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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업계 제살 깎는 저가덤핑…최운열 회계사회장 ‘표준감사시간 원복, 쉽지 않다’

 

(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최운열 한국공인회계사회장이 11일 취임 1주년을 맞이해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회계법인 간 외부감사 저가덤핑경쟁에 대해 “감사비용의 지나친 덤핑은 결국 감사 품질의 저하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표준감사시간제도를 다시 강행규정으로 원상복귀 시키는 것 관련해서는 금융당국과 기업 등과의 관계 등 고려할 것이 많은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상장사 및 일정 규모 이상 기업은 의무적으로 기업 회계장부에 대해 외부 회계법인으로부터 회계감사를 받아야 한다.

 

자본시장의 신뢰를 담보하기 위해서다. 신뢰 없이 시장은 성립되지 않으며, 정상적인 국가에선 회계부정을 심각한 중대 범죄라고 본다.

 

하지만 한국 상장기업의 경우 재무제표에 대한 대외 신뢰도가 주요국들보다 높다고 할 수 없다.

 

몇 안 되는 지분을 가진 대주주(최고경영자)들이 다른 주주들보다 상대적으로 많은 단독지분을 보유한다는 이유로 회사를 멋대로 인적분할하고, 자신들 일가의 지분 상속을 위해 주가를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게 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기업이 주주 전체 이익을 추구한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한국은 오너 일가 등 대주주 일가가 기업을 사유화하고, 기업을 마음대로 운영해야 한다는 그릇된 인식이 퍼져 있다.

 

사법부도 배임혐의가 제기되면, 경영 판단 자유의 법리를 폭넓게 적용해 대주주 일가를 풀어주면서 이러한 그릇된 인식을 확산시키는 데 일조하고 있다.

 

이러다 보니 원래 경영자를 견제하고 감시하기 위한 외부감사도, 제 역할을 하기 어려워졌다

 

제 역할을 하는 회계법인은 대주주 일가나 경영진이 선택하지 않고, 경영진은 회계감사가 불필요한 비용이라고 보아 저가 수임을 선호한다.

 

국내 대부분 회계법인이 독립채산제로 운영된다는 것도 이러한 저가 수임 경쟁을 부추긴다.

 

통상 회사는 대표를 중심으로 수직계열화 체계를 갖추며, 이익 일부를 투자하는 결정을 내린다(원펌체계).

 

하지만 독립채산제는 실상 프리랜서들의 연합으로 같은 회사 브랜드를 쓰지만, 자신들이 따온 일감에 따라 수익을 배당한다.

 

회계법인들은 몇몇 파트너들이 지분을 나눠 가지고 있고, 대표의 권한이 원펌체계보다 약하다.

 

현재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냐면, 예를 들어 500만원 짜리 외부감사 일감이 두 개가 있고, 이를 A회계법인, B회계법인이 각각 하나씩 가져가면 업계 전체적으로는 1000만원의 매출이 발생한다.

 

한국 회계감사 시장에선 2~3년 전부터 A회계법인이 자기 일감단가를 400만원으로 줄이고, B회계법인이 500만원에 수임하던 감사일감을 400만원에 따오는 일이 빈번히 벌어지고 있다.

 

시장 전체 매출은 800만원으로 줄지만, A회계법인의 매출은 500만원에서 800만원으로 뛰고 대신 B회계법인은 매출이 0가 되어 버린다.

 

현재 A법인이 소위 대형 빅4 회계법인이고, 일감을 뺏긴 B법인은 중소중견회계법인인데 당연히도 저가덤핑 전략은 자본과 규모가 어느 정도 뒷받침되지 않으면 버틸 수가 없다.

 

저가 덤핑은 회계감사 품질 저하까지 낳는데, 빅4 파트너들이 저가 덤핑에 뛰어드는 건 일감을 늘려도 직원을 늘리진 않기 때문이다.

 

회계법인들이 외부감사를 생산하는 달은 감사보고서를 제출하는 3월 시즌인데, 회계법인들은 3월 감사 대목 하나만 보고 감사인력을 늘리지 않는다.

 

회계감사를 주도하는 시니어급 회계사들 입장에선 시험 기간은 한 달인데 저가덤핑으로 시험 과목이 계속 늘어나는 꼴이다. 이런 식이라면 시험 점수(감사품질)가 오를 리가 없다.

 

이러다 보니 부당노동행위는 덤인데 주 52시간을 어기는 것은 일상이요. 빅4 중 한 곳인 EY한영은 수습회계사에게 제대로 수당도 주지 않고 일 시키다가 당국에 적발된 바 있다.

 

때문에 문재인 정부에서는 2019년 감사인 주기적 지정제와 더불어 표준감사시간제도가 도입해 저가덤핑 수주를 방지하고, 되도록 각 회계법인이 되도록 고르게 외부감사 일감을 분산 처리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에서는 감사인 주기적 지정제를 후퇴시키고, 2023년 표준감사시간제도를 강행규정(공인회계사회 회칙 및 행동강령)에서 빼고 단순 참고사항으로 형해화했다.

 

일각에선 현재 외부감사 시장은 과거 대우조선해양 회계조작 범죄사건 당시의 정글 시장으로 돌아갔다는 비판마저 나오는 상황이다.

 

최운열 회장 역시 회계업계의 외부감사 저가덤핑 수주는 바람직하지 못하며, 감사품질을 하락시키게 된다고 말했다.

 

회계사회가 가격 문제에 뛰어들면, 공정거래법상 범법행위(담합 혐의)에 저촉될 수 있기에 금융감독원이 문제 회계법인에 대해 특별감리를 하는 식의 방향이라면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금감원 특별감리의 경우 외부감사를 엉망으로 했다는 뚜렷한 혐의가 없으면, 회계법인에 대해 제재를 할 수 없다.

 

또한 공정거래법상 문제는 문재인 정부 때 시행했던 표준감사시간제도를 강행규정으로 원상복귀하면 된다. 이건 본법 개정 사항이 아니고, 금융당국과 협의를 통해 충분히 풀어갈 수 있다.

 

기업들이 반발할 가능성이 크지만, 회계감사 품질의 하락 우려, 외국자본의 대외신인도 등을 감안할 때 치료를 지연하면 지연할수록 더욱 환부를 봉합할 시기를 놓치게 된다.

 

이에 대해 최운열 회장은 “금융당국이 현재 경기에 대해 굉장히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다”라며 다소 난색을 표했다.

 

다만 “회계법인들이 경영 합리화를 잘해서 30% 할인해도 제대로 감사품질을 유지할 수 있는 감사를 할 수만 있다면 바람직하겠지만, 우리가 보기에는 그렇지는 못하다”라며 “금융위와 금융감독원도 이 이슈를 굉장히 심각하게 보고 있고, 회계사회도 대안을 적극적으로 잘 마련하도록 하겠다”라고 전했다.

 

 

[조세금융신문(tf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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