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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에 두 자리 내주고 고위직 챙긴 국세청…하위직 희망은 '비틀'

본부 감사관 개방 현실화되자 관리자 둘 주고 인기 고위직 ‘맞바꾸기’
관리자, 사실상 비고시의 마지막 희망사다리

 

(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국세청이 연말·연초 정기인사에서 2급 고위직 한 자리가 줄어들 상황이 되자 4급 보직 두 자리를 민간에 내주고 2급 고위직 한 자리를 확보한 것으로 드러났다.

 

직위 성격에 따른 합리적 조정이지만, 김대지 국세청장이 취임 당시 약속했던 ‘비고시 희망사디리’가 줄어들었다는 아쉬움의 목소리도 나온다. 4급 보직은 하위직 직원들이 승진할 수 있는 사실상의 종착점이기 때문이다.

 

국세청은 지난해 11월 13일 인사혁신처와 협의로 국세청 및 소속기관 직제 시행규칙을 바꾸었다.

 

민간 개방형 고위직인 서울지방국세청 송무국장을 세무직렬 내부보직으로 바꾸고 대신 내부보직이던 제주도 국세공무원교육원 교수과장과 제주도 주류면허지원센터장 두 자리를 민간 개방형 자리로 변경하는 내용이다.

 

서울지방국세청 송무국장은 민간 개방형 직위로 고위공무원 나급(2급) 직위다.

 

제주도 국세공무원교육원 교수과장과 제주도 주류면허지원센터장은 송무국장보다 한 수 낮은 과장급(3~4급)이 배치되는 자리다.

 

민간 개방형 직위는 정부기관 경쟁력 강화를 위해 검증된 민간 전문가를 영입하는 제도를 말한다. 다만, 마땅한 후보가 없을 경우는 기관 내부의 공무원을 임명할 수 있다.

 

국세청은 변경 사유로 점차 고도화되는 소송 성격, 세무행정과 세법에 대한 고유업무 영역 등을 근거로 서울지방국세청 송무국장에 민간 전문가보다 세무공무원이 배치되는 것이 합당하다는 의견을 인사혁신처에 전달했다.

 

대신 국세청은 교수과장과 주류면허지원센터장 두 자리를 개방형으로 내주겠다고 제안했다.

 

 

국세청은 제주도 국세공무원교육원 교수과장에 대해 직접적인 세무행정이 아니라 교과연구, 교육지도, 교재선정 등 교육 관련 연구나 지도 등 비 세무행정에 걸쳐 있어 교육 관련한 외부 전문가가 적합하다고 인사혁신처에 설명했다.

 

제주도 주류면허지원센터장의 경우 영세사업자 면허지원, 주조기술, 주류원료 감정 등 주류기술과 관련돼 이 역시 외부전문가에 적합한 영역이라고 밝혔다.

 

인사혁신처는 전 부처의 내실있는 개방형 직위운영과 정부 행정기관 내 개방형 인재 확대를 추진해왔다.

 

인사혁신처는 2급 고위직을 사실상 4급 관리자 직위 두 개와 맞바꾸는 것에 대해 상당한 고민을 했지만, 보직의 성격에 대한 국세청의 논리가 설득력이 있고, 이에 상응하는 양(보직 수)가 늘어난다는 점에서 국세청의 제안에 동의했다.

 

그리고 2020년 11월 13일 국세청의 의도 그대로 개방형 직위가 변경됐다.

 

 

공모절차 임박하자

개방형 직위 긴급 전환

 

겉보기에는 누이 좋고 매부 좋게 잘 마무리된 듯 보이지만, 시기를 보면 또 다른 징후가 포착된다.

 

국세청에서 개방형 직위 개편을 추진하던 시기는 공교롭게도 국세청이 고위직 한자리를 잃게 되는 시기였다.

 

2019년 말 국세청은 감찰행정을 두고 한 차례 어려움을 겪었다. 진원지는 본부 감사관실이었다.

 

국세청 본부 감사관은 외부 전문가가 지원이 가능한 개방형 직위다. 감사 분야의 경력이 있으면 어디서나 지원이 가능하며, 직급은 2급 고위직이다.

 

국세청은 직위 지정 후 2009년 감사원 출신 공무원, 2013년 검사 출신 변호사를 영입해 운영하기도 했지만, 후보자가 마땅히 없고, 내부사정을 잘 안다는 이유로 2015년부터 내부 세무공무원에게 자리를 맡겼다.

 

하지만 2019년 말 외부기관의 국세청 점검 과정에서 문제점이 지적됐다.

 

내부사정을 지나치게 잘 이해하다보니 절차 준수에서 미비점이 발견됐다는 것이다. 해당 외부기관은 국세청에 관련 개선방안을 마련할 것을 강력히 요구했다. 그러면서 이름만 개방형으로 운영하는 본부 감사관도 도마 위에 올랐다.

 

국세청은 2019년 12월 30일 인사혁신처에 본부 감사관 후보 모집공고를 냈다.

