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이정욱 기자) 부동산 호황기가 지난 상장 건설사들이 각자 집중한 사업에 따라 희비가 엇갈렸다.
지난해 국내 주택사업에 집중했던 건설사들은 가파른 금리인상과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의 요인으로 청약 완판 행진은 일찌감치 멈췄고 높은 분양가라는 인식에 갈수록 분양률이 줄어 실적은 더욱 악화됐다.
반면 해외 사업에 비중이 높은 건설사들은 대형건설 사업을 연이어 수주하면서 실적도 개선됐다. 이 같은 분위기에 정부도 한몫 거들었다. 글로벌 대형 프로젝트를 수주해 수출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정부는 민관이 합심한 ‘원팀 코리아’ 프로젝트를 가동했다.
통상 해외 사업은 국내 주택사업과 다르게 불확실성이 높다는 변수가 있다. 하지만 이번 ‘원팀 코리아’를 통해 이 변수로 인한 피해를 줄여갈 수 있게 된 것이다.
다만 수익성에서는 엇갈린 모습을 보였다. 국내 주택 사업 비중이 높은 업체들의 경우 지난해 원자잿값 상승 등으로 원가율이 오르며 영업이익이 급감했다.
건설사들이 올해 수주 목표를 낮춰 잡았다는 점도 눈에 띈다. 특히 주택 부문이 대부분인 국내 수주 규모를 대폭 줄이고 해외 사업이나 신사업을 공격적으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이런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가 향후 실적을 가를 것으로 전망된다.
먼저 올해 실적부터 살펴보면, 올해 영업이익이 가장 많은 건설사는 삼성물산으로 조사됐다. 삼성물산의 지난해 건설부문 매출액은 전년 대비 32.8% 늘어난 14조 5980억원, 영업이익은 전년 2510억원보다 248.6% 증가한 8750억원으로 나타났다.
삼성물산은 지난해 국내외 수주물량 증가로 역대 실적을 달성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삼성물산은 올해 수주 13조 8000억원을 목표로 내세웠다.
대우건설도 주택건축사업부문의 견고한 성장세에 힘입어 지난해 7600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창사이래 최대치를 달성했다.
대우건설은 지난해 연간 경영실적 결과(연결기준) 매출액 10조 4192억원, 영업이익 760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 7383억원 대비 2.9% 증가한 것으로 영업이익률은 7.29%이다.
대우건설의 올해 매출은 10조 900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4808억원 높게 잡았다. 또한 신규 수주는 12조 3000억원으로 공시했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연간 매출 21조 2391억원, 영업이익 5820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잠정치)했다. 매출은 전년대비 17.6% 증가한 반면, 영업이익은 지난해보다 22.8% 감소하는 등 큰 폭으로 떨어졌다.
이처럼 매출이 급증한 이유는 사우디 마르잔 공사와 이라크 바스라 정유공장, 파나마 메트로 3호선 등 해외 대형 공정이 본격화됐기 때문이다.
또한 국내에서도 개포 주공 1단지와 힐스테이트 송도 더 스카이 현장 등 국내 주택 부문에서의 실적에 힘입어 전년 대비 17.6% 증가한 21조 2391억원을 기록했다.
실적악화는 건설경기 둔화와 건설자재 가격 상승, 화물연대 파업 등의 복합적인 영향이 주요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현대건설은 세계 경기 위축과 금리인상 등으로 불확실한 대내외 환경 속에서도 최고 신용등급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올해 매출목표는 지난해보다 20.1% 증가한 25조 5000억원을 목표로 잡았다.
GS건설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14.1% 감소한 5550억원을 기록했다. GS건설의 지난해 매출액은 12조 2990억원, 영업이익 5550억원, 세전이익 6640억원, 신규수주 16조 740억원이라고 발표했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대비 14.1% 감소했지만, 세전이익은 소폭(0.9%) 증가했다는 게 GS건설의 설명이다.
미래 성장세를 가늠하는 신규수주와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0.6%, 36.1% 증가했다. 매출은 아파트 브랜드 ‘자이’를 앞세운 주택 부문이 6조 4260억원으로 전년 대비 21.1%가 늘었고, 신사업부문은 GS이니마의 지속 성장과 폴란드 프래패브 업체인 단우드 사의 실적 호조로 전년 대비 31.7%나 증가한 1조 250억원을 달성하며, 처음으로 신사업부문 매출이 1조를 넘었다. GS건설은 올해 경영 목표로 매출 13조 2000억원, 신규 수주 14조 5000억원을 제시했다.
◇ DL이앤씨, 플랜트 부문 확대
DL이앤씨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절반수준에 그쳤다. 이는 세계적 경기침체와 건축자재 가격 상승에 큰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DL이앤씨는 지난해 매출액 7조 4968억원, 영업이익은 4963억원으로 예상된다고 공시했다. 이는 전년대비 각각 1.77%, 48.15% 감소한 수치다. 영업이익은 48.2% 감소하며 반토막났다. 영업이익률도 전년 12.5%에서 6.6%로 크게 떨어졌다.
별도 기준 실적도 좋지 않았다. 지난해 DL이앤씨의 별도 매출액은 5조 2757억원으로 전년(5조 2494억원)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는 데 그쳤다. 주택 부문과 토목 부문 매출은 각각 4.3%, 7.3% 늘었지만 플랜트 부문에서 매출액이 21.4% 줄었다.
별도 영업이익은 4019억원으로 전년 6797억원에서 40.9% 감소했다.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주택 원가율이 높아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신규수주액은 연결 기준 11조 8944억원을 기록하며 전년(10조 5433억원)보다 12.8% 늘었다. 다만 지난해 목표로 내걸었던 12조 6000억원에는 미치지 못했다.
DL이앤씨는 올해 목표를 연결기준 매출 8조 2000억원과 신규 수주 14조 4000억원을 목표로 잡았다. DL이앤씨 개별 기업의 수주 목표를 보면, 플랜트 부문의 확대가 돋보인다. 올해 플랜트 부문에서만 3조 6000억원의 수주를 따낼 계획이다. 연간 목표(11조 4000억원)의 30%가량을 플랜트에서 채운다는 목표다. 지난해(1조 7460억원) 대비 106.2% 늘어난 수치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DL이앤씨는 국내외 다수 플랜트사업이 수주 가시권에 들어선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상반기 중 다수 프로젝트를 수주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평가다.
[조세금융신문(tf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