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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봉의 좋은 稅上] 12월의 길목에 기대어 묻고 답하다

(조세금융신문=김종봉 세무법인 더택스 대표세무사) 한 달에 한 번꼴로 글을 쓴다. 소재 거리가 난감할 때가 더러 있다.

 

“대표님, 평소에 관심도 많고 시기적으로 연말이고 하니 기부에 관해 한 번 써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그래도 지금 핫한 주제가 종부세인데, 그런 건 별론가 보지?

 

“종부세는 대표님이 쓰지 않아도 언론에서 많이 다뤄질 것 같은데요.”

-기부? 어릴 적 어렵게 자라서인지 조금 관심 두는 정도인데.

 

“대표님, 아너소사이어티에 가입하면서 명판에 쓴 ‘나눔, 고행의 시작’이라는 의미도 궁금해요.”

-그렇지만, 사람들이 ‘너나 많이 하세요’라고 하지 않을까?

 

“대표님한테 그렇게 함부로 말할 사람은 없을 것 같은데요.”

-‘김 대표, 돈 좀 번 모양이지’라고 할지도 모르고.

 

“대표님, 그렇게까지 마음이 꼬인 사람들이 있을까요? 대표님 어린 시절 가난하게 사셨다면서요?”

-어렸을 적엔 다들 가난했지. 형이 중학교 갈 입학금이 없어서 1년 동안 신문배달 등을 하면서 모은 돈으로 1년 뒤에 중학교에 들어갔으니.

 

“그래서 학교에 계속 기부를 하시는 거네요.”

-시골 중학교에 기부하는 건 그런 측면도 있지.

 

“대학에도 하고 계시잖아요.”

-큰놈이 공대를 나왔는데, 미국 유학 가기 전 국내 석박사 과정에서 공부하는 학생들 여건이 그렇게 녹록지 않다는 이야기를 듣고 관심을 갖게 되었지.

 

“어렵게 번 돈을 기부한다는 것이 쉽지가 않았을 텐데요.”

-‘나누겠다는 것’은 ‘채우겠다는 것’에서 벗어나야 하는데, 어린 시절 없이 살아온 까닭에 연봉이 늘어도 채우는 데 급급했지. 첫 실행이 어려웠던 것 같아.

 

“그럼 어떤 계기가 있었던 건가요?”

-옛날 내가 살던 동네에 ‘임 면장’(일제시대 때 면장을 했다는 임씨 성을 가진 분임) 댁이 있었는데, 당시 그분의 땅을 밟지 않고서는 지나갈 수 없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었지.

 

“정말 부자셨던 모양이네요.”

-그 댁 집 안에 양조장이 있고 정미소가 있고, 일하는 인부가 남녀를 합치면 6~7명도 넘었을걸. 그런데 어느 핸가 고향에 내려갔을 때, 임 면장이 돌아가시고 나서 쫄망했다는 이야기를 들었거든. 어릴 적 그 댁 아들과 사위가 총 들고 사냥을 나가는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게 그려지는데.

 

“그 모습을 보고 기부를 결심했다는 것도 쉽게 이해가 되지는 않는데요.”

-주변과 자신을 둘러보는 계기가 되었지. 한때는 지난했던 가난에서 벗어나길 얼마나 간절히 원했던지. 그런데 가난이 없었던 사람들의 허망함도 함께 보았지. 감사하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대표님, 그래도 기부는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잖아요.”

-그런가? 사람을 이기적(利己的)인 사람, 이타적(利他的)인 사람, 보응적(報應的)인 사람으로 나눠보면 이기적이거나 이타적인 사람은 소수에 불과하고 보응적인 사람이 절대다수라고 했지(새뮤얼 보울스의 ≪도덕경제학≫ 중). 보응적 인간이 보듬고 지키는 가치가 사회적 가치라고 하는데, 나도 대부분의 사람 중 한 사람에 불과하지 않을까?

 

“‘나눔, 고행의 시작’이라는 명판의 내용은 알 듯 모를 듯한데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인가요?”

-소유 욕구가 본능적이라고 볼 수도 있고, 소중한 것들을 간직함으로써 얻는 기쁨도 중요한 가치 중 하나라고 할 수도 있겠지. 스스로 결정한 자신에게 용기를 주고 싶었던가 봐.

 

“대표님은 나름대로 기부에 대한 철학을 가진 셈이네요.”

-그렇게까지야. 쉬운 일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나눔으로써 부족한 자신을 채워간다는 기분이 들기는 하지.

 

“대표님께서 생각하시는 기부를 하는 이유인가요?”

-이마누엘 칸트는 ‘우리는 우리가 소유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갖지 않고도 지낼 수 있는 것으로 부유해진다’라고 했지. 어느 날 느닷없이 나를 불러낸 셈이지. 고행 아닌 고행의 길로. 오늘은 여기까지 할까?

 

[프로필] 김종봉 세무법인 더택스 대표세무사

 •(현)가천대학교 겸임교수
•(전)서울청 국선세무대리인
•(전)중부청 국세심사위원
•(전)법무법인 율촌(조세그룹 팀장)
•(전)행정자치부 지방세정책포럼위원
•가천대학교 경영학 박사 / •국립세무대학 3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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