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황성필 변리사) 스피커를 만드는 대한전자의 김부장은 오늘도 고민이 많다. 그의 업무는 전세계에서 열리는 박람회를 돌아다니면서 경쟁사들의 신제품들에 대한 정보를 입수하는 것이다. 처음 입사했을 때는 경쟁사 사람들도 그의 얼굴을 몰라보았기 때문에, 그들의 부스를 방문하여 깊이 있는 설명을 듣기도 수월했고, 다양한 자료도 얻을 수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그의 얼굴은 점점 알려지게 되었고, 경쟁사들이 그의 역할을 간파하여 이제는 그를 문전박대하기 일쑤이다. 물론 얼굴을 모르는 신입사원들을 보낼 수도 있을 텐데, 그렇게 될 경우 경쟁사 제품에 대한 기본적인 파악조차 하고 오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아무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더구나 코로나가 터지고 나니, 박람회에 참가할 수도 없기에 경쟁사 제품에 대한 정보들을 얻는 것은 더욱 요원해진 상태이다. 김부장처럼 발품을 열심히 파는 것도 중요할 것이나, 4차산업혁명의 시대에 뒤떨어진 것은 맞는 것 같다. 경쟁사의 정보를 합법적으로 입수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합법적으로 경쟁사의 정보 얻는 방법
기업에서 R&D를 진행하는 방법에는 여러가지가 있다.
영화를 보면 간밤의 꿈에서 신내림을 받아 발명을 만드는 경우도 있다. 천재형이라고나 할까. 그러나 현실에서는 거의 불가능하다. 다른 방법을 생각해보면, 산업스파이를 경쟁사에 파견하여 기술을 훔쳐온다든가 하는 방식도 뉴스에서 자주 보도된다.
박람회 등에서 자료들을 구하는 방법은 과거 기업들이 많이 활용했다. 일단 가장 쉬운 방법이 있다. 지식재산권 검색이다. R&D를 할 때 가장 쉬운 방법인 공개된 특허를 열람하는 방법을 아직도 많은 기업에서 잘 모르는 것 같다.
안다고 하더라도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않는 것 같다. 또 안다고 하여도 특허만을 검색할 뿐, 디자인과 상표를 검색하지 않는다. 경쟁사는 아무 생각 없이 상표출원을 하지 않는다. 그들의 상표에는 어떤 사업을 전개할 것인지에 대한 비전이 함축적으로 담겨 있다. 트렌드, 기업의 방향성, 개발하는 기술들이 모두 합체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허를 등록받는 경우 왜 독점, 배타권을 부여하는가? 발명자가 엄청난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 대단한 기술을 개발했기 때문에 그 보상에 대한 대가라고 생각하는가? 아쉽지만 많은 발명가들이 그렇게 생각한다.
그러나 전혀 그렇지 않다. 현대의 개념에서 특허는 발명을 대중에게 공개한 대가로 일정 기간 동안 독점권을 부여하는 행정처분이다. 즉, 발명의 공개에 따라, 그 발명을 일반 대중이 누구나 열람함으로써 산업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기 때문에 부여하는 권리라는 것이다.
따라서, 특허는 반드시 공개가 되어야 하며, 일정한 시점이 지나면 누구든지 열람이 가능하고, 상업적인 목적이 아닌 연구 실험을 할 목적으로는 누구든지 해당 특허를 실시할 수 있다.
경쟁사에 대한 정보는 특허검색, 디자인 검색 그리고 나아가 상표검색을 통하여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대한전자의 경쟁사가 일본전자라고 하자. 일본전자의 특허들을 키프리스에서 검색해보면, 대한민국에 출원한 특허, PCT특허, 각종 해외에 출원한 특허에 대한 검색이 가능하다.
살펴보니 매우 좋은 일본 특허가 있긴 한데, 회사 경영의 악화 혹은 담당자의 판단 실수로, 한국과 중국에 진입 기한을 놓쳤을 수도 있다. 대한전자는 이런 경우 동일한 제품을 중국에서 생산하여 한국에서 판매하는 것을 검토해볼 수도 있다. 또한, 반드시 유의해야 할 사항이 있다.
경쟁사만 검색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는다. 세상에는 사업화에는 실패했으나 좋은 기술을 가진 수많은 중소기업, 개인발명가가 존재한다. 사업화하고 싶은 제품과 관련된 적절한 키워드들을 조합하여 IP5(대한민국, 일본, 중국, 미국, 유럽)에서 검색을 해보면, 우리도 모르는 스타트업이 정말 좋은 특허를 가지고 있는 것을 발견할 수도 있다.
이 경우 굳이 많은 돈을 들여 새롭게 R&D를 하기보다는 해당 기술에 대한 라이선스 체결, 특허 양도 등을 진행하여 서로 윈윈하는 구조를 만들어볼 수도 있다. 대한민국특허청의 키프리스(www.kipris.or.k)를 적극 활용해 보자.
[프로필] 황성필 만성국제특허법률사무소 파트너 변리사
· 이엠컨설팅 대표
· LESI(국제라이선싱 협회) YMC Korea Chair
· 연세생활건강, 국제약품, SBS 콘텐츠허브, 디스패치 자문 변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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