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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이슈체크] 오락가락 정부 정책에 바코드 라벨 업체 '속앓이'...사연을 들어보니...

환경부 장관, "소송결과 지켜보겠다" 원론적 입장만 되풀이
조폐공사 측 피해기업들을 위한 보증보험 절차 가입 마련해야
차기 환경부 장관 후보..."치유 해결할 다양한 방안 열어놔"

 

(조세금융신문=안종명 기자) 친환경 정책의 일환으로 정부가 지난 2022년 6월부터 도입키로 했던 '일회용품 보증금제'가 사실상 폐기 수순을 밟으면서 한국조폐공사와 계약을 맺은 '바코드 라벨' 업체들이 수십억원의 피해를 볼 처지에 놓였지만 보상받을 길은 현재까지 막막한 것으로 밝혀졌다.  

 

앞서 조폐공사는 정부 정책에 따라 바코드 라벨 업체들과 납품계약을 체결한바 있다. 하지만 갑작스런 정부의 정책 변화로 조폐공사와 체결한 납품 계약이 파기됨에 따라 기업들이 시설에 투자한 투자금을 회수하기 위한 손해배상에 나선 상태다.

 

일회용컵 보증제는 까페 등에서 일회용컵을 사용할 때 300원의 보증금을 부과하고 반환하면 이를 되돌려주는 제도로, 당초 전국 확대 시행을 목표로 추진 했으나 소상공인 부담이 커진다는 비판에 따라 이를 철회하고 2022년 12월부터 세종과 제주에 한해서만 시행키로 했다.

 

조달청 나라장터를 통해 납품관련 입찰을 받은 라벨지 업체들은 1년 반 동안 계약 이행을 위해 동분서주 했지만, 조폐 공사 측에서는 정부의 정책이 바뀌어 물건 조달을 할 수 없고, 보증보험도 가입되지 않아 중소기업의 피해액을 대신 보상해 줄 수 없다는 황당한 답변에 기업들은 망연자실한 상황이다.

 

환경부로부터 일회용 컵 보증금 표시라벨 업무를 부여받아 한국조폐공사와 업무 협약을 맺고 계약을 진행한 자원순환보증금관리센터(COSMO)역시 이들을 위해 보상할 방법을 마련해 놓지 않았다.


정부를 상대로 한 계약 건인데도 불구하고, 신뢰를 저버린 정부 때문에 그야말로 라벨지를 취급하고 있는 중소기업들은 폐업 직전의 위기에 놓여있는 상태다.


특히 문제는 조달업체들가 정부에 물건을 조달할 때 문제가 없도록 이행보증보험에 들었지만, 조폐공사 측은 기업들을 위한 이행보증보험에 들어놓지 않아 다음에도 정책 변화가 있을 때 피해기업이 더 많아 질 수 밖에 없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해당 업체들은 정부의 계약사항이라도 "이행보증보험을 들어 피해를 최소화해달라"고 요구했다.

 

더불어 "정부 계약사항에서 이런 신뢰를 저버리게 돼 누가 나라사업에 참여하겠냐"며 울분을 토했다.

 

이처럼 환경부 정책에 오락가락 따라가야만 했던 업체들은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났는데도 보상받을 방안이 사라지자 발을 동동 굴리고 있는 상태다.

 

조폐공사 관계자는 "일회용컵의 경우는 정부법안에 의해 결정된 사업으로 따로 보증보험을 들고 있지 않다"면서 "보증보험이라는 것이 조폐공사의 피해 우려를 대비하고자 기업들이 보험에 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만일 바코드라벨 업체들 피해처럼 조폐공사 측도 기업들을 위한 비용 지급을 하지 못한 경우에는 어떻게 하느냐는 질문에는 "이번 경우는 매우 이례적인 경우로 공사측이 비용을 지불하지 못한 경우는 거의 없었다"고 답변했다.

 

해당 관계자는 "다만 일회용품의 경우 정부정책 변경으로 인해 불가피했던 부분을 양해해달라"고 말했다.

 

◇ 피해업체들... 각자 조폐공사와 소송 진행 中

스티커라벨 제조회사 '세롬'은 일회용 컵 보증금제 시행을 앞두고 58억 5200만원의 라벨지 제조·납품을 계약했다. 그러나 정책이 무기한 연기되면서 막대한 손해를 입고 한국조폐공사와 소송을 진행중에 있다.

 

해당 문제는 '세롬'의 문제점만 해당되는 얘기는 아니다.

 

무궁화 LNB는 21억 6000만원, 오아시스는 8000만원의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 3개 기업은 조폐공사를 상대로 총 75억원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일회용품에 붙이 바코드라벨(특수용지 스티커) 20억장, 80억 상당을 제작해 전국에 배송하기로 조폐공사와 계약을 맺었지만 정책이 바뀌면서 실제 발주량은 계약물량의 6400여만장, 4억원으로 3.2%에 그쳤다.

