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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2.12 (목)


[김종봉의 좋은 稅上]천리길 위에서 아들에게

(조세금융신문=김종봉 세무법인 더택스 대표세무사) 한가위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늘 한가위만 같기를 바란다’는 날이다.

 

올해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이번 같은 한가위만 없기를 바란다’고 해야겠다. 그놈의 코로나 때문에, 명절을 맞아 고향 방문을 자제하자는 범정부 차원의 캠페인이 내걸렸다. 아들과 함께 고향의 부모님 산소만 다녀오기로 했다.

 

언감생심, 자동차가 없었다면 400여 킬로의 거리(서울 고성)를 당일치기할 수 있기나 했겠는가. 오며 가며, 길 위에서 자동차와 함께한 시간은 오랜만에 아들과의 대화로 채워졌다.

 

아들! 기억날지 모르겠지만, 차가 없을 때 엄마와 아빠는 너와 형을 데리고 수원까지 버스, 전철 그리고 택시로 이동했던 적이 있었단다. 수원 큰아빠는 승용차가 있었거든. 귀향길 정체가 극심할 때면 산길 같은 국도를 헤매기도 했었지. 그럴 때면 길치인 아빠가 조수석에 앉아서 지도책을 무릎 위에 펼쳐 놓고 큰 아빠 심기를 살피기도 했었지. 그 시절이 그리워지네.

 

아들! 우리 집에 굴러들어 온 첫차가 뭔지 기억나니? 25년 전쯤 엑센트 중고차였단다. 그 후, 아반떼에서 소나타, 그랜저 그리고 지금의 차에 이르기까지 3~4년에 한 번꼴로 차종이 바뀌었던 것 같아.

 

운전이 서툰 편이라 특히, 주·정차할 때 많이 힘들었는데 불편한 것도 시간이 지나고 나면 익숙해지더라. 길들어지고 나면 말이다.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에서 ‘길들여진다는 것이 어떤 것이냐’고 묻는 어린왕자에게 사막여우가 ‘사이가 좋아진다’는 의미라고 했던 장면, 너도 기억나지? 자동차도 길들여지면 보통의 사람 관계보다 더 좋은 사이가 될 것 같지 않니? 이미 그렇게 되었는지도 모르겠고.

 

아들도 운전면허가 있으니 알겠지만, 초보운전 시절이 있기 마련이지. 언젠가 한 번은 옆 차선으로 끼어들었는데, 갑자기 뒤에 있던 차가 앞으로 와서 급정거하지 않겠니. 순간 정신이 혼미해졌지. 운전석에서 사람이 내리더니 다가와서는 차 문을 세게 두드리더구먼.

 

뭔가 크게 잘못된 듯했고 불안한 마음에 차 안에서 움츠린 채 유리창만 내렸지. ‘운전을 그렇게 위험하게 하면 어떻게 하느냐’고 따져 묻더라. 그러면서 ‘미안하면 깜빡이라도 켜야 할 것 아니냐’고 했지.

 

화가 단단히 난 상태로. ‘분명히 왼쪽 깜빡이를 켰는데요’ 했더니 그 아저씨가 헛웃음을 지으면서 ‘앞으로 운전 조심히 하세요’하고는 가버리지 않겠니. 양해를 구할 때는 ‘비상 깜빡이’ 켠다는 것을 나중에야 알았지 뭐. (모두 웃는다)

 

혹시 영화 ‘킹스맨’ 본 적 있니? 요즘 TV 광고에서도 이를 패러디한 장면을 본듯한데, ‘Manners makes man’이라는 유명한 대사가 나오잖아. 운전자에게 더 잘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지.

 

출근할 때면 잠실 올림픽대로에서 한강공원 진입 2~300미터가 상습정체 구간인데, 출근 시간을 맞추기 위해서는 조금 빨리 나서거나 아니면 정체 시간을 줄이는 방법밖에 없지. 어떤 운전자와 일할 땐데, 출근 시간 조정보다 상습정체 구간에서 끼어들기를 통해 시간을 줄이는 경우가 종종 눈에 띄었거든.

 

차선(실선과 점선)마저 무시될 때면 한소리를 해도 소용이 없었지. 어느 날 “끼어들기도 앞으로 가면 갈수록 더 많은 사람으로부터 우리가 원망(비난)의 대상이 될 수 있을 것 같다”라고 했더니 그 이후부터 확연히 달라지더라.

 

진정한 인품은 언제 알 수 있을 것 같아? 운전대만 잡으면 격한 언어들이 나온다는 이야기 들어봤지? 가벼운 사고도 목소리 톤이 높아지는 순간 새로운 시빗거리가 생기게 되고. 평소의 모습과는 완전히 다른 사람을 보게 된단다. 항상 그런 건 아니더라.

 

언젠가 엄마가 운전 중에 접촉사고가 나서 아빠한테 떨리는 목소리로 전화를 한 적이 있었지. 사람이 안 다친 건 천만다행이었지. 그래서 ‘보험회사에 연락해서 도움을 받으라’하고 전화를 끊었단다.

 

그날 저녁에 피해 운전자(50대 중반의 여성 운전자였다고 함)한테 감동을 받았다 했는데 이야기인즉슨, 사고 후 차를 외곽으로 빼내야 하는데 몸이 막대기처럼 굳어서 손과 발이 움직여지질 않더라네. 그런데 피해 운전자가 대신 차를 운전해서 밖으로 이동을 시켰고 오히려 걱정하지 말라며 안심을 시켜주었다는 거야. (아이 엄마는 당시의 상황을 회상하는 듯, 진중해진 모습이다)

 

아들아! 살다 보면 항상 무슨 일이 일어난단다. 그 일 때문에 다치거나 상처받는 사람들이 생기기도 하지. 전세계적인 코로나 이슈도 그렇고 젊은이의 진로문제도 마찬가지고 세상만사가 그렇더라. 아빠는 곤경에 처했거나 아파하는 사람들을 보면 먼저 손을 내밀어주고 보듬어 주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아들아! 삶이란, (어느 순간 아들은 잠들었음에 틀림없다)

 

[프로필] 김종봉 세무법인 더택스 대표세무사

 ‧ 서울청 국선세무대리인
 ‧ 중부청 국세심사위원
 ‧ 가천대학교 겸임교수

 ‧ 법무법인 율촌(조세그룹 팀장)
 ‧ 행정자치부 지방세정책포럼위원

 ‧ 가천대학교 경영학 박사/ ‧ 국립세무대학 3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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