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3월 정기 주주총회 시즌 때 전자투표제를 운용하는 상장사가 크게 늘 것으로 보인다.
14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전날까지 예탁원의 주총 전자투표 시스템(K-eVote)을 이용하기로 계약한 상장사는 총 1천217개사(유가증권 367개, 코스닥 850개)로 전체 상장사(2108개사)의 58%에 달했다.
코넥스 기업과 비상장사까지 포함하면 총 1331개사가 계약한 상태다.
예탁원의 전자투표 시스템 이용 계약사는 2015년(이하 연말 상장사 기준) 417곳에서 2016년 732곳, 2017년 1103곳, 2018년 1204곳 등으로 꾸준히 늘어왔다.
다만, 계약을 해놓고도 실제로는 이용하지 않는 회사도 있어서 작년의 경우 758개사(상장사의 29%)만 실제 이용한 것으로 집계됐다.
예탁원은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신규로 계약한 상장사가 114개인 만큼 올해 전자투표를 이용하는 회사가 당연히 더 늘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2017년 말 섀도보팅제 폐지 이후 한국거래소의 상장 규정이 개정되면서 전자투표에 대한 상장 기업들의 관심이 빠르게 커졌다. 섀도보팅은 정족수 미달로 주주총회가 무산되지 않도록 주주 의결권을 예탁원이 대신 행사하는 제도다.
거래소는 섀도보팅 폐지에 따라 정족수 미달로 사외이사나 감사위원을 선임하지 못하더라도 기업들이 전자투표제 도입 등 주총 성립을 위해 노력했다는 점을 증명하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되지 않도록 하는 특례를 마련해 시행하고 있다.
지난해 이 특례 규정을 실제로 적용받은 기업은 없었다.
그러나 유가증권(코스피)시장 2개사가 주총에서 감사위원 선임 안건이 부결됐고 코스닥시장에서는 71개사가 재무제표 승인·정관변경·감사선임 등 안건이 부결된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의 경우는 관리종목 지정 사유에 해당하지는 않았지만 기업들이 섀도보팅 폐지 이후 주총 개최에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보여준다.
거래소 관계자는 "지난해 정족수를 채우는 문제로 어려움을 호소한 기업들이 많았기 때문에 올해는 전자투표를 이용하는 기업이 많이 늘 것"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미래에셋대우가 오는 15일 개설 예정인 무료 인터넷 전자투표 서비스 '플랫폼V'도 전자투표에 대한 기업들의 참여를 늘릴 것으로 보인다.
미래에셋대우는 지난해 상반기부터 이 서비스를 준비해왔다.
예탁원의 경우 회사 규모에 따라 100만∼500만원의 이용료를 받는 것과 달리 미래에셋대우는 이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기로 했다.
이자용 미래에셋대우 IB플랫폼사업팀장은 "증권사의 기본 고객이 상장사들인데 이들이 주총 의결 정족수를 채우지 못하는 문제를 안고 있어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 이 플랫폼을 만들게 됐다"며 "주총 전자투표뿐만 아니라 상장사와 투자자 간의 편리한 소통 채널이 되도록 기획했다"고 말했다.
이어 "무료여서 당장 회사 수익에 기여하는 바는 없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이 플랫폼을 기업들의 자금조달이나 IR(기업설명회) 등이 가능한 플랫폼으로 만들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벌써 이번 주총에서 정족수를 채우기 어려워 다급한 상황에 있는 기업들로부터 연락이 많이 온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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