 

국세청 주변에서는 문제가 지적된 이상 이번에는 내부 출신 세무공무원에게 다시 본부 감사관을 맡기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국세청은 2020년 4월 최종 후보 선정을 위한 본격적인 공모절차에 착수했고, 후보 중에는 감사원 출신 공무원이 있었다. 엄격한 심의 끝에 2020년 9월 4일자로 감사원 출신 공무원이 본부 감사관에 임명됐다.

 

그런데 공모절차가 한창 중이던 2020년 3월, 공교롭게도 국세청 기획조정관실은 인사혁신처에 갑자기 연락을 취하고, 개방형 직위 변경을 요청했다.

 

개방형 고위직인 서울지방국세청 송무국장을 내부 직원 직위로 조정하는 대신 과장급인 제주도 국세공무원교육원 교수과장과 제주도 주류면허지원센터장을 개방형으로 전환해달라는 내용이었다.

 

 

행정고시 ‘안심’, 비고시 ‘낙심’

 

본부 감사관 선정과 개방형 직위 변경은 서로 별개의 사항이다.

 

그러나 국세청 전체 인사구조를 볼 때 나눠서 생각하기 어렵다.

 

본부 감사관을 잃는다는 건 2급 고위직 자리 한 자리를 잃는다는 뜻이다. 2급 고위직 대다수를 점유하는 행정고시 출신 공무원들에게는 먹먹한 뉴스다.

 

특히 행시 39회~42회 등 국세청 행정고시 출신 공무원 수가 적지 않고, 인사 적체로 불만이 축적되고 있다. 그 때문에 2급 고위직 보직 확보는 국세청장의 국세청 운영에 핵심과제다.

 

하위직에서는 다른 의견이 나온다.

 

2급 고위직은 손에 닿을 수 없는 천운의 영역이다.

 

4급 관리자도 천운이 필요하지만, 어느정도까지는 노력으로 가능한 말 그대로 마지막 희망사다리다. 그런 자리 둘을 잃는다는 것은 승진 후보자들에게는 청천벽력같은 소식이다.

 

국세청도 아무런 대비없이 일을 추진한 것은 아니다. 올해 4월 남부천세무서와 동화성세무서가 각각 개청하면서 서기관 보직 2자리(세무서장)가 증가한다. 서기관 보직 숫자 자체는 지난해와 마찬가지인 셈이다.

 

그렇지만 역대 국세청장이 희망사다리를 말하며 비고시 발탁을 약속했던 것과는 사뭇 다르다는 지적에서는 자유롭기는 어려워 보인다.

 

비고시 희망사다리를 약속하지만, 내심은 행정고시를 위한 고위직 자리 챙기기가 최우선 아니냐는 비판마저 나온다.

 

익명의 공무원은 4급 자리는 행정고시 출신 공무원들에게 통과의례지만, 비고시 공무원들에게는 평생의 목표라고 말했다.

 

비고시들에게 4급 자리는 행정고시들에게 2급 고위직 자리,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는 뜻이다.

 

 

김대지 국세청장은 2020년 8월 19일 인사청문회, 같은 해 9월 14일 관서장 회의에서 하위직도 고위 관리자까지 성장할 수 있도록 전략적으로 육성・관리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그는 2020년 3월 당시 국세청 내부살림을 담당하는 국세청 차장이었다. 

 

 

국세청, 거래의 기술

 

일각에서는 거래의 기술이 탁월하다는 냉소 섞인 비판도 나온다.

 

서울지방국세청 송무국장은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 등 쟁쟁한 후보자들이 몰린 인기 보직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제주도 국세공무원교육원 교수과장과 제주도 주류면허지원센터장은 한직 중 한직이라는 인식이 파다하다.

 

교수과장과 주류면허지원센터장의 가치를 폄훼하는 것은 결코 아니지만, 세무행정이 본업인 세무공무원이 비세무영역에 떨어졌다는 것은 승진이나 영전 경쟁에서 완전히 밀려났다는 것을 의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익명의 공무원은 “중앙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그것도 비 세무분야에 배치됐다는 것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보직경쟁에서도 밀렸다는 뜻이 된다”라고 말했다.

 

그런 자리를 둘 내주고 인기 보직인 서울지방국세청 송무국장을 따낸 건 국세청 행정고시 입장에서 보면 남는 장사라는 것이다.

 

한편, 차기 교수과장이나 주류면허지원센터장에 누가 들어올지도 관심이 쏠린다.

 

교수과장에는 교육행정가, 전직 경력세무사가 들어올 것으로 관측된다. 제주도민 출신이 지원할 가능성도 타진된다.

 

주류면허지원센터장의 경우 술을 제조하는 주류회사의 기술직 간부들이 후보자로 주목된다.

 

자녀의 대학 진학 시 지방형 인재특채 가산점을 노리는 사람들이 들어올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주류먼허지원센터장의 경우 관사도 제공되기에 지원자가 줄을 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한 공무원은 “국세청 직원들에게는 한직이지만, 외부에서 보면 좋은 일자리가 될 수 있겠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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