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국세청의 A모 세무서장이 눈이 붓고, 갈비뼈가 부러진 사건에 대한 진상이 당사자들의 진술 변경으로 엇갈리고 있다.
당초 폭행으로 입건된 사건이 당사자들이 사고라고 말을 맞추면서 수사가 난항에 빠졌기 때문이다.
A세무서장은 지난 8월 5일 목요일 저녁 세무서 직원들과 함께 가진 술자리 친목 모임에서 눈두덩이가 심하게 붓고, 가슴쪽 갈비뼈에 금이 가는 부상을 입었다.
다행히 거동에는 문제가 없으며, 현재 정상적으로 출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부상의 경위와 진전에 대해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지난 5일 경찰의 사건접수 사안은 A세무서장은 이날 동석했던 세무서 직원 B씨와 말다툼 끝에 A세무서장에 대한 B씨의 일방 폭행이 가해졌다는 것이다. A세무서장은 6일 출근 후 계속된 통증을 호소하다 병원에 들려 입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사건은 관내 경찰서에 폭행혐의로 접수됐다.
그런데 경찰 사건 접수 후 당사자들은 형사사건에서 사고로 진술을 바꾸기 시작했다.
피해자로 지목된 A세무서장은 부상의 원인에 대해 술모임 후 발을 헛디뎌 계단에서 넘어졌다고 말을 바꾸었고, 가해자 B씨 등도 같은 취지의 진술을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 달라진 진술, 세 가지 의문 점
다만, 달라진 진술에서 다소 어색한 측면이 있다.
첫 번째는 A세무서장이 부상은 타박상으로 낙상사고로 발생한 부상으로 보이기가 어렵다.
계단에서 넘어지면 앞으로 굴러서 다치거나 다리를 헛디디거나 미끄러져서 부상을 입는다. A세무서장은 팔이나 다리쪽 타박상이나 피부 찰과상, 소위 까인 상처가 없다.
A세무서장처럼 까인 상처없이 깔끔하게 특정 부위만 넘어져서 다치려면 계단 난간에 눈부위와 가슴부위를 겨냥해 몸을 내던지되 모서리에 찍히지 않도록 주의해야 가능할 수도 있다.
따라서 A세무서장의 부상은 넘어져서 생긴 상처가 아니라 무언가에 두들겨서 생긴 타박상이란 것이 보다 합리적인 설명이며, 이는 넘어졌다는 진술에 의문을 제기하게 한다.
두 번째는 입원 여부다.
A세무서장은 사건 발생일인 5일 이후 관사에 들어가 쉬었다가 6일 금요일 오후 업무 도중 통증으로 병원에 간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국세청에서는 A세무서장이 업무를 모두 마치고 오후 6시 이후 입원하고, 8일 퇴원했다고 밝히고 있다.
반면 A세무서장은 병원에 들렀으나 외래치료만 받았을 뿐 입원은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상이 크지 않다는 뜻이다.
병원은 어떠한 곳이든 오후 6시 이후 외래가 없으며 오로지 응급실을 통한 내원만 가능하다. 병원 병실 사정에 따라 다르나 응급실에서 심각한 문제가 있는 환자는 집중치료실로 들어가지 일반적인 환자는 병실 배정을 받지 못한다.
A세무서장 말대로 입원을 하지 않았다면 업무도중 외래 치료를 받거나 6시 이후 응급실을 들렀다는 뜻이 되며, 국세청 해명대로 6일 오후 입원을 했다면, 최소한 진료 종료 이전인 오후 5시 이전에 병원에 들려 검사와 진단을 받은 후 병실배정을 받았다는 뜻이 된다.
세 번째는 6일 업무 종료까지 자리를 지켰느냐는 것이다.
업무 도중 통증이 있는 경우 재량에 따라 병원에 갈 수는 있다. 국세청은 A세무서장이 병원에 입원한 것이 6일 업무시간 종료 이후인 오후 6시 이후라고 밝히고 있고, A세무서장은 통원 치료를 받았다는 말만 할 뿐 입원 자체를 인정하고 있지 않다.
다만, 입원은 내원 환자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병원 진료시간 이전에 담당의사 판단을 받아 입원 여부가 결정난다. 병원 진료시간은 오후 5시 이전으로 A세무서장은 6일 오후 5시 이전, 검사 시간 등을 감안할 때 최소한 2~3시간 일찍 병원을 내원해야 입원이 가능하다. 그것도 병실이 넉넉하다는 가정하에서 가능하다.
응급실에서 진단을 받는 방법도 있겠지만, 응급실에서 바로 병실로 가는 경우는 수술이 필요하거나 집중치료실에 들어가는 중환자 정도다. 조치 후 경과를 살펴보기 위한 입원, 그것도 주말이 끼인 경우 한국의 응급의료 실정상 신속하게 병실배정까지 받기가 매우 어렵다.
국세청이나 A세무서장의 말처럼 6일 업무를 모두 마치고 진단도 받고 입원 판단도 받는 것은 매우 어렵다. 거꾸로 근무하지도 않았으면서 근무했다고 말하는 것은 복무 위반이 된다.
이에 대해 국세청, 세무서장 등은 경찰 수사 중인 사항이라며 명확한 답을 하지 않고 있다.
◇ 폭행사건‧사고 진실은?
A세무서장과 B씨가 달라진 진술을 유지하는 가운데 폭행 관련 추가 증거나 목격자가 없는 경우 해당 사건은 혐의 없음 결론이 날 가능성이 적지 않다.
하지만 수상한 부상 경위, 병원 치료와 관련해 소극적인 태도는 추가적인 의구심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만일 계단에서 넘어져서 부상을 입은 것이라면 병원 치료나 입원에 대해 떳떳하게 말하지 않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5일 경찰 사건접수에서 폭행사건으로 접수된 사건을 갑자기 사고라고 바꿔 진술한 것도 A세무서장-부하 B씨가 말을 맞춘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국세청의 담당 국회 상임위원회인 기획재정위원회에서는 해당 사건의 추이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만일 국세청 내부적으로 말을 맞춘 정황이 있을 경우 오는 10월 국정감사 등에서 반드시 문제를 삼겠다는 의도에서다.
특히 아무리 업무 후 사적 술자리에서였다라도 B씨가 가해자인 폭행사건이었다면 억울한 피해자를 두고 폭행사건을 덮은 꼴이 된다. 이를 위해 억지로 ‘6일 풀근무’까지 꾸며 냈다면 A세무서장과 해당 사건을 조사한 국세청 감찰 직원들도 공무원 복무 규정상 징계 대상이 될 수도 있다.
국세청 관계자는 “경찰 수사 중이라서 명확한 사실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없다”며 “사안의 경중에 따라 책임이 있다면 엄중히 처벌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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