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임다훈 변호사) 우리 법에서는 상가 임대인에게 명시적으로 업종 제한 의무를 부여하지 않는다. 임차인끼리 업종이 겹치지 않게 하여야 한다든지, 다양한 업종의 임차인을 받아야 한다든지, 임대인이 그렇게까지 할 의무는 없는 것이다.
다만 당사자 사이의 약정에 따라 이러한 의무를 부여할 수는 있다. 임대인이 횟집을 운영하는 임차인과 사이에 임대차계약을 체결하면서 특약사항에 ‘임대인은 앞으로 이 건물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임차인을 받지 않는다’는 내용을 기재하는 등 임대인 및 향후 임차인의 동종영업을 제한한 경우에는 약정에 따른 의무가 발생한다. 이를 위반한 경우에는 횟집을 운영하는 임차인이 임대인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거나 새롭게 들어온 횟집을 운영하는 임차인에 대해 영업금지청구, 가처분 등을 할 수 있다.
업종제한 약정이 없는 경우
임대인과 임차인 사이에 약정이 없는 경우에는 임대인이 업종을 가리지 아니하고 어떤 임차인이든 받아도 될까. 그렇지 않다. 민법상 임대인은 임차인에 대하여 사용, 수익에 필요한 상태를 유지하게 할 의무를 부담하기 때문이다(민법 제623조). 여기에는 다양한 의무가 포함될 수 있는데, 인도의무, 방해제거의무, 수선의무, 하자담보책임, 비용상환의무 등이 그것이다. 상가 업종제한과 관련된 것은 ‘방해제거의무’라고 볼 수 있겠다. 우리 대법원은 다음과 같이 보고 있다.
대법원 2010. 6. 10. 선고 2009다64307 판결
임대인은 일반적으로 임차인에 대하여 임대차목적물을 임차인에게 인도하고 계약이 존속하는 동안 그 사용‧수익에 필요한 상태를 유지하게 할 의무를 부담한다. 그리고 건물부분의 임대차에서 별도의 약정이 있는 경우에는 거기서 더 나아가 임대인은 그 소유 건물의 다른 부분에서 제3자가 임차인이 임대차목적물에서 행하는 영업등 수익 활동을 해할 우려가 있는 영업 기타 행위를 하지 아니하도록 할 의무를 임차인에 대하여 부담할 수 있음은 물론이다. 그러한 약정은 다른 계약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반드시 계약서면의 한 조항 등을 통하여 명시적으로 행하여질 필요는 없고, 임대차의 목적, 목적물 이용의 구체적 내용, 임대차계약관계의 존속기간 및 그 사이의 경과, 당사자 사이의 인적 관계, 목적물의 구조 등에 비추어 위와 같은 내용의 약정이 인정될 수도 있다. |
상가 업종 제한에 관한 임대인과 임차인 사이의 묵시적 약정은, 단순히 여러가지 사정을 고려하여 그런 약정이 인정될 수도 있다는 뜻으로 이해하면 되겠다.
위 판결은 ‘연구원 건물 내에서의 복사실 영업’이 문제 된 사안이다. 임대인이 임차인의 복사실 영업에 관한 수익활동을 해하지 않을 의무가 있다고 판시하면서 임대인이 다른 업체에 같은 건물 내에서 복사실을 운영하는 것을 허용하는 것은 부당하며, 따라서 임대인은 기존 임차인에게 영업손실을 보상하라는 판결이 내려졌다. 연구원 건물이라는 특수성, 복사실 임대차계약 당시 책정된 임대료의 액수 등 여러가지 사정을 고려하여 일종의 복사실 독점계약이 있었던 것으로 추측된다.
구체적 사안의 특수성 고려해야
최근에는 어느 상가 건물에 가더라도 커피숍은 하나씩 있는 것 같다. 한 건물에 수 개의 커피숍이 존재하는 경우도 더러 있고, 그런 경우를 모두 업종제한약정 위반으로 보기도 어렵다. 명시적인 업종제한 약정이 있지 않는한, 해당 건물의 상태, 임대차계약의 구체적 내용 등 여러가지 사정을 종합하여 업종제한 약정 위반 여부를 판단할 수 있겠다.
[프로필] 임다훈 변호사 법무법인 청현 변호사
• 사법연수원 제45기 수료
• 사법시험 제55회 합격
• 성균관대학교 법학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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