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2.06 (토)

  • 흐림동두천 -4.5℃
  • 구름조금강릉 2.1℃
  • 구름많음서울 -1.9℃
  • 맑음대전 -3.1℃
  • 맑음대구 -1.5℃
  • 맑음울산 -0.4℃
  • 맑음광주 -1.0℃
  • 맑음부산 2.4℃
  • 맑음고창 -3.9℃
  • 구름많음제주 4.2℃
  • 구름많음강화 -1.3℃
  • 맑음보은 -6.8℃
  • 맑음금산 -5.9℃
  • 맑음강진군 -3.5℃
  • 맑음경주시 -5.1℃
  • 맑음거제 -0.7℃
기상청 제공

[김종봉의 좋은 稅上]어느 세무사의 하루

(조세금융신문=김종봉 세무법인 더택스 대표세무사) 잠을 이루기 힘든 저녁이 있다. 째깍째깍 심장 뛰는 소리가 밤12시를 넘겼다. 평소라면 저어할 일이지만, 맥주 한 캔을 냉장고에서 꺼냈다. 소시지를 안주 삼아 거친 호흡과 함께 삼킨다. 세무사는 긴장의 숨을 고른다. 오래되어 기억이 가물가물한 채용 면접 전날 밤을 떠올려 본다.

 

핸드폰에서 알람이 울린다. 오늘은 세무사가 의뢰받은 사건 중 세금 과세가 정당한지를 결정하는 회의가 있는 날이다. 눈을 뜨자 베개와 이불을 눈에 거슬리지 않게 손으로 쓸어내며 가지런하게 정돈한다.

 

신문을 가지러 나가기 전 항아리모형의 도자기 어항에서 스킨답서스 수림 아래 모여 사는 십여 마리의 핑크 테일 구피 가족과 미니비트로 아침 인사를 나눈다. 그리곤 신문을 들고 화장실에서 평안한 글귀를 찾는다. 이어 샤워를 한다.

 

칫솔질에 잇몸에서 피가 나거나, 샴푸나 린스를 눌러 사용하는데 손밖으로 흘러내리면 찜찜하다. 면도할 때 작은 상처라도 생기면 꺼림칙하다. 머릿결이 맘에 안 들어도, 스킨로션이 피부에 골고루 스며들지 않아도 신경 쓰인다. 서랍을 열어 속옷을 챙기는 데 손이 멈칫거리는 것도 불편하다. 평소에는 아무 상관 없는 일들이다.

 

세무사는 출근길에 어제 논의했던 주요 이슈를 머릿속으로 그린다. 그리고 쟁점과 핵심을 입속으로 되뇐다. 사무실에 도착하자마자 내부미팅이다. 동료직원들의 얼굴을 살핀다.

 

책상 위에 놓여 있는 전화기, 노트북, 안경, 손 세정제, 메모지, 계산기, 노트, 삼다수 생수와 만년필·형광펜·칼·볼펜·연필 등이 담긴 검은색필기구 통이 원래의 자리에 놓여 있는지. 책상 주변의 가습기며, 모래시계, 직원이 직접 만들어 생일선물로 준 클레이 인형, 가족사진 등도 눈에 들어온다.

 

읽다 만 “비나 벤카타라만의 포사이트”, 다시 또 읽고 있는 “최인철 교수의 프레임” 등 함께 놓여 있는 책들의 정돈 상태에 눈길이 스쳐 지나간다.

 

서울서 세종까지 대략 2시간 거리다. 동승한 동료도 세무사처럼 밤잠을 못 이뤘는지 얼굴이 부었다. 평안한 마음을 유지하려 애쓴다. 이럴 때는 부담 없는 이야기가 제격이다. BTS 등 K팝 가수도 등장한다.

 

바로 옆에서 대형트럭과 승용차들이 소리 없이 미끄러진다. 그 너머로는 가로수의 초록이 지쳐간다. 들판에서 곡식들이 술렁거리고 저 멀리 야산에서는 저마다 머리 손질로 부산하다.

 

세무사는 육체노동자임이 틀림없다. 아이디어만으로 끝나는 직업이 아니다. 고객을 만나고 자문업무 과정도 행동하는 것이다.

 

서류 작성은 손을 움직여야 하고, 필연적으로 말로 표현해야 한다. 잠자코 생각하기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몸을 써야 만이 비로소 완성되는 일이다. 휴일에 고객이 만나자거나 새벽 메일이나 메시지에도 즉각적인 반응이 필요하다.

 

세무사는 인생을 곱절로 사는 셈이다. 그 하나는 직장인이나 사업가처럼 일상의 생활인으로 사는 삶이다. 그 두 번째는 일을 맡긴 사람을 대리한 삶이다. 당사자로서 본래의 삶이 누구나 겪게 되는 일상적인 것이라면, 대리의 삶은 그렇지가 않다.

 

세금이라는 특수한 사정을 매개로 한동안 이입되어야 한다. 그러다 보면 그 사람의 삶의 여적도 보게 된다. 좋은 모습과 궂은 모습도 있다. 공감할 부분도 있고 다소 의외일 때도 있다. 이후 새로운 인간관계가 형성되기도 하고 그 반대의 경우도 생긴다.