 

세롬대표는 “58억으로 계약하고 투자액이 40억가량이 되어 매달 이자만 1000만원이 나가고 있는 상황이다”면서 “1년 반 계약동안 매출액은 2억이 나왔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세롬대표는 또 “조폐공사와 환경부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면서 “환경부가 뒷짐만 지고 있는 형국”이라면서 “민간 계약도 보상을 해주는 판국에 국가에서 하는 나라장터, 조달청 등에 기업들은 보증보험을 들지만 정작 발주처인 조폐공사 측에서 문제가 있을 때는 저희 같은 경우 보상 받을 일이 없다"고 강조했다.

 

세롬대표는 이에 "나라 사업이라도 정부정책에 이러한 변화가 생겼을 때 보상해주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다시 한번 언급했다.


무궁화 LNB 대표 역시 “계약 금액은 19억 4000만원으로 실제 납품한건 2000만원으로 19억 2000만원정도가 계약 이행이 안된 상태다”라면서 “설비시설투자와 손해배상금액은 18억 정도 된다”고 설명했다.


무궁화 LNB 대표는 또 “조폐공사 측에서는 5월달에 보내온 답변서에 정책에 따라 변화된 사항이라 본인들은 귀책사유가 없다”는 답변이 왔다고 언급했다.


그는 “지난 7월 4일 변론도 했지만, 정부 측은 조정에도 참석하지 않고, 8월 중순 말 법원의 심리가 진행될 사항을 지켜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오아시스 물류 대표는 “인쇄소처럼 시설투자는 아니지만 인건비와 전산 구축 등 물류 부문에 유지 부문에서 8100만원이 마이너스 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오아시스 물류 대표는 또 “조폐공사 측에서는 담당자들이 법무팀에 소송해서 받아 가라했다”고 설명하면서 “조폐공사 측에서는 이행보증보험을 끊어놓지 않고 있어 이러한 결과가 초래됐다”고 언급했다.

 

특히 세롬은 2024년 1월 조폐공사를 상대로 광주지방법원에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으며 광주지법은 지난 5월과 6월 두 차례에 걸쳐 조폐공사와 세롬 간 강제조정에 나섰으나 조폐공사의 거부로 조정은 무산됐고, 다른 업체들도 각자 소송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들은 “정부의 오락가락 정책 때문에 애꿎은 중소기업만 피해를 입었다”며 “조폐공사 측도 환경정책이 변화돼서 그렇다”며 해당 사안에 회피하고 있는 것에 대해 불만의 목소리를 모았다.

 

세롬 대표는 “조폐공사가 강제조정을 받아들여 하루빨리 차입금을 청산하고 새로 사업을 시작하고 싶다”고 말했고,

 

무궁화 LNB 대표 역시 "하루 빨리 환경부 측에서 일부 피해금액이라도 하루 빨리 해결 해주면 이 일에서 벗어나 빨리 다른일을 하고 싶다"고 토로했다.

 

상장훈 조폐공사 사장은 이와 관련 지난 9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7월 3일 환경부 장관이 책임을 인정했다”면서 업체들의 피해가 정부 정책 변경에 따른 것임을 인정했다“고 밝혔다.

 

조폐공사 측은 현재 자원순환보증금관리센터에 구상권 청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환경부 관계자는 “어려움이 있는 건 아는데 손해사정을 법원이 하기 때문에 법원 판단이 없는 상황에서 합의금에 대한 의사결정이 어렵다는 의미”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 김완섭 환경부 장관 후보자, "피해 치유할 수 있는 방안 다 열어놓겠다"

해당 사항은 신임 장관이 선임되면 한화진 장관에서 후임 장관에게 넘어갈 전망이다.

 

다만 지난 22일 김완섭 환경부장관 후보자는 환경부 인사청문회에서 라벨지 피해 업체에 대해 "정부 정책을 믿고 투자했던 기업들이나 영세업체들이 피해를 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정부의 일회용컵 보증금제도 시행을 믿고 사업을 준비했던 업체들이 시행 시기를 정부가 미루면서 피해를 입었다고 지적하자 김 후보자는 "피해를 치유할 수 있는 방안을 다 열어 놓고 보겠다"고 덧붙였다. 

 

다만 일회용컵 보증제 전국 확대 시행 계획을 묻는 이 의원의 질문에는 "직접 해 본 경험으로 볼 때 이용하는 시민들이 컵 보증제를 지킬 수 있는 상황이 아직 아니다"며 "무조건 전국으로 확대했을 때 얼마나 많은 사회적 비용과 혼란이 올지도 고려해야 할 것"이라는 입장을 표명했다.

 

한편 국회 더불어민주당 환노위원과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는 지난 10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일회용 컵 보증금제 라벨지 피해기업 세롬, 무궁화엘앤비, 오아시스물류 등과 함께 일관된 환경정책을 시행해야 한다는 기자회견을 가진 바 있다.

 

이들은 “윤 정부는 일회용컵 보증금 제도 시행을 예고했다가 지난해 11월 전격 철회했다"며 “오랫동안 준비해 온 제도를 하루아침에 백지화시키면서 일회용컵 보증금 회수를 위한 라벨지 생산과 유통을 맡은 업체는 손해를 입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조폐공사와 환경부의 위탁을 받은 업체인 자원순환보증금관리센터(COSMO)는 보상을 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며 “보상을 해주면 국정감사에 문제가 되기 때문에 보상을 해줄 수 없다고 했다"는 것에 분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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