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일반 세무조사 시 과도한 자료제출을 거부는 고의적 탈세의도로 간주될 수 있다. 하지만 그러려면 조건이 많기 때문에 일반화되긴 어렵다.
대법원(주심 이인복)이 지난 2015년 9월 15일 확정판결한 종합소득세 등 부과처분 취소소송에 따르면, 구 국세기본법 제26조의2(국세부과의 제척기간) 제1항 제1호 사기 등 기타 부정한 행위에 해당할 경우 고의적 탈루행위