에 몰래 동생네 논에 갖다 놓고 왔는데, 동생 또한 식구가 많은 형을 생각하며 자신의 볏단을 형님네 볏단으로 옮겨놓는다’는 그 ‘의좋은 형제’의 후손들이 지금도 볏단을 계속 옮기고 있었으면 좋겠다.

 

가족과 조만간 고향의 부모님 산소에 갔다 오려 한다. 가는 길에 큰형 명의의 논밭과 산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두 아들을 둔 필자는 산을 오르며 ‘의좋은 형제’ 이야기를 하고 있을지 모르겠다.

 

[프로필] 김종봉 세무법인 더택스 대표세무사

 ‧ 서울청 국선세무대리인
 ‧ 중부청 국세심사위원
 ‧ 가천대학교 겸임교수

 ‧ 법무법인 율촌(조세그룹 팀장)
 ‧ 행정자치부 지방세정책포럼위원

 ‧ 가천대학교 경영학 박사/ ‧ 국립세무대학 3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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