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두천 5.0℃맑음
  • 강릉 8.4℃맑음
  • 서울 6.4℃맑음
  • 대전 6.9℃맑음
  • 대구 8.7℃맑음
  • 울산 8.5℃맑음
  • 광주 8.1℃맑음
  • 부산 9.4℃맑음
  • 고창 6.0℃맑음
  • 제주 9.5℃맑음
  • 강화 4.1℃맑음
  • 보은 5.3℃맑음
  • 금산 6.1℃맑음
  • 강진군 7.7℃맑음
  • 경주시 7.7℃맑음
  • 거제 8.0℃맑음
기상청 제공

2026.02.12 (목)


[김종봉의 좋은 稅上] 12월의 길목에 기대어 묻고 답하다

(조세금융신문=김종봉 세무법인 더택스 대표세무사) 한 달에 한 번꼴로 글을 쓴다. 소재 거리가 난감할 때가 더러 있다.

 

“대표님, 평소에 관심도 많고 시기적으로 연말이고 하니 기부에 관해 한 번 써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그래도 지금 핫한 주제가 종부세인데, 그런 건 별론가 보지?

 

“종부세는 대표님이 쓰지 않아도 언론에서 많이 다뤄질 것 같은데요.”

-기부? 어릴 적 어렵게 자라서인지 조금 관심 두는 정도인데.

 

“대표님, 아너소사이어티에 가입하면서 명판에 쓴 ‘나눔, 고행의 시작’이라는 의미도 궁금해요.”

-그렇지만, 사람들이 ‘너나 많이 하세요’라고 하지 않을까?

 

“대표님한테 그렇게 함부로 말할 사람은 없을 것 같은데요.”

-‘김 대표, 돈 좀 번 모양이지’라고 할지도 모르고.

 

“대표님, 그렇게까지 마음이 꼬인 사람들이 있을까요? 대표님 어린 시절 가난하게 사셨다면서요?”

-어렸을 적엔 다들 가난했지. 형이 중학교 갈 입학금이 없어서 1년 동안 신문배달 등을 하면서 모은 돈으로 1년 뒤에 중학교에 들어갔으니.

 

“그래서 학교에 계속 기부를 하시는 거네요.”

-시골 중학교에 기부하는 건 그런 측면도 있지.

 

“대학에도 하고 계시잖아요.”

-큰놈이 공대를 나왔는데, 미국 유학 가기 전 국내 석박사 과정에서 공부하는 학생들 여건이 그렇게 녹록지 않다는 이야기를 듣고 관심을 갖게 되었지.

 

“어렵게 번 돈을 기부한다는 것이 쉽지가 않았을 텐데요.”

-‘나누겠다는 것’은 ‘채우겠다는 것’에서 벗어나야 하는데, 어린 시절 없이 살아온 까닭에 연봉이 늘어도 채우는 데 급급했지. 첫 실행이 어려웠던 것 같아.

 

“그럼 어떤 계기가 있었던 건가요?”

-옛날 내가 살던 동네에 ‘임 면장’(일제시대 때 면장을 했다는 임씨 성을 가진 분임) 댁이 있었는데, 당시 그분의 땅을 밟지 않고서는 지나갈 수 없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었지.

 

“정말 부자셨던 모양이네요.”

-그 댁 집 안에 양조장이 있고 정미소가 있고, 일하는 인부가 남녀를 합치면 6~7명도 넘었을걸. 그런데 어느 핸가 고향에 내려갔을 때, 임 면장이 돌아가시고 나서 쫄망했다는 이야기를 들었거든. 어릴 적 그 댁 아들과 사위가 총 들고 사냥을 나가는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게 그려지는데.

 

“그 모습을 보고 기부를 결심했다는 것도 쉽게 이해가 되지는 않는데요.”

-주변과 자신을 둘러보는 계기가 되었지. 한때는 지난했던 가난에서 벗어나길 얼마나 간절히 원했던지. 그런데 가난이 없었던 사람들의 허망함도 함께 보았지. 감사하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대표님, 그래도 기부는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잖아요.”

-그런가? 사람을 이기적(利己的)인 사람, 이타적(利他的)인 사람, 보응적(報應的)인 사람으로 나눠보면 이기적이거나 이타적인 사람은 소수에 불과하고 보응적인 사람이 절대다수라고 했지(새뮤얼 보울스의 ≪도덕경제학≫ 중). 보응적 인간이 보듬고 지키는 가치가 사회적 가치라고 하는데, 나도 대부분의 사람 중 한 사람에 불과하지 않을까?

 

“‘나눔, 고행의 시작’이라는 명판의 내용은 알 듯 모를 듯한데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인가요?”

