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이정욱 기자) 가을 이사철 전세만기를 앞둔 거주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들썩이는 전세값 때문이다.
이사를 하자니 높아진 전세값에 대출 이자 갚기가 부담이고 재계약을 하자니 보증금을 올리려는 집주인의 눈칫밥에 세입자들은 두 다리를 쭉 펼 수가 없다.
연초 5~6%대였던 시중은행 전세대출금리가 3~4%대로 내려오면서 월세에서 전세로 회귀하는 수요가 늘었고, 낮아진 가격에 갈아타려는 수요가 맞물렸다. 여기에 가을 이사철까지 겹치면서 전세값이 한 달 사이에 회복세로 돌아선 것이다.
부동산R114가 아파트 월간 전세가격 변동률을 조사한 결과를 살펴보면, 지난달 수도권 전세가격은 0.02% 올라 2022년 5월(0.03%) 이후 처음으로 반등했다. 7월 보합(0.00%)을 기록했던 서울은 전월 대비 0.07% 올랐고, 경기지역도 마이너스 변동률을 벗어나 0.01%를 기록했다. 인천은 2021년 12월(0.19%) 이후 20개월만에 상승 전환됐다.
하지만 전세값 회복세가 누구에게나 달갑지 만은 않다. 당장 인터넷으로 전세집을 구하려고 찾아봐도 지역마다 편차는 있겠지만 최소 6억원 이상의 현금을 확보해야 그나마 원하는 지역에서 매물을 찾아볼 수 있을 지경이다. 3년 전 이 가격이면 수도권에서 분양을 받거나 구옥인 집 하나를 장만했을 수준이다.
이같은 집값 상승은 2008년 이후 이명박 정부에서 미분양대책의 일환으로 시행한 전세자금대출을 확대하고 전세보증금에 대한 공적보증제도를 도입하면서 본격적으로 이뤄졌다.
쉽게 표현해 은행을 통해 서민들도 목돈을 만들 수 있게 되자 무분별하게 전세대출이 이용됐던 것이다. 역전세 즉 집을 구매하는 가격보다 집을 빌린 사람의 가격이 더 높아 세입자들이 계약 이후 집을 옮길 때 집주인들이 돈을 내어줄 수 없게 된 상황도 이때부터 발생됐다.
무분별한 전세대출의 영향은 지금까지도 쭉 이어지고 있다. 오랫동안 지속된 저금리 환경과 박근혜 정부에서는 빚내서 집사라는 대출 완화 정책까지 펼쳐졌다. 불안정한 집값을 잡기 위해 문재인 정부에선 강력한 부동산 규제 정책을 펼쳤지만 모두 실패했다. 이 과정에서 ‘갭투자’가 늘면서 이들 중 무모한 전세 확장으로 전세사기 피해자까지 발생됐다.
당장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있어 지금 당장은 부동산 규제 보단 완화 시그널을 보내고 있지만 전세 회복세가 지속되거나 또 집값이 들썩인다면 역전세는 언제든 찾아 올 수 있음을 염두에 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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