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황성필 변리사) 80년대 초등학교 시절 토요일만 되면 TV 앞에 앉아서 AFKN이 “잘” 나오기만을 기다리곤 했었다. AFKN 수신이 되지 않는 경우도 다반사였기 때문에 티비가 잘 나오기를 고대했던 것이다. 무엇보다 WWF에 헐크호건과 워리어가 나오는 날이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그 시절 AFKN은 어릴 적 외국 콘텐츠를 즐길 수 있었던 몇 안되던 수단이었다.
AFKN에서는 시도 때도 없이, 미국 공군을 멋지게 자랑(?)하는 장면을 많이 내보냈는데, 그때 함께 나오던 노래가 정말 인상적이었다. 사실 그때에는 미국산 가수들에 대한 지식이 전무한 초등학생이지라, 노래의 제목도 모르고 가수가 누군지도 모르고 있었다.
필자가 건즈앤로지즈, 메탈리카 그리고 엑스 재팬에 심취해 있던 고등학교 때가 되어서야, 비로소 이 노래가 미국 밴드인 밴 헤일런(Van Halen)의 곡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노래의 제목이 “Dreams”라는 것도 알 수 있었다.
세계 최고의 기타리스트 중 한 명으로 손꼽히는 에디 밴 헤일런(Eddie Van Halen)이 만든 밴드가 바로 밴 헤일런이다. 마이클 잭슨의 명곡인 “Beat It”에서 기타를 담당했던 것도 에디 밴 헤일런이다. 그런 그가 2020년 10월 6일 후두암으로 향년 65세에 사망했다. 워낙 담배를 좋아하는 기타리스트로 알려져 있긴 했다. 장남인 울프강이 아버지의 사망을 발표하였는데 울프강은 최근 아버지와 함께 밴 헤일런에서 베이시스트로 활동하였다.
에디 밴 헤일런은 1955년 암스테르담에서 태어났다. 그리고 1960년대에 LA로 이주를 하여 클래식 피아노를 쳤다고 하는데 상당한 수준으로 지역 대회에서 수상도 자주했다고 한다. 이후 기타를 연주하게 되면서 1970년대 중반에 친형인 드러머 알렉스 헤일런, 리드싱어인 고등학교 친구 데이빗 리 로스와 함께 본격적으로 록음악을 연주하는 팀을 결성하게 된다. 1978년 발매한 첫 앨범은 빌보드 앨범 차트 19위에 올랐고, 그의 밴드는 록음악의 전성기였던 80년대와 90년대에 멋진 히트곡들을 연달아 히트시키며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록밴드가 된다.
벤 헤일런은 “1984”을 출시하고 나서 그야말로 ‘대박’을 터뜨린다. “1984” 앨범은 미국에서만 1000만장 이상이 팔렸고, 현재까지 전세계적으로 8000만장이 판매되었다고 한다.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사랑하는 “Jump”가 수록된 앨범으로 “Jump”는 빌보드 싱글차트 1위에 오르게 된다. 밴 헤일런은 2007년 미국 로큰롤 명예의 전당에 헌액되었다.
에디 벤 헤일런은 1집부터 그만의 독보적인 태핑 기술을 선보였는데 사실 태핑 기술은 기존에도 존재했던 것이다. 양손 태핑은 라우드니스의 아키라 다카사키가 능숙하게 구사하여 우리에게 잘 알려진 기타 테크닉인데, 에디 벤 헤일런은 기존에 존재하던 태핑 주법에 아밍, 얼터네이트 피킹, 레가토 피킹 등을 섞어 당시의 록음악 매니아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그만큼 그의 태핑 기술은 남달랐다.
마치 기타와 그가 잘 다루었던 피아노 연주법을 결합한 듯한 새로운 방식이었다. 그는 오른손과 왼손의 손가락들을 이용해 동시에 기타의 지판을 때렸고, 이때 만들어진 다양한 화음은 기존의 연주에서 들을 수 없는 것이었다. 그는 기타 솔로에도 태핑을 섞어 독특한 솔로를 선보였는데, 피크를 사용하는 기타 솔로와 차별화된 신선한 느낌을 팬들에게 줄 수 있었다.
에디 벤 헤일런은 자신의 필살기를 보다 현실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생각했다고 한다. 그러던 중 연주자의 몸과 수직을 이루게 해줄 수 있는 장치가 있다면 훨씬 태핑 연주가 수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이러한 장치를 실제로 만들어서 꾸준히 테스트를 했다고 한다. 그러던 중 가장 자신이 원하던 바에 가깝다고 판단되는 장치를 개발하였고, 특허를 신청하기로 결정한다.
그는 1985년 7월 30일에 미국 특허청(USPTO)에 특허(출원번호 US06/760,598)를 신청한다. 그가 출원한 특허는 “도면 1”의 사진과 같이 기타의 후면에 위치하여 연주자가 태핑을 할 때 기타를 지지해주는 역할을 한다.
일반적으로 태핑이라는 기타 연주법을 수월하게 하기위해서는 기타와 연주자와 적절한 각도를 유지해야 하는데 본 장치는 기타가 수직으로 위치함에 따라 자유로운 연주를 가능하게 해주었던 것으로 보인다.
본 특허는 1987년 4월 14일에 특허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아 등록이 결정되었고, 2005년 7월 30일에 존속기간 만료가 되었고 현재는 누구나특허권에 구애받지 않고 사용할 수 있는 발명이 된 것이다. 발명을 생업으로 하는 사람들도 많은 고민 끝에 특허를 출원하게 된다.
그리고 출원을 하더라도 특허의 등록까지 받는다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유명인들의 경우에는 발명이 본업도 아니기 때문에 그들에게 특허를 출원한다는 것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항상 의문이 든다. 그들이 바쁜 시간을 쪼개어 특허까지 출원하면서 보호받고 싶었던 것이 과연 무엇이었을까? 왜 그들은 특허를 출원하였을까?
에디 벤 헤일런의 경우에는 자신이 혼신의 힘을 다해 개발한 태핑 주법을 다른 사람들이 따라하는 것을 상당히 경계하고 싫어했다고 한다. 데뷔 전에는 무대 위에서 태핑주법으로 연주를 해야 하는 상황이 오면 등을 돌리고 사람들에게 보여주지 않고 연주했다고 한다. 그만큼 그는 자신의 태핑 주법을 사랑했고, 독점하고 싶었던 마음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특허는 악기의 연주법에 대하여 보호를 하지는 않는다. 축구 선수가 기가 막히게 공을 차는 방법을 발견하더라도 특허로 등록을 받을 수 없는 것과 같다. 에디벤 헤일런의 경우에도 그의 연주법이 특허로 보호될 수 없음을 깨달았을 것이다. 차선책으로 그는 가장 효율적으로 태핑을 할 수 있는 장치를 개발해내었고 이에 대하여 특허를 신청하지 않았을까 한다.
그렇게까지 하면서라도 그는 자신이 심혈을 기울였던 자신의 태핑 기술을 간접적으로나마, 그리고 심리적으로나마 보호받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다음 호에서는 마이클 잭슨의 특허에 대하여 다뤄보겠다.
[프로필] 황성필 만성국제특허법률사무소 파트너 변리사
· 국제변리사연맹 한국 이사
· AI 엑셀러레이션회사 에이블러 대표
· SBS콘텐츠 허브·연세대학교 연세생활건강·와이랩(YLAB) 법률자문 및 서울대학교 NCIA 법률고문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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