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구재회 기자) 정부가 치솟는 서울 집값을 잡기 위해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 카드를 꺼냈다.
서울 및 수도권 그린벨트를 풀어 총 8만가구를 공급할 수 있는 신규 택지 후보지를 오는 11월부터 발표한다. 대규모 주택 공급을 위해 서울 그린벨트를 전면 해제하는 것은 이명박 정부 때인 2012년 이후 12년 만이다.
기존에 발표한 3기 신도시와 수도권 택지 주택 규모는 2만가구 이상 확대하고, 내년까지 민간 건설사가 수도권 공공택지에서 아파트를 착공하면 준공 후 미분양이 발생하더라도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3만6천가구(22조원 규모)까지 사주기로 했다.
정부는 8일 부동산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국민 주거안정을 위한 주택공급 확대방안'을 발표했다.
앞서 '1·10 대책'을 통해 그린벨트를 풀어 수도권 신규 택지 2만가구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정부가 이번에는 공급 물량을 4배 늘리고 그린벨트 해제 대상에 서울과 인접 부지가 포함된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 우수 입지에서 선호도가 높은 아파트 추가 공급이 이뤄질 것이라는 신호다.
정부는 먼저 오는 11월 5만가구 규모 신규 택지를 발표한다. 여기에 서울지역이 포함되며, 규모는 1만가구 이상이다. 내년에는 3만가구 규모를 발표하는데, 서울 어느 지역의 그린벨트가 풀릴지가 관심사다.
서울 그린벨트는 이명박 정부가 보금자리주택을 짓기 위해 2009∼2012년 서초구 내곡동, 강남구 세곡동 일대 5㎢(경기도까지 포함시 34㎢)를 해제한 이후 대규모로 풀린 적이 없다.
서울 그린벨트는 149.09㎢로 서울 면적의 24.6%에 해당하지만, 강북권 그린벨트는 대부분 산이기에 택지로 개발하기 부적합하다. 결국 선택지는 강남권 그린벨트가 아니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번 주택공급 확대방안을 앞두고 정부와 서울시는 급히 중앙도시계획위원회·도시계획위원회를 각각 열어 서울 그린벨트 전체와 서울 인접 수도권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한시 지정했다. 투기를 막기 위해서다.
지정일은 올해 11월 신규 택지 발표 전까지이며, 이달 13일부터 효력이 발생한다. 내년 3월까지 서울 그린벨트와 인접지역 토지 거래에 대한 정밀 기획조사도 하기로 했다.
서울시가 협조해야 그린벨트 해제가 가능한 만큼 정부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제안하는 주택 유형과 방식을 최대한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부동산 관계장관회의에 참석한 오세훈 서울시장은 "서울의 그린벨트 해제지에 지어질 공공주택 대부분은 서울시가 새롭게 내놓은 '신혼 20년 전세자가주택'인 장기전세주택Ⅱ를 대폭 확대해 공급하려 한다"고 말했다.
장기전세주택Ⅱ는 신혼부부가 거주하다 아이를 낳으면 최대 20년까지 거주할 수 있고, 2자녀 이상 출산 때는 20년 후 시세보다 저렴하게 매수할 수 있는 주택이다.
다만 신규 택지는 후보지 발표 이후 공공주택지구 지정, 지구계획 수립, 토지 보상 등을 거쳐 실제 입주까지 통상 8∼10년이 걸린다. 정부는 이 기간을 최대한 앞당기겠다고 했지만, 집값이 들썩이는 상황에서 당장 손에 잡히는 공급 방안은 아니다.
진현환 국토부 1차관은 "양질의 주택이 대량으로, 저렴하게 공급되기 때문에 당장 주택 구입 계획이 없는 분들이 (매수에) 나서지 않아도 된다고 방지하는 차원"이라며 "주택 공급 여력과 기반을 다지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서울 신규 택지 주택에는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돼 주변 시세보다 저렴하게 공급되기에 '로또 분양' 논란 역시 재현될 수 있다.
이명박 정부의 보금자리주택은 집값을 안정시켰다는 긍정적 평가도 있지만, 분양가보다 값이 5∼6배 뛰어 '로또 아파트' 논란의 시초가 됐다.
진 차관은 "과거 보금자리주택 분양 때의 부작용을 충분히 고려해 후속 조치를 마련하겠다"며 "충분한 물량 공급으로 주변 시세를 끌어내리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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