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 지금은 많이 회복되었지만, 2006년 말까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던 부동산 가격이 2008년 말에 있었던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떨어지기 시작하여 한때 고점 대비 거의 반 토막이 난 지역도 많았다.
부동산가격이 폭락하면서 아파트 등 주택을 보유하고는 있지만 현금 유동성이 부족한 이른바 ‘하우스푸어(house poor)’가 늘어나고, 집을 살 수 있는 여력이 있는 사람들조차 집값이 더 떨어질 것으로 생각해서 집을 사는 대신 전세를 구하다 보니 전세 가격이 폭등하고 그나마 전셋집을 구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러다보니 그동안 전세로 주택을 임대차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이제는 월세로 전환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그런데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는 입장에서도 이렇게 부동산 가격이 폭락하다 보니, 몇 년 전 부동산 경기가 좋을 때 대출금을 끼고 비싸게 구입했던 부동산이 애물단지가 된 경우가 부지기수다.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집을 팔고 싶지만 한동안 부동산거래 자체가 거의 없는 탓에 싸게 파는 것조차 쉽지 않아 어려움을 겪은 이들이 많았다.
주식도 마찬가지다. 주가가 많이 오르면 너도나도 주식에 투자한다고 난리지만, 어느 순간 주식 가치가 폭락하면 여기저기 투자손실로 인한 한숨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그런데 이처럼 자산가치가 많이 떨어져서 투자 손실이 커진 상황에서 발상의 전환을 하면 절세의 기회로 삼을 수도 있다.
재산 가치가 떨어지면 상속세나 증여세를 적게 낼 수 있다
사람이 사망해서 상속이 개시되거나 살아있을 때 재산을 증여하게 되면 전자는 상속세, 후자는 증여세를 내게 된다. 그런데 이때 상속되거나 증여되는 재산가액의 평가금액이 낮아지면 그에 따라 내야 하는 세금도 줄어든다. 상속은 사람이 사망하는 경우에 발생하기 때문에 그 시기를 마음대로 조절할 수 없지만, 증여는 그 시점을 인위적으로 정할 수 있다.
따라서 증여를 생각하고 있다면, 이왕이면 부동산가격이나 주가가 하락했을 때 증여하면 가격이 비쌀 때 증여하는 것보다 세금을 줄일 수 있다. 평소 배우자나 자녀들에게 재산을 증여하려고 생각하고 있었다면, 자산가치가 떨어졌을 때 한숨만 쉬고 있을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증여를 고려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부동산 가격이 폭락했다면 이때 증여의 기회가 될 수 있다
부동산을 증여할 때 구체적인 예를 들어 살펴보자. 가령 어떤 아파트의 시가가 8억원일 때 성년인 자녀에게 증여하고 기한 내 신고하면, 자녀에 대한 증여재산공제 5,000만원을 하고서 약 1억 4,800만원 정도의 증여세를 내야 한다. 그런데 아파트 가격이 떨어져서 5억원이 되었다고 하면 7,200만원 정도의 증여세만 내면 된다.
또한 배우자에게 증여하는 경우에도 증여재산가액이 8억원일 때는 배우자 공제를 6억원을 하고도 대략 2,700만원 정도의 증여세를 부담해야 하지만, 시가가 5억원일 때 증여하면 배우자에 대한 증여재산공제 6억원을 하고 나면 증여세 낼 것이 아예 없게 된다. 혹시 보유하고 있던 재산을 증여할까 생각하고 있다면, 부동산 가격이 폭락해서 고통받을 때 적극적으로 증여를 검토해볼만 하다.
주식도 주가가 떨어졌을 때 증여하면 유리하다
부동산과 마찬가지로 어떤 회사의 주식가치가 많이 떨어지게 되면 그 회사의 주식을 보유한 투자자 입장에서는 손해가 발생하지만, 그 주식을 상속하거나 증여하는 경우에는 세금 계산의 기준이 되는 상속재산가액이나 증여재산가액이 줄어들게 되므로 그에 따른 상속세나 증여세도 줄어든다. 그래서 주식 부자들은 주식 가치가 크게 떨어질 때 재빨리 증여하여 증여세 부담을 크게 줄이면서 자연스럽게 부를 이전하곤 한다.
실제 2008년 말에 있었던 글로벌 금융위기로 증시가 폭락했을 때, 많은 재벌들이 가지고 있던 주식을 자녀들에게 증여했다는 뉴스가 있었다. 그 후에도 코스피 지수가 하락하자 미성년자에게 주식을 증여해서 미성년 억대 주식 부자가 큰 폭으로 증가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최근에 한창 비쌀 때 이십 몇 만원 하던 H자동차의 주가가 십 몇 만원으로 거의 반토막이 났다고 하는데, 증여를 생각했던 투자자라면 주가폭락으로 인한 투자손실 때문에 한탄할 것이 아니라 이럴 때 주식을 증여하면 증여세를 줄일 수 있다.
상속세나 증여세를 적게 내면 나중에 양도세는 커질 수 있다
주의해야 할 점은 상속이나 증여로 취득한 자산을 양도해서 양도차익을 계산할 때, 양도가액에서 차감하는 취득가액은 상속세나 증여세를 신고하면서 평가한 가액으로 하게 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재산가치가 낮을 때 상속이나 증여하게 되면 상속재산가액이나 증여재산가액이 낮아져서 상속세나 증여세 부담은 줄어들지만, 나중에 그 재산을 양도할 때는 양도차익이 커져서 양도세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
따라서 상속이나 증여받은 후에 그 자산을 양도할 계획이 있다면, 상속세나 증여세를 신고할 때 무조건 낮은 금액으로만 세금을 계산할 것이 아니라 그 자산에 대해 감정평가 등을 통해 적정한 가격으로 신고하는 것이 양도소득세와 증여세 세율이 다르기 때문에 오히려 유리할 수도 있다.
상속재산이나 증여재산은 시가로 평가한다
상속세나 증여세의 과세기준인 재산가액은 원칙적으로 상속 개시일 또는 증여일 현재의 시가로 따진다. 시가란 불특정 다수인들 사이에 자유롭게 거래가 이루어지는 경우에 통상적으로 성립된다고 인정되는 가액을 말한다. 이 경우 시가는 수용가격·공매가격 및 감정가격 등 세법에서 시가로 인정되는 것들을 포함한다.
그런데 항상 상속재산이나 증여재산의 시가가 명확한 것은 아닌데, 그렇다고 하더라도 세금을 계산하기 위해서는 상속가액이나 증여가액을 반드시 확정해야 하기 때문에, 시가를 산정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해당 재산의 종류, 규모, 거래상황 등을 고려해서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규정된 보충적 방법으로 평가한 가액(기준시가 등)을 시가로 보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부동산의 경우, 대략적인 시세가 있다고 하더라도 세법상 시가로 볼 수 있는 구체적인 가격이 없으면 결국 기준시가로 평가할 수밖에 없다. 기준시가로 신고하는 경우에는 고시되는 기준시가가 오를 것인지 떨어질 것인지 사전에 열람해서 증여시기를 조절하는 것도 절세의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조세금융신문(tf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