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임다훈 변호사) 최근 매매가, 전세가 하락으로 집주인이 전세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더불어 거래 숫자도 줄어 새로운 임차인을 구하기도 어려워져, 퇴거하는 현 임차인에게 돌려줄 전세금을 마련하기가 어려워진 것이다.
이때 결국 집이 경매로 넘어가게 된다면 현 임차인으로서는 경매에서 우선변제 받는 방법으로 전세금을 회수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애초에 임대차계약을 중개한 공인중개사가 알려준 것과는 달리 해당 다가구주택 다른 호실에 거주하는 선순위 임차인이 너무 많아서 내가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게 된 경우에는 어떨까. 즉 애초에 계약할 때는 공인중개사가 별 말이 없었는데, 알고보니 선순위 임차인이 많았는데도 불구하고 공인중개사가 불충분한, 부정확한 정보를 알려줘 결국 경매에서 보증금을 변제받을 수 없게 된 상황이라면, 이때 공인중개사에게 책임을 물을 수도 있을까.
공인중개사법과 대법원 판결
공인중개사법은, 공인중개사는 중개행위를 하는 경우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하여 거래당사자에게 재산상의 손해를 발생하게 한 때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한다(제30조 제1항).
여기서 과실이란 공인중개사로서 기울어야 할 주의의무를 게을리한 것을 뜻한다. 공인중개사는 공인중개사법상 해당 중개대상물의 상태, 입지 및 권리관계, 법령의 규정에 의한 거래 또는 이용제한사항 등을 확인하여 중개 의뢰인에게 성실, 정확하게 설명하고, 관련 근거자료를 제시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제25조). 이때 교부되는 것이 ‘중개대상물 확인, 설명서’이다.
그런데 만약 등기부나 대장을 발급받아도 알 수 없는 사실, 가령 다가구주택에서 선순위 임차인의 보증금 액수는 임대인이 알려주지 않는 한 공인중개사로서도 알기 어렵다. 이는 해당 다가구주택을 임차하려는 사람에게는 매우 중요한 사실임에도 불구하고 임대인이 알려주지 않는 경우에는 알 방법이 없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공인중개사가 ‘임대인이 알려주지 않아서 모르겠다’고 단순히 고지만 한 경우에는, 추후에 임차인에 대하여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할 수도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선고되었다.
주요 판시 부분을 인용하면, “공인중개사로서는 임대인이 관련 자료제공을 거부해 실상을 정확히 알기 어려웠더라도, 다가구주택의 규모와 전체 세대수, 인근 유사 부동산의 임대차보증금 시세에 비추어 임대인이 구두로 알려 준 금액이 실제와 차이가 클 수 있고 상당수의 소액임차인도 있다는 것 정도는 충분히 알 수 있었는데도,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에 임대인이 각 호실별 임대차보증금은 함구한 채 그 합계라고 알려준 금액을 그대로 적어 주었을 뿐 그 내용이 불충분하거나 부정확할 수 있음은 알리지 않았으므로 갑 등에게 그릇된 정보를 전달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판시하였다.
위와 같은 사실을 만약 임차인이 알았더라면 계약을 체결하지 않을 정도의 중요한 사항이므로, 그로 인하여 임차인이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게 되었다면 공인중개사가 이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판결의 의미
위 판결의 의미를 생각해보자면, 공인중개사가 다분히 형식적으로 중개행위를 하는 거래관행에 대하여 제동을 거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최근 부동산 거래의 객관적 수치가 많이 줄어서 공인중개사가 어떻게든 중개수수료를 받기 위하여 다소 무리하게 계약을 성사시키기는 경우가 있다. 이때 필수적으로 고지해야 할 사항을 고지하지 않거나 등기부나 대장에 기재되어 있는 형식적인 내용에 대해서만 알려주거나 함으로써, '부족한 + 부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위와 같은 판시를 참고해서 공인중개사로서나, 임차인으로서나 계약 체결시 주의해야겠다.
[프로필] 임다훈 변호사 법무법인 청현 변호사
• 사법연수원 제45기 수료
• 사법시험 제55회 합격
• 성균관대학교 법학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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