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주류유통업계에서 판매장려금(리베이트)을 무기로 한 제조사의 갑질로 도매구조가 무너지고 있다며 실효적인 법제도 개선을 호소했다.
경쟁사 제품을 취급할 경우 판매장려금을 주지 않겠다고 도매상을 압박하고, 기존 판매량을 초과해야 판매장려금을 주는 방식으로 저가 경쟁을 부추긴다는 지적이다.
영세업자가 절대 다수인 도매업계는 저가 경쟁으로 인해 판매장려금에 기대지 않으면 생계가 유지될 수 없고, 이 가운데 순이익률이 매년 떨어지는 갑질의 고랑이 점점 깊어지고 있다.
불법 리베이트를 막지 못하면, 유통구조가 붕괴하고, 부정주류·부정유통 등 사회적 2차 피해가 과다하게 발생할 수 있다는 경고마저 나온다.
오정석 전국종합주류도매업중앙회 회장은 23일 오전 10시 국회 헌정기념관 2층 대강당에서 열린 ‘주류업계 리베이트, 그 해법은’ 공청회에서 “불법 주류 리베이트가 주류제조사, 도매, 소매 등에 각각 대외경쟁력 약화, 도매 유통질서 붕괴, 부정 주류유통 등의 문제를 야기한다”며 “공정한 시장구조를 만들기 위해 불법 주류 리베이트는 반드시 근절돼야 할 적폐”라고 지적했다.
이날 공청회는 '국회 인구정책과 생활정치를 위한 의원모임'이 주최하고, 조세금융신문, 조세금융연구소 주관으로 열렸다.
한국의 주류시장은 2015년 6조2000억원에서 2016년 6조7000억원으로 성장하고, 세계 술 소비량 20위권에 드는 상당한 규모를 지니고 있다.
반면,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주류도매업 1인당 매출은 4억3800만원으로 전체 평균(5억5600만원) 보다 훨씬 저조한 상태다.
주류도매업 연간 당기순이익률은 2013년 2.1%에서 2016년 1.6%로 떨어졌으며, 주류도매업의 부가율은 15.5%로 전체 산업 평균의 60%에도 미치지 못했다.
오 회장은 주류도매업계의 이익률 저조의 주범이 판매장려금이라고 지목했다.
주류제조사 및 수입사는 도매상들의 판매실적에 따라 판매장려금을 지급하고 있다. 그러나 몇몇 소수 업체로 주류공급이 한정된 상황에서 제조사들은 판매장려금 지급을 무기로 도매상들에게 과도한 저가경쟁을 부추기거나, 또는 다른 경쟁사 제품을 취급하지 못하게 함으로써 도매상들을 제조사에 예속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제조-도매-소매로 이어지는 주류유통단계가 붕괴되고, 도매업 가운데서도 규모가 큰 업체로 시장점유율 쏠림 현상이 가속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전체 도매사의 상위 10%의 점유율은 35.6%로 90%를 차지하는 영세사업자들의 도매시장 점유율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오 회장은 “리베이트로 인한 유통업계의 양극화로 대다수 중소업자가 도산할 수 있고, 이에 따라 1만8000명의 생계가 흔들리고 있다”며 “이로 인해 알콜도수가 높은 술이 무분별 확산되고, 청소년 음주 등 국민 건강 문제를 유발하며, 불법 주류유통에 따른 탈세 등으로 인해 각종 폐해가 늘어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를 막기 위해 중앙회와 도매업계는 2011년과 2017년 두 차례에 걸쳐 양주제조사 등을 접촉해 불법 리베이트 문제 해결을 위한 자율 합의 및 개선결의를 성사시켰으나, 제조업계의 불이행으로 무산됐다”며 “리베이트가 국가에서 부여한 주류도매면허제도의 근간마저 흔들고 있다”고 강조했다.
오 회장은 “불법 주류 리베이트는 반드시 근절돼야 한다는 것이 모든 영세 도매상들의 뜻”이라며 “공정한 주류유통산업 조성을 위해 강력한 규제 등 법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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