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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칼럼] '계약금'에 관해 잘 알고 있나요?

 

(조세금융신문=임다훈 변호사) 매매, 임대차 등 실생활에서 계약금을 주고받는 사례는 수없이 많다. 매도인, 임대인 입장에서는 계약금을 받고 나중에 계약을 진행하기 싫은 경우에는 특별한 이유를 대지 않아도 단지 받은 계약금 배액만을 상환함으로써 계약 자체를 해제할 수 있다. 반대로 매수인은 지급한 계약금을 포기함으로써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이것은 계약금이 ‘해약금’으로서의 성질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민법 제565조. 실무상 용어로 ‘해약금 해제’. 이하 동일).

 

보통 여기까지는 잘 알고 있다. 그러나 구체적인 상황에서 이런 해약금 해제가 가능한지, 그리고 계약이 불발된 경우 계약금을 몰취할 수 있는지(매도인, 임대인 입장) 혹은 계약금의 배액을 배상받을 수 있는지(매수인, 임차인 입장)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실제 재판 과정에서도 이를 판단하는 것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오늘은 계약금에 대해 몰랐던 부분을 몇 가지 짚어보고자 한다.

 

시기의 문제

 

매도인 A는 서울 소재 아파트를 10년째 소유하고 있다. 집값이 1년 전보다 크게 오르자, 매도 타이밍이라고 생각하고 매물을 내놔 흡족한 금액으로 계약을 체결했다. 매매대금의 10%를 계약금으로 받았는데, 이게 웬일인지 계약 체결 이후로도 집값이 크게 오르고 있는 것이다. 곧 중도금 날짜가 다가오기 때문에, 빨리 계약금 배액을 상환하고서라도 해약금 해제를 하고 싶다.

 

그러나 통장을 확인해보니, 매수인이 이미 중도금을 지급한 것이다. 깜짝 놀라 매수인에게 ‘아니 중도금 날짜도 안됐는데 허락도 없이 왜 이렇게 빨리 지급하냐. 안 받은 걸로 하고 해약금 해제하겠다’고 하니 매수인이 웃으면서 ‘안될 걸요’라며 여유를 부린다. 이런 경우 매도인 A는

해약금 해제를 할 수 있을까.

 

정답은 X다.

해약금 해제는 중도금 지급 전까지만 할 수 있고, 중도금 지급은 중도금 지급기일 이전에 하더라도 특별히 문제될 게 없기 때문이다. 물론 매도인은 중도금 지급기일까지 시세를 살펴보고 해약금 해제를 할 수 있는 권리를 유보하는 정도의 이익은 있지만, 중도금을 미리 지급하는 것이 특별히 부당한 경우가 아니고서야 매수인은 중도금을 미리 지급함으로써 매도인의 해약금 해제권을 봉쇄할 수 있고, 이는 대법원도 인정하는 방법이다.

 

해약금 해제는 ‘상대방이 이행에 착수하기 전까지’ 가능하므로(민법 제565조 제1항), 중도금이 지급되면 이미 상대방이 계약을 이행하고 있으므로 중도금 지급기일 도래 여부에 관계 없이 해약금 해제를 못한다는 것이다. 이는 매수인 입장에서 잘 활용하면 좋다. 집값이 오른다 싶으면 신속하게 중도금을 지급하는 것이다.

 

다만, 계약상 중도금 지급기일 전에 중도금을 지급할 수 없다는 특약이 있거나, 매도인에게 중도금 지급기일이 특별히 이익이 되는 사정이 있고 이를 매수인에게 확실히 표시했다는 등의사정이 있으면, 매도인에게도 중도금 지급기일에 관한 이익이 있는 것이므로 이런 경우에는 매수인이 중도금을 미리 지급함으로써 매도인의 해약금 해제를 봉쇄하는 것은 허용되지 아니하기 때문에, 계약서나 의사표시 내역을 잘 살펴보아야 하겠다.

 

의사표시의 문제

 

매도인 B는 마찬가지로 매매대금의 10%를 계약금으로 받은 사람이다. 그런데 매수인이 중도금 지급기일이 도래했음에도 중도금을 하염없이 지급하지 않고 있다. 수차례 전화로 독촉을 했으나 은행대출이 안된다는 등 중도금을 지급할 의사가 전혀 없는 것 같아, 계약이 끝난 것으로 생각하고 다른 매수인을 찾아 계약을 체결하고 등기까지 이전했다.

 

이미 매수인이 계약을 불이행하였으므로 매도인 B는 계약금을 당연히 몰취한다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매수인이 연락오더니 계약금 돌려달라는 것이다. 매도인 B는 매수인이 중도금을 지급하지 않아 매도 타이밍을 놓친 손해도 있고, 스스로 의무를 저버린 매수인의 계약금을 돌려달라는 말에 잔뜩 화가 났다. 이런 경우 매도인 B는 계약금을 몰취할 수 있을까.

 

안타깝지만 이번에도 정답은 X다.

계약금을 몰취하는 것은, 계약금이 해약금이라서 그런 것이 아니라, 위약금으로서의 성질을 가지기 때문이다. 상대방이 약속을 어겼으므로 계약금을 손해배상으로 받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 다만 계약금이 자동적으로 위약금이 되지는 않는데, 표준 매매계약서에 대부분 ‘상대방의 의무 불이행이 있는 경우 서면으로 최고하고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이때 손해배상금은 별도의 약정이 없는 한 계약금을 손해배상의 기준으로 본다’고 하는 규정이 있으므로 대개 이 규정에 근거하여 계약금이 위약금으로서의 성질을 가지게 된다. 그런데 위 문구를 잘 살펴보면, “서면으로 최고하고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고 기재되어 있다.

 

이는 단순히 상대방이 의무를 불이행한다는 사실에 더하여, “서면 최고”가 필수적이고, 나아가 이러한 서면 최고가 없었다면 단순히 상대방이 의무를 불이행한다는 사실만으로는 계약금을 몰취할 수 없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매도인 B는 당시 내용증명 등으로 “서면 최고”한 사실이 없기 때문에, 주어진 사실관계 하에서는 계약금을 몰취할 수 없다. 다만, 당사자 사이의 통화 내역, 문자 메시지 등 여러 가지 사정에 비추어서 매수인이 계약금을 스스로 포기하였다는 사실을 발굴(?)해내어 매도인 A의 억울함을 풀어야 하는 것은 변호사의 일이겠다.

 

계약금 몰취는 실로 ‘불로소득’이므로 재판부는 이를 엄격하게 보려는 경향이 다소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계약 체결 과정, 계약서 작성 과정에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필요가 있겠다.

 

 

[프로필] 임다훈 변호사 법무법인 청현 변호사

• OBS 행복부동산연구소 고정출연
• 사법연수원 제45기 수료
• 사법시험 제55회 합격
• 성균관대학교 법학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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