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임다훈 변호사) 들어가며
주택임대차보호법이 2020. 7. 31. 개정되면서 소위 ‘2+2’를 가능하게 해주는 갱신요구권이 도입되었다. 임차인의 갱신요구에 대해 임대인이 정당한 사유(자신이 실제 거주하는 등)가 없는 한 거절하지 못하게 됨에 따라, 임차인의 거주권이 강력히 보장되게 되었다.
다만 경제적으로는 ‘2년짜리’ 임대차계약이 기본적으로 ‘4년짜리’로 늘어나면서, 그만큼 전월세 금액 폭등에 조력했다는 평도 있다. 이제 주택임대차보호법이 개정된지 4년이 도래하면서, 그로 인한 효과가 어떨지 지켜볼 때에 이르렀다. 법이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겠다.
실거주 갱신 거절이란
임차인의 갱신요구권 도입에 대해 비판도 많았다. 임대인의 권리가 지나치게 제한된다는 것이다. 임대인 자신이 실제 거주하지 않는 한, 갱신을 거절할 수 없다는 것으로, 도입 당시 ‘실제 거주’의 의미에 관한 분쟁이 발생할 것이라는 것은 충분히 예측되었다.
개정법의 주요내용은, 임대인은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갱신을 거절할 수 없지만, 자신 또는 그 직계존‧비속이 실제 거주할 계획이라면 갱신을 거절할 수 있다는 것이다(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의3 제1항 제8호). 그런데 임대인이 실제 거주할 계획임을 밝히면서 임차인의 갱신요구를 거절한 이후에, 자기가 실제 거주하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 임대한 경우에는 임대인은 임차인이 입은 손해를 배상하여야 한다(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의3 제5항).
눈치채셨을 수도 있겠지만, 실제 거주할 ‘계획’이라는 점에서, 미래의 일이다. 갱신 거절의 의사전달은 시점으로 따지면 계약 종료기간 전에 있어야 하므로, 나중에 실제 거주할 계획이 있다는 점에 대해서만 밝히면 그만이다. 물론 그 후 실제 거주하지 않으면 손해배상책임을 물게 된다.
대법원 2023. 12. 7. 선고 2022다279795 판결
대법원은 실거주 ‘계획’이 미래의 일이라는 점에 대해 인식하고, 이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에 관하여 최근 판결을 선고하였다.
2020. 7. 31. 법률 제17470호로 개정된 주택임대차보호법(이하 ‘주택임대차법’이라고 합니다)에서 신설된 제6조의3 제1항 제8호에 의하여 임대인이 임차인의 계약갱신 요구를 거절할 수 있는 사유인 “임대인(임대인의 직계존속‧직계비속을 포함합니다)이 목적 주택에 실제 거주하려는 경우”에 있어서의 ‘실제 거주하려는 의사’의 존재는 임대인이 단순히 그러한 의사를 표명하였다는 사정이 있다고 하여 곧바로 인정될 수는 없지만, 임대인의 내심에 있는 장래에 대한 계획이라는 위 거절사유의 특성을 고려할 때 임대인의 의사가 가공된 것이 아니라 진정하다는 것을 통상적으로 수긍할 수 있을 정도의 사정이 인정된다면 그러한 의사의 존재를 추인할 수 있을 것이며, 이는 임대인의 주거 상황, 임대인이나 그의 가족의 직장이나 학교 등 사회적 환경, 임대인이 실제 거주하려는 의사를 가지게 된 경위, 임대차계약 갱신요구 거절 전후 임대인의 사정, 임대인의 실제 거주 의사와 배치‧모순되는 언동의 유무, 이러한 언동으로 계약갱신에 대하여 형성된 임차인의 정당한 신뢰가 훼손될 여지가 있는지 여부, 임대인이 기존 주거지에서 목적 주택으로 이사하기 위한 준비의 유무 및 내용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할 수 있다. |
이 판결의 사안은, 임대인인 원고가 임차인인 피고들과 사이에 아파트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고 임대차기간 만료에 즈음하여 피고들에게 원고와 그 배우자 및 자녀가 이 사건 아파트에서 거주할 계획이라고 밝히며 이 사건 임대차계약을 갱신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시한 것에 대하여 피고들이 원고에게 계약갱신을 청구한다는 통보를 한 사안이다.
이에 대하여 원심은 갱신 거절을 인정하였으나 대법원에서 뒤집혔다. 대법원은 구체적으로 △원고가 변론 과정에서 이 사건 아파트에 실제 거주하려는 사유를 달리 주장하고, 그와 같이 사유가 바뀌게 된 데에 대한 합리적인 설명을 하지 않은 점, △원고와 그 배우자는 이 사건 아파트 말고도 이 사건 아파트 인근에 다른 아파트와 다른 지역에도 주택을 소유하고 있는 점, △원고가 이 사건 임대차계약의 갱신 거절을 할 무렵에 원고는 자녀 교육을 위하여 다른 지역에 있는 주택에 자녀들과 함께 거주하고 있었고, 원고 배우자는 직업상 이유로 이 사건 아파트 인근의 다른 아파트에서 거주하고 있었으므로, 원고와 원고 가족에게 이 사건 임대차계약의 갱신을 거절하고 이 사건 아파트에 거주하여야 할 만한 사정이 있었다고 보이지 않는 점 등을 고려하면, 원고가 드는 사정만으로는 이 사건 아파트에 실제 거주하려는 의사가 가공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통상적으로 수긍할 수 있을 정도라고 인정하기에는 의문의 여지가 있다고 판시한 것이다.
그동안 하급심에서는 판결이 있었으나, 대법원에서 실거주의 의미에 관하여 처음 판단함으로써 임대인과 임차인 사이 분쟁에 길잡이 역할을 하고 있다. 임차인의 손을 들어주는 결론을 내렸지만, 임대인이 어떤 상황이 되어야만 갱신 거절을 할 수 있는지도 밝혀주고 있어 참고할만하다.
[프로필] 임다훈 변호사 법무법인 청현 변호사
• 사법연수원 제45기 수료
• 사법시험 제55회 합격
• 성균관대학교 법학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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