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두천 3.3℃흐림
  • 강릉 6.9℃맑음
  • 서울 4.7℃맑음
  • 대전 4.9℃맑음
  • 대구 5.1℃맑음
  • 울산 6.6℃맑음
  • 광주 5.5℃맑음
  • 부산 7.7℃맑음
  • 고창 1.7℃맑음
  • 제주 6.6℃구름많음
  • 강화 2.7℃맑음
  • 보은 -0.1℃맑음
  • 금산 1.0℃맑음
  • 강진군 3.1℃맑음
  • 경주시 3.0℃맑음
  • 거제 7.7℃맑음
기상청 제공

2026.02.12 (목)


[김종봉의 좋은 稅上] Before I die I want to~

(조세금융신문=김종봉 세무법인 더택스 대표세무사) ‘Before I die I want to ___________’의 공란에 누군가는 “Stay awake”라고 썼다.

 

언제부턴가 한 사람을 통해 또 다른 사람이 데자뷔되어 다가왔다. 이 지구상에 너무 일찍 와서 세상의 홀대 속에 홀연히 사라진 ‘빈센트 반 고흐’ 그리고 ‘이상’(본명 김해경). 그들이 죽기 전에 바랐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형형하게 맑은 날카로운 눈과 빳빳하게 잘 선 콧대와 단단하고 가지런한 단호한 이빨과 타고난 사치한 피부, 그런 것들의 바닥 위에 인상이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조금도 추한 느낌을 주지 않고...”

 

“열심히 노력하다가 갑자기 나태해지고 잘 참다가 조급해지고 희망에 부풀었다가 절망에 빠지는 일을 또다시 반복하고 있다.”

 

위 첫 번째 문단은 누군가의 얼굴을 표현한 글이며, 두 번째 문단은 내면의 심리상태를 설명하고 있다. 누구일까? 이 글의 끝자락에서 확인하기로 한다.

 

살아생전, 기구하고 불운한 천재 작가 ‘고흐’(1853~1890)와 ‘이상’(1910~1937), 그들의 삶은 전반적으로 피폐했다. 몽환적 느낌에 고뇌와 슬픔, 고독 그리고 우울증이 뒤따른다. 한편으로는 낭만과 자유를 마음껏 즐기려는 시도가 있었다. 나르시시즘에 고집스럽기도 하다. ‘고흐’는 간질과 우울증에, ‘이상’은 폐결핵에 시달렸다. ‘고흐’는 전도사에서 화가로, ‘이상’은 건축가에서 작가로 탈바꿈한다.

 

두 사람은 <자화상>이라는 작품을 남겼다. ‘고흐’는 생전 800여 점의 작품 중 단 한 점만이 팔렸고, ‘이상’의 다양한 작품은 이단아처럼 취급받기도 했는데, 특히, <오감도>는 일부 독자의 모욕적 비난에 연재가 중단됐다.

 

네덜란드인 ‘고흐’는 프랑스에서 권총으로 자살한다. ‘이상’은 일본(동경)에서 불령선인(사상불온 혐의)으로 체포되었다가 폐병으로 생을 마감했다. 이때가 ‘고흐’는 37세, ‘이상’은 27세였다. 짧은 생에 반해 오늘날 그들은 꺼지지 않는 스타로 살아 숨 쉬고 있으니 다행이다. 천재는 또 미완성이라고 했던가.

 

‘고흐’에게 ‘폴 고갱’이 있었다면 ‘이상’에게는 ‘금홍’(본명 연심이)이 있다. 절친이었던 고갱과 프랑스 아를에서의 동거와 불화는, 자신의 귀를 자르고 마침내 요양원에 입원하기에 이르렀다. 이때 불후의 걸작 “별이 빛나는 밤”이 탄생한다.

 

‘이상’은 황해도 온천에 요양차 들렀다 만난 기생 금홍에게 연정을 느껴 서울에서 다방 ‘제비’를 차리고 동거를 했지만, ‘금홍’의 이유 모를 손찌검에 아파하고 무능력한 ‘이상’에 실망한 사이로 전락하고 만다. 자신의 삶을 거울로 비추어 소설 “날개”로 회생시켰다.

 

고갱과 금홍이 없었다면 오늘날의 ‘고흐’와 ‘이상’도 없었을 것이다. 그들과의 만남이 운명이었다면 그것은 악연이기도 하다. 그들과의 이별이 세상과의 작별을 재촉하는 단초가 되었으니.

 

죽어서는, ‘고흐’는 프랑스 오베르 쉬르 우아즈에 동생 ‘테오’와 나란히 누워있으나, ‘이상’이 묻힌 미아리 공동묘지는 6·25동란으로 유실됐다. ‘고흐’의 유작은 수백억에 거래되고 있지만, ‘이상’의 작품을 평가하기란 쉽지 않다.

 

‘고흐’를 다룬 영화는 많다. <열정의 랩소디>(1956년), <빈센트와 테오>(1990년), <반 고흐>(1991년), <별이 빛나는 밤starry night>(1999년) 그리고 최근 <러빙 빈센트>(2017년)에 이르기까지.