-소유 욕구가 본능적이라고 볼 수도 있고, 소중한 것들을 간직함으로써 얻는 기쁨도 중요한 가치 중 하나라고 할 수도 있겠지. 스스로 결정한 자신에게 용기를 주고 싶었던가 봐.

 

“대표님은 나름대로 기부에 대한 철학을 가진 셈이네요.”

-그렇게까지야. 쉬운 일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나눔으로써 부족한 자신을 채워간다는 기분이 들기는 하지.

 

“대표님께서 생각하시는 기부를 하는 이유인가요?”

-이마누엘 칸트는 ‘우리는 우리가 소유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갖지 않고도 지낼 수 있는 것으로 부유해진다’라고 했지. 어느 날 느닷없이 나를 불러낸 셈이지. 고행 아닌 고행의 길로. 오늘은 여기까지 할까?

 

[프로필] 김종봉 세무법인 더택스 대표세무사

 •(현)가천대학교 겸임교수
•(전)서울청 국선세무대리인
•(전)중부청 국세심사위원
•(전)법무법인 율촌(조세그룹 팀장)
•(전)행정자치부 지방세정책포럼위원
•가천대학교 경영학 박사 / •국립세무대학 3기

 

[조세금융신문(tf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33건의 관련기사 더보기












[이명구 관세청장의 행정노트] 가상자산과 쥐(rat)
(조세금융신문=이명구 관세청장) 최근 가상자산 ‘오지급’ 사고가 발생했다. 단순한 입력 실수, 이른바 팻핑거(fat finger)에서 비롯된 사건이었다. 숫자 하나를 잘못 눌렀을 뿐인데, 그 결과는 62조 원이라는 상상하기 어려운 규모로 번졌다. 아이러니하게도 해당 거래소는 바로 이런 사고를 막기 위한 내부통제 시스템을 이달 말 도입할 예정이었다. 기술은 준비되고 있었지만, 실수는 그보다 빨랐다. ​이런 일은 결코 낯설지 않다. 몇 해 전 한 중견 수출업체가 수출 실적을 달러가 아닌 원화로 신고하는 바람에, 국가 전체의 수출액이 10억 달러나 과다 계상되는 일이 있었다. 첨단 시스템과 자동화가 일상화된 시대지만, 휴먼에러는 여전히 우리의 곁에 있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오히려 ‘사람의 실수’를 전제로 한 제도의 중요성은 더 커진다. ​가상자산은 분명 편리하다. 국경을 넘는 송금은 빠르고, 비용은 적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그림자도 존재한다. 비대면·익명성이 강하고 사용자 확인이 어려운 특성 탓에, 돈세탁이나 사기, 불법 외환거래에 악용되는 사례가 끊이지 않는다. 새로운 기술은 언제나 새로운 기회를 주지만, 동시에 새로운 범죄의 통로가 되기도 한다. 특히 가상자
[인터뷰] 뮤지컬 '4번출구' 제작 김소정 대표...청소년 ‘삶의 선택지’ 제시
(조세금융신문=김영기 기자) “무대 위에서 가장 조용한 숨으로 깊은 소리를 만드는 오보에처럼, 이제는 소외된 아이들의 숨소리를 담아내는 무대를 만들고 싶습니다” 오보이스트에서 공연 제작자로 변신한 주식회사 스토리움의 김소정 대표가 뮤지컬 〈4번 출구〉를 통해 청소년 생명존중 메시지를 전한다. 2026년 청소년 생명존중 문화 확산 사업 작품으로 선정된 이번 뮤지컬은 김 대표가 연주자의 길을 잠시 멈추고 제작자로서 내딛는 첫 번째 공공 프로젝트다. 공연 제작자 김소정 스토리움 대표 인터뷰 내용을 통해 '4번출구'에 대해 들어봤다. ■ 완벽을 추구하던 연주자, ‘사람의 삶’에 질문을 던지다 김소정 대표는 오랫동안 클래식 무대에서 활동해온 오보이스트다. 예민한 악기인 오보에를 다루며 늘 완벽한 소리를 향해 자신을 조율해왔던 그는 어느 날 스스로에게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다. 김 대표는 “어느 순간 ‘나는 무엇을 위해 이 숨을 쏟고 있는가’라는 질문이 남았다”면서 “완벽한 소리를 위해 버텨온 시간이 누군가의 삶과 어떻게 닿아 있는지 생각하게 되면서 개인의 완성을 넘어 더 많은 사람과 만나는 무대를 꿈꾸게 됐다”고 제작사 ‘스토리움’의 설립 배경을 밝혔다. ■ 〈4(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