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두천 5.0℃맑음
  • 강릉 8.4℃맑음
  • 서울 6.4℃맑음
  • 대전 6.9℃맑음
  • 대구 8.7℃맑음
  • 울산 8.5℃맑음
  • 광주 8.1℃맑음
  • 부산 9.4℃맑음
  • 고창 6.0℃맑음
  • 제주 9.5℃맑음
  • 강화 4.1℃맑음
  • 보은 5.3℃맑음
  • 금산 6.1℃맑음
  • 강진군 7.7℃맑음
  • 경주시 7.7℃맑음
  • 거제 8.0℃맑음
기상청 제공

2026.02.12 (목)


[김종봉의 좋은 稅上] 세라비’(c'est la vie)

(조세금융신문=김종봉 세무법인 더택스 대표세무사) 11여 년 전, 집식구 이름으로 조그맣게 텃밭용 땅을 샀다. 공직을 퇴직하고 받은 퇴직금과 로펌에서의 소득 등 이리저리 돈을 보탰다. 20년 넘게 묵묵히 내조해 준 고마움과 미안함에 대한 표현이기도 했다.

 

그녀는 부동산중개업을 한 이력이 있었고, 당시 경제학 석사였던 필자도 나름 물정을 안다고 생각했지만, 사고 보니 맹지였다.

 

해당 토지는 지난해 3기 신도시 예정지구로 지정되어 연말에 토지보상 계약이 시작되었다. 그녀는 정부시책에는 적극 협조해야 한다며 지정된 당일에 바로 계약까지 마쳤다. 그날 저녁, 11년 농사일을 마감하는 자축의 자리를 마련했다.

 

첫해와 그다음 해는 전 주인처럼 옥수수와 호박, 고구마를 심었다. 전업주부로 살다가 자신의 땅이 생기니 의욕을 보였다. 농사 초보자라 걱정은 됐다. 이랑과 고랑을 만드는 것도 육체노동과 경험이 필요하다. 잡초제거도 마찬가지다.

 

뽑고 또 뽑아도, 검은 비닐을 씌워도 질긴 생명력을 감당하기 어렵다. 필자는 소유자가 그녀임을 핑계로 엔간해서는 농사일을 거들지 않았다.

 

어느 해 3월경이었다. 잡초를 태우다가 불길이 바람과 함께 밭 전체로 번진 적이 있었다. ‘불이 났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라면서 전화가 왔다. 울음과 무서움에 뒤범벅되어 있었고, 외투를 벗어 불을 끄고 있다는 다급한 목소리는 파르르 떨고 있었다.

 

누군가가 119에 연락을 했고, 헬기까지 떴다. 다행히 불은 꺼졌다. 그날 밤, 불에 그을리고 탄 머리카락과 옷을 보여주면서 옆 밭의 비닐하우스까지 번지지 않은 것이 천만다행이었다며 울다가 웃는다.

 

동네 텃세라는 것도 있다. 텃밭 주변은 대부분 미나리, 부추 등을 비닐하우스로 대량 재배하고 있었다. 유독 우리 텃밭이 물에 자주 잠겼다. 누군가가 대놓고 밭둑을 파서 물이 들어가도록 했다. 버려진 미나리나 부추와 농약병 등 갖은 쓰레기를 갖다 버리기도 했다.

 

농기구를 차에 싣고 다니는 것이 불편해서 농기구 보관시설용으로 작은 막을 설치한 후 그곳에 삽이며, 괭이, 호미, 낫, 장갑, 호박 묘종 등을 보관해 뒀는데, 그다음 날 가니 몽땅 사라졌단다.

 

그녀는 밭두렁 주변에 경계목으로 벚나무를 심기로 했다. 나무가 잘 자라니 보호목으로 적격이라면서. 이제는 농작물 대신 유실수를 심어야겠다고 했다. 농작물 경작은 힘만 들고 경제적 실익도 별로 없었다.

 

그리고 선택한 것이 ‘매실나무’였다. 70여 주의 묘목을 샀다. 개중에 30여 주는 꽃을 피우지 못했다. 심은 지 3~4년부터는 매실 수확이 가능해졌다. 5~6년차가 되면서 연간 220㎏ 정도를 수확했다. 그 이후에는 친환경 유기농 탓인지, 연간 100㎏ 정도로 줄었다.

 

다른 농작물 관리보다 수월했지만, 전지작업과 잡초제거, 그리고 수확도 만만치 않았다. 언젠가는 그녀 혼자 전지작업을 하고 있으니, 이웃 주인이 “아니 그 집 아저씨는 뭐하시고 매번 혼자 나와서 고생하시냐”는 소리를 들었단다. 그러는 사이 동네 사람들과의 친분도 한겹 한겹 쌓여갔다.

