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재무와 병원 세무를 이해하기 위한 출발점이다
(조세금융신문) 대부분 개원가 원장들은 이제 종합소득세라는 한 고비를 넘기고 있다. 작년 매출액을 기준으로 7억 5천만 원 미만인 원장들은 5월 말에 신고와 납부를 하였다. 그리고 그 이상인 경우 이제 6월 말에 신고와 납부를 하게 된다. 소득세를 신고할 때 많은 원장들이 버는 것은 없는데 계속 걷어만 간다고 말한다. 그 다음은 많이 썼는데 비용 인정이 안 되어서 억울하다고 한다.
예전 선배들과 비교하면 그렇기도 하다. 경쟁은 몇 배로 치열해 졌고, 환자들은 신용카드로 결제를 하거나 현금영수증을 당연히 요구한다. 이중 삼중의 제도들이 매출 누락이나 가공 비용 계상을 못 하도록 하고 있다. 세법을 피해 세금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 사라지고 있다.
개원 초기부터 이런 환경을 이해하고 합법적인 절세 방법을 바탕으로 재무 성과를 정확하게 분석하려는 병원장들이 점차 늘고 있다. 월별 매출과 비용을 체크하면서 전후 3개월 또는 작년 당월 실적과 비교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의욕만으로 정확한 재무 분석과 세무 처리가 가능한 것은 아니다. 실무적인 일을 중간관리자나 세무 전문가에게 맡기면 되지만 기본 개념을 갖고 있어야 실무자가 제대로 하고 있는지 물어 볼 수 있고, 업무의 방향도 제시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재무 회계의 기본적인 개념 몇 가지를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먼저 수익을 언제 인식하느냐를 결정하는 방법이 여러 가지 있을 수 있다. 예를 들어 2월 중순에 환자와 상담을 하였는데 시술 가격은 60만원으로 말씀을 드렸고, 치료를 4주 정도 한 다음 5주 차에 점검을 하기로 했다. 이 환자의 수익은 언제 인식을 하여야 할까?
가장 쉬운 방법은 60만원을 카드 결제하거나 입금하였을 때 수익으로 인식하는 방법이다. 이것을 현금주의(또는 대금회수기준)라고 한다. 가정에서 가계부를 만들 듯이 현금이 들어오면 수익이고 나가면 비용이다. 이러한 현금주의의 문제점은 장기간을 요하는 치료일수록 업무량과 들어온 현금의 크기가 일치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많이 일한 것 같은데 수익이 없다는 뜻은 아직 치료가 안 끝나서 입금이 안 되었기 때문이다. 반대로 적게 일한 것 같은데 수익이 많은 것 같다는 의미는 예전에 치료한 환자들로부터 이번 달에 입금이 많이 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소득세는 일 년에 한 번 계산하므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 작년 12월의 수익을 올해 1월에 인식하여 올해 수익을 많이 잡게 되더라도 올해 12월 수익이 1월에 잡힌다면 큰 차이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월별로 재무 분석을 하고자 한다면 현금주의는 월별 매출액 계산을 왜곡시킨다.
선금과 미수금이 있으면 한 층 더 복잡한 문제가 발생한다. 선금을 받았을 때 수익으로 인식하면 아직 치료가 끝나지 않았는데 미리 수익으로 인식한 것이다. 잔금을 받았을 때 그 금액만 그 달의 수익으로 인식하게 되면 선금만큼의 수익을 덜 인식하게 되는 것이다. 한편 2달 전에 치료한 환자로부터 미수금을 이번 달에 받은 경우, 수익으로 인식하게 되면 이번 달에 치료를 한 적이 없는데도 수익이 발생한 꼴이 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재무회계는 실현주의(realization principle)를 채택하고 있다. 쉽게 말해서 물건을 인도하거나 서비스를 제공하여 얼마의 돈을 받아야 하는 게 분명해 졌을 때 수익을 인식하라는 기준이다. 보건복지부에서 고시한 병원의 재무제표 작성방법에도 수익은 실현시기를 기준으로 계상하고 미실현수익은 당기의 손익에 산입하지 않음을 원칙으로 명시하고 있다.
수익을 실현주의 원칙에 따라 인식을 한다면, 비용은 수익-비용대응의 원칙(matching principle)에 따라 처리하여야 한다. 보건복지부에서 고시한 병원의 재무제표 작성방법을 보면 각 수익 항목과 이에 관련되는 비용항목을 대응 표시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예를 들어 시술용 재료비를 아직 지불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치료를 완료하였다면 치료 관련 수익과 함께 재료비도 함께 인식하여야 한다.
현금주의를 고집하면 인테리어를 했을 때 돈은 많이 빠져 나갔는데 왜 비용은 그 만큼 인정하지 않느냐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나 고액의 인테리어 공사를 향후 5년 간 수익을 만들어 내기 위해 했다면 5년으로 나눠 기간별로 인식하는 것이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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