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송기현 기자) 고려아연이 공개매수 '실탄'으로 투입한다고 공시한 자기자금 1조5천억원에 사모사채 발행액 1조원이 포함된 것으로 파악되면서 공시 적절성에 대한 논란을 빚고 있다.
6일 금융감독원의 '기업공시 실무안내'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주식 취득자금 조성 내역을 공시할 때 '자기자금'과 '차입금'을 구분하도록 한다.
자기자금은 최종적인 자금의 귀속 주체가 본인 또는 특별관계자인 경우로서 근로소득, 사업소득, 증여·상속받은 현금, 영업이익 등이 해당한다. 차입금은 그 외 자금의 최종 귀속 주체가 본인이 아닌 모든 경우다.
고려아연은 사모 회사채 발행 등으로 1조원 이상을 조달 완료했고, 이는 이미 현금으로 법인 계좌에 들어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자기자금으로 기재했다는 입장이다. 즉 자기자금은 출처가 무엇이든 '이미 확보한 자금', 차입금은 '앞으로 빌릴 돈'이라는 게 고려아연의 설명이다.
회사채·기업어음(CP) 발행으로 조달한 자금을 공개매수대금의 자기자금으로 기재해도 되는지 명확하고 구체적인 법령이나 규정은 없으나, 공개매수에 필요한 자금을 CP 발행으로 조달하면서 '차입금'으로 기재한 사례는 이미 있다.
올해 4월 현대지에프홀딩스는 지주회사 요건 충족을 위해 현대홈쇼핑을 공개매수하면서 BNK투자증권을 통한 CP 발행으로 조달한 2천억원을 전액 공개매수대금으로 썼고, 이를 모두 '차입금' 항목으로 공시했다.
공개매수 개시 당시 CP는 이미 발행이 완료돼 2천억원 전액이 법인 은행 계좌에 예치된 상태였다.
고려아연이 공개매수신고서에서 1조5천억원을 자기자금으로 기재하면서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혼선이 빚어졌다.
지난 2일 고려아연은 단기차입금 증가 결정을 공시하면서 금융기관 단기 차입(1조7천억원)과 회사채 발행(1조원)으로 2조7천억원을 추가 조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조7천억원의 단기 차입금이 고려아연의 자사주 취득 규모 2조7천억원과 액수가 동일하게 나타나자 '빚내서 자사주 매입한다'는 비판이 나왔으나, 실제 신고서에서는 자기자금이 1조5천억원, 차입금이 1조2천억원으로 나타났던 것이다.
이에 시장에서는 고려아연이 이미 투입한 자기자금 1조5천억원과 차입금 1조2천억원, 베인캐피털의 4천억원, 남은 차입 한도 1조5천억원 등을 모두 더해 4조원이 넘는 실탄 동원을 마쳤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실상은 자기자금에 회사채 발행금액을 포함시킨 것으로 밝혀지면서 고려아연의 동원 가능 자금력도 시장 예상보다는 축소될 것으로 분석된다.
대법원은 지난 6월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배우 견미리 남편 A씨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 환송하면서 "취득자금 조성 경위에 관한 공시는 회사의 경영이나 투자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중요사항에 해당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공시 작성 경위에 대해 "공시는 주관사인 미래에셋증권에서 진행했기 때문에 답변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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