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가족 간 유류분 상속분쟁으로 장수기업이 쪼개지는 불상사를 막기 위해 가업승계신탁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는 정책제언이 나왔다.
가업승계신탁을 도입하면, 가업상속자녀에게 의결권을 보장하면서도 비상속 자녀에 대한 경제적 이익 역시 보전해 줄 수 있다는 것이다.
가업상속공제 등 장수기업 육성 세제 특례에서 가업승계신탁을 허용하는 조항을 두는 것이 선결과제로 꼽힌다.
오영표 신영증권 패밀리헤리티지 본부장은 25일 오전 10시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열린 ‘금융세제 선진화 방안 세미나’를 통해 “가업승계를 목적으로 한 유언대용신탁의 경우 의결권 행사지시권과 원본 행사지시권과 원본 및 이익수익권 100%가 넘어가는 경우 가업상속공제를 받기 위한 사전보유조건을 유지하는 것으로 예외조항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장수기업 육성을 위해 기업주의 사망으로 가업 기업을 상속·증여 시 세금을 공제해주는 가업상속공제, 가업증여특례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그러나 가업을 물려받지 못한 자녀들이 유류분 반환 청구소송을 제기해 가업상속 자녀가 지배주주 위치를 유지하지 못하게 될 경우 회사가 타인의 손에 넘어가는 등 장수기업을 유지하지 못한다는 문제점이 있다.
일본의 경우 이를 해소하기 위해 가업기업 지분의 의결권을 가업 상속자에게 두되 다른 자녀들에게도 유류분 수준의 수익권을 배분하는 가업상속신탁을 도입했다.
예를 들어 선대 지배주주가 가업상속을 위해 신탁회사와 유언대용신탁 계약을 맺으면 사후 경영권 상속 대상 자녀에게 모든 상속 지분의 의결권을 주되 배당과 양도차익 등 경제적 수익권은 유류분 수준 정도로 각 자녀에게 배분할 수 있다.
하지만 국내 세법에 가업승계신탁을 적용하면, 가업상속공제나 가업증여특례 혜택을 받을 수 없다.
가업승계특례는 상속자녀에게 가업 지분의 소유권이 귀속돼야 하는 사전보유조건을 충족해야 하기 때문이다.
오 본부장은 “가업승계신탁의 작동을 목적으로 유언대용신탁을 설정하면 형식적으로 소유권은 신탁회사에 남지만, 실질적인 의결권과 경제적 수익권은 신탁의 수익자인 자녀들에게 넘어간다”며 “신탁 계약은 최종적으로는 수익자를 위해 재화를 대리해서 운용하는 계약이므로 소유권이란 법률적 형식보다 경제적 실질을 쥐고 있는 수익자 위주로 과세제도를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 본부장은 현행 유언대용신탁도 관련 세제도 수익자 중심으로 개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언대용신탁은 상속인(부모 등)이 사망 시 자녀(자녀 등)에게 수익이 귀속되는 것을 전제로 운영하는 신탁제도다.
위탁자 사후 원본수익권과 이익수익권이 분리된 경우 원본수익자가 전부 상속받은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원본수익권이란 신탁계약 내 첫 번째 수익자가 가지는 권한이다. 원본 수익이 있더라도 그 수익의 일부 또는 전부를 타인에게 넘겨주는 신탁계약의 경우 넘겨주는 만큼 타인에게 이익수익권이 넘어간다.
이 경우 신탁계약과 무관하게 수익권을 얼마나 쥐느냐에 따라 세금을 매기는 것이 합당하며, 원본수익권자라고 해도 상속세 과세는 ‘총 신탁재산 평가금액에서 이익수익권 평가금액을 뺀 나머지’가 되는 것이 합당하다는 것이다.
또한, 유언대용신탁 중 정기지급형 수익권에 대해 법 규정이 불명확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기지급형 수익권 계약의 경우 위탁자 사후 신탁계약이 유지되는 동안 신탁재산 원본을 나누지 않고 정기적인 지급을 하도록 설정한다.
현행 상속세법에서는 신탁재산의 분할 지급에 따라 현가로 할인된 금액이 상속세의 과세기준인지 아니면 위탁자 사망 시 신탁재산 전체가 과세기준인지 명확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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