 

결실의 계절이 되면 동네 지인들과 수확의 기쁨을 나누었다. 알고 지낸 지 20년이 넘은 태준이네‧혁주네, 사루‧재금이 언니, 진숙씨 등이 단골 멤버였다. ‘세라비’(c'est la vie)라고 했던가. 풍요로운 해도 있었지만, 벌레들이 기성을 부려 제대로 된 매실을 구경하기조차 힘든 시기도 있었다. 매실을 잘 다듬어서 20ℓ짜리 유리병에 설탕과 다져 넣은 후 1년을 묵혔다. 액기스는 친척들과 지인들에게도 나누어도 주고, 사무실에서 직원들과 함께 먹고도 있다.

 

한껏 분위기가 오르고 그녀의 이야기가 마무리되어갈 즈음,

“그런데 보상금 나오면 세금은 어떻게 되는 거야?” “어? 그거, 당신이 8년 자경했으니 세금은 안 나올걸?” “…” “묘목, 농기구 등 구입한 증빙 있지? 사진 찍어 둔 것도 있지?” “뭐야, 세금을 내야 한다는 거야, 안 내도 된다는 거야?”

 

“당신이 자경했다는 명백한 증거인 내가 있으니까 걱정하지 마.”

아웅다웅 그렇게 밤은 깊어 갔다.

 

[프로필] 김종봉 세무법인 더택스 대표세무사

 ‧ 서울청 국선세무대리인
 ‧ 중부청 국세심사위원
 ‧ 가천대학교 겸임교수

 ‧ 법무법인 율촌(조세그룹 팀장)
 ‧ 행정자치부 지방세정책포럼위원

 ‧ 가천대학교 경영학 박사/ ‧ 국립세무대학 3기

[조세금융신문(tf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33건의 관련기사 더보기












[이명구 관세청장의 행정노트] 가상자산과 쥐(rat)
(조세금융신문=이명구 관세청장) 최근 가상자산 ‘오지급’ 사고가 발생했다. 단순한 입력 실수, 이른바 팻핑거(fat finger)에서 비롯된 사건이었다. 숫자 하나를 잘못 눌렀을 뿐인데, 그 결과는 62조 원이라는 상상하기 어려운 규모로 번졌다. 아이러니하게도 해당 거래소는 바로 이런 사고를 막기 위한 내부통제 시스템을 이달 말 도입할 예정이었다. 기술은 준비되고 있었지만, 실수는 그보다 빨랐다. ​이런 일은 결코 낯설지 않다. 몇 해 전 한 중견 수출업체가 수출 실적을 달러가 아닌 원화로 신고하는 바람에, 국가 전체의 수출액이 10억 달러나 과다 계상되는 일이 있었다. 첨단 시스템과 자동화가 일상화된 시대지만, 휴먼에러는 여전히 우리의 곁에 있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오히려 ‘사람의 실수’를 전제로 한 제도의 중요성은 더 커진다. ​가상자산은 분명 편리하다. 국경을 넘는 송금은 빠르고, 비용은 적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그림자도 존재한다. 비대면·익명성이 강하고 사용자 확인이 어려운 특성 탓에, 돈세탁이나 사기, 불법 외환거래에 악용되는 사례가 끊이지 않는다. 새로운 기술은 언제나 새로운 기회를 주지만, 동시에 새로운 범죄의 통로가 되기도 한다. 특히 가상자
[인터뷰] 뮤지컬 '4번출구' 제작 김소정 대표...청소년 ‘삶의 선택지’ 제시
(조세금융신문=김영기 기자) “무대 위에서 가장 조용한 숨으로 깊은 소리를 만드는 오보에처럼, 이제는 소외된 아이들의 숨소리를 담아내는 무대를 만들고 싶습니다” 오보이스트에서 공연 제작자로 변신한 주식회사 스토리움의 김소정 대표가 뮤지컬 〈4번 출구〉를 통해 청소년 생명존중 메시지를 전한다. 2026년 청소년 생명존중 문화 확산 사업 작품으로 선정된 이번 뮤지컬은 김 대표가 연주자의 길을 잠시 멈추고 제작자로서 내딛는 첫 번째 공공 프로젝트다. 공연 제작자 김소정 스토리움 대표 인터뷰 내용을 통해 '4번출구'에 대해 들어봤다. ■ 완벽을 추구하던 연주자, ‘사람의 삶’에 질문을 던지다 김소정 대표는 오랫동안 클래식 무대에서 활동해온 오보이스트다. 예민한 악기인 오보에를 다루며 늘 완벽한 소리를 향해 자신을 조율해왔던 그는 어느 날 스스로에게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다. 김 대표는 “어느 순간 ‘나는 무엇을 위해 이 숨을 쏟고 있는가’라는 질문이 남았다”면서 “완벽한 소리를 위해 버텨온 시간이 누군가의 삶과 어떻게 닿아 있는지 생각하게 되면서 개인의 완성을 넘어 더 많은 사람과 만나는 무대를 꿈꾸게 됐다”고 제작사 ‘스토리움’의 설립 배경을 밝혔다. ■ 〈4(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