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국세청이 5일자로 사무관 승진 내정자 명단을 발표한 가운데 이날 사무관 승진 내정을 받는 한 세무공무원의 가슴 아픈 사연이 알려지면서 많은 사람들의 애도가 이어지고 있다.
세무공무원 A씨는 수원시 북쪽 끄트머리, 외진 지역에 있는 세무대를 나와 국세청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여러 세무공무원들과 마찬가지로 일 때문에 연고 지역을 떠나야 했으며, 주로 경기 동북부 지역을 돌며 법인, 기관운영 등 여러 업무를 맡았다.
그러던 2019년 1월.
제주도에 위치한 국세청 소속기관으로 이동하라는 발령지시를 받게 됐다.
가족과 떨어져 몇 년을 지낼지도 알 수 없었다.
늘 성실한 사람이란 평대로 전보 지시를 받았다.
하지만 얼마 안 가 평온한 시간이 깨졌다.
배우자의 암 발병. 병원에선 기나긴 입원 생활이 불가피하다고 전했다.
주변에선 A씨가 사무관 승진이란 희소식을 배우자에게 안겨주고 싶어 했다고 한다.
5급 사무관은 누구에게는 그냥 잠시 거쳐 가는 자리일 수 있다.
하지만 국세청 대부분의 비고시 출신 세무공무원들에게는 그렇지 않다.
평생 기회를 잡을까 말까한, 자녀 수능을 위해 온 가족이 애를 쓰듯, 모든 걸 걸어야 하는 자리.
1년, 2년.
홀로 가족과 떨어져 일하면서 주말이나 연휴에 틈내어 병원을 찾는 그런 시간이 계속됐다.
승진 시기가 다가올수록 배우자의 병환도 깊어져 갔다. 시험 시기가 끝나자마자 그는 묵묵히 헌신해왔던 국세청에 요청했다. 배우자를 보게 해달라고. 국세청은 허용했다.
그렇게 병원에서의 한 달이 지나고 2023년 9월 5일 오전 11시쯤.
A씨는 그토록 전해주고 싶었던, 배우자 역시 그토록 듣고 싶었던 소식을 전달받았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A씨 배우자의 부고 소식이 알려졌다. 향년 44세.
동료들은 애도의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발표까지 어렵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듣기 전까지 버티셨다.’
‘주고 싶은 말은 많은데, 할 수 있는 말이 없다.’
‘거의 5년이나 제주에 있었다. 승진해서 돌아가겠다고, 이제는 돌아가게 됐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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