 

또한, 돈 맥클린의 <빈센트>, 김창완이 부른 <해바라기가 있는 정물>, 김종서의 <starry night> 등 그를 소재로 한 노래도 적지 않다. ‘이상’의 경우 영화로는 1968년 <이상의 날개>로 개봉된 적이 있고 노래는 <봉별기(逢別記)>를 다룬 인디밴드 '가을방학'의 <속아도 꿈결> 정도다.

 

앞에서의 얼굴 이야기는 시인 서정주가 쓴 <그리운 그 이름, 이상>에서 인용했다. 그리고 자신의 내면을 이야기한 글은 ‘고흐’가 동생 ‘테오’에게 보낸 편지 내용 중 일부이다.

 

두 천재가 살아있다면 그들은 ‘Before I die I want to ______ ’의 공란에 무엇으로 채웠을까? ‘고흐’는 나의 작품을 본 사람들이 “고흐는 마음이 깊은 사람이구나,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구나”로 기억되길 원했다. 이상은 ”날자. 날자. 한 번만 더 날자꾸나. 한 번만 더 날아 보자꾸나“며 새로운 세계를 갈망하고 있었다.

 

세금이라는 딱딱하고 무거운 일을 하는 우리는, 때로는 일상에서 벗어나 ‘푸르른 날’(서정주)을 흥얼거리면서 더 많은 사람을 그리워하며 살고 싶다. 그리고 “Before I die I want to miss you”라고 쓴다.

 

 

[프로필] 김종봉 세무법인 더택스 대표세무사

 ‧ 서울청 국선세무대리인
 ‧ 중부청 국세심사위원
 ‧ 가천대학교 겸임교수

 ‧ 법무법인 율촌(조세그룹 팀장)
 ‧ 행정자치부 지방세정책포럼위원

 ‧ 가천대학교 경영학 박사/ ‧ 국립세무대학 3기

 

 

[조세금융신문(tf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33건의 관련기사 더보기












[이명구 관세청장의 행정노트] 가상자산과 쥐(rat)
(조세금융신문=이명구 관세청장) 최근 가상자산 ‘오지급’ 사고가 발생했다. 단순한 입력 실수, 이른바 팻핑거(fat finger)에서 비롯된 사건이었다. 숫자 하나를 잘못 눌렀을 뿐인데, 그 결과는 62조 원이라는 상상하기 어려운 규모로 번졌다. 아이러니하게도 해당 거래소는 바로 이런 사고를 막기 위한 내부통제 시스템을 이달 말 도입할 예정이었다. 기술은 준비되고 있었지만, 실수는 그보다 빨랐다. ​이런 일은 결코 낯설지 않다. 몇 해 전 한 중견 수출업체가 수출 실적을 달러가 아닌 원화로 신고하는 바람에, 국가 전체의 수출액이 10억 달러나 과다 계상되는 일이 있었다. 첨단 시스템과 자동화가 일상화된 시대지만, 휴먼에러는 여전히 우리의 곁에 있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오히려 ‘사람의 실수’를 전제로 한 제도의 중요성은 더 커진다. ​가상자산은 분명 편리하다. 국경을 넘는 송금은 빠르고, 비용은 적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그림자도 존재한다. 비대면·익명성이 강하고 사용자 확인이 어려운 특성 탓에, 돈세탁이나 사기, 불법 외환거래에 악용되는 사례가 끊이지 않는다. 새로운 기술은 언제나 새로운 기회를 주지만, 동시에 새로운 범죄의 통로가 되기도 한다. 특히 가상자
[인터뷰] 뮤지컬 '4번출구' 제작 김소정 대표...청소년 ‘삶의 선택지’ 제시
(조세금융신문=김영기 기자) “무대 위에서 가장 조용한 숨으로 깊은 소리를 만드는 오보에처럼, 이제는 소외된 아이들의 숨소리를 담아내는 무대를 만들고 싶습니다” 오보이스트에서 공연 제작자로 변신한 주식회사 스토리움의 김소정 대표가 뮤지컬 〈4번 출구〉를 통해 청소년 생명존중 메시지를 전한다. 2026년 청소년 생명존중 문화 확산 사업 작품으로 선정된 이번 뮤지컬은 김 대표가 연주자의 길을 잠시 멈추고 제작자로서 내딛는 첫 번째 공공 프로젝트다. 공연 제작자 김소정 스토리움 대표 인터뷰 내용을 통해 '4번출구'에 대해 들어봤다. ■ 완벽을 추구하던 연주자, ‘사람의 삶’에 질문을 던지다 김소정 대표는 오랫동안 클래식 무대에서 활동해온 오보이스트다. 예민한 악기인 오보에를 다루며 늘 완벽한 소리를 향해 자신을 조율해왔던 그는 어느 날 스스로에게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다. 김 대표는 “어느 순간 ‘나는 무엇을 위해 이 숨을 쏟고 있는가’라는 질문이 남았다”면서 “완벽한 소리를 위해 버텨온 시간이 누군가의 삶과 어떻게 닿아 있는지 생각하게 되면서 개인의 완성을 넘어 더 많은 사람과 만나는 무대를 꿈꾸게 됐다”고 제작사 ‘스토리움’의 설립 배경을 밝혔다. ■ 〈4(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