 

회의는 내·외부 위원, 처분청과 대리인, 그리고 관련 실무담당자 몇 명이 참여하는 각본 없는 드라마다. 사전 결론 없는, 희극과 비극이 공존하는 무대다. 조금 떨어져 앉은 곳에서 ‘세금 과세는 정당하다’는 목소리가 모데라토보다는 알레그레토에 가깝게 흘러간다.

 

세무사의 외침은 주기도문을 외우는 심정이다. 그 호소 속에는 간절함이 배 있다. 행렬 인파 속에 엄마 손을 놓치지 않기 위해 꼭 잡은 어린아이의 고사리손처럼.

 

서울로 향하는 차 안에서 그리스 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의 “사람들은 같은 강에 발을 담그지만 흐르는 물은 늘 다르다”고 했던 말이 문득 떠올랐다.

 

누군가는 “과학은 설명할 수 있는 것을 설명하고, 예술은 설명할 수 없는 것을 설명하며, 종교는 설명해서는 안 되는 것을 설명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금(납세)은 설명할 수 있어야 하고 설명을 통해 동의도 얻어야 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아인슈타인도 공감한, 과학보다 예술보다 어려운 것이 세금일지 모르겠다. 세무사의 시월의 하루가 간다.

 

[프로필] 김종봉 세무법인 더택스 대표세무사

 ‧ 서울청 국선세무대리인
 ‧ 중부청 국세심사위원
 ‧ 가천대학교 겸임교수

 ‧ 법무법인 율촌(조세그룹 팀장)
 ‧ 행정자치부 지방세정책포럼위원

 ‧ 가천대학교 경영학 박사/ ‧ 국립세무대학 3기

[조세금융신문(tf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전문가 코너

더보기



[이명구 관세청장의 행정노트] 낚시와 K-관세행정
(조세금융신문=이명구 관세청장) 어린 시절, 여름이면 시골 도랑은 나에게 최고의 놀이터였다. 맨발로 물살을 가르며 미꾸라지와 붕어를 잡던 기억은 지금도 선명하다. 허름한 양동이에 물고기를 담아 집에 가져가면 어머니는 늘 “고생했다”라며 따뜻한 잡탕을 끓여주셨다. 돌과 수초가 얽힌 물속을 들여다보며 ‘물고기가 머무는 자리’를 찾던 그 경험은 훗날 관세행정을 바라보는 나의 태도에 자연스레 스며들었다. 성인이 되어서도 물가에서는 마음이 늘 편안했다. 장인어른께서 선물해 주신 낚싯대를 들고 개천을 찾으며 업무의 무게를 내려놓곤 했다. 그러나 아이가 태어나면서 낚시와는 자연스레 멀어졌고, 다시 낚싯대를 잡기까지 20년이 흘렀다. 놀랍게도 다시 시작하자 시간의 공백은 금세 사라졌다. 물가의 고요함은 여전히 나를 비워내고 다시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힘이 되었다. 낚시는 계절을 타지 않는다. 영하의 겨울에도 두툼한 외투를 챙겨 입고 손난로를 넣은 채 저수지로 향한다. 찬바람이 스쳐도 찌가 흔들리는 순간 마음은 고요해진다. 몇 해 전에는 붕어 낚시에서 나아가 워킹 배스 낚시를 시작했다. 장비도 간편하고 운동 효과도 좋아 빠져들지 않을 수 없었다. 걸어 다니며 포인트를 찾는
[초대석] 세무법인 와이즈앤택스 최시헌 회장, 김선명 대표 "변화 앞에서 흔들리지 않는 최고의 세무서비스"
(조세금융신문=이지한 기자, 사진=이학명 기자) 지난 2023년에 이어 2025년에 치러진 한국세무사회 제33대와 제34대 임원 선거에서 부회장으로 선출돼 3년째 주요 회직을 수행해 온 최시헌 부회장과 김선명 부회장이 올해 1월 세무법인 와이즈앤택스를 설립하고 최고의 세무 컨설팅과 세무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꿈을 안고 본격 출범한 지 1년 가까이 됐다. 대구지방국세청장으로 국세공무원을 마감한 최시헌 세무사가 회장직을 맡았고, 세무 고시 출신의 김선명 세무사는 대표세무사로서 법인을 이끌고 있다. 여기에 김준성, 김민식, 박정준, 민규태 세무사 등 4명의 젊은 세무사가 합류해 분당 본점과 분당 서현, 경기 광주, 서울 용산 등을 거점으로 하여 활발한 업무를 전개하고 있다. 낙엽이 거리를 뒤덮고 있던 11월 중순, 분당 본점에서 최시헌 부회장과 김선명 세무사를 만나 와이즈앤택스의 설립 과정을 돌아보고, 향후 법인을 어떻게 이끌어 갈 예정인지 알아봤다. Q. 우선 성공적인 법인 설립을 축하합니다. 올해 1월 각자 활동하시던 세무사사무소를 합쳐서 새로운 세무법인을 설립하셨는데요. 어떤 계기가 있었습니까? (최시헌 회장) 저는 20년 연말 대구지방국세청장을 끝으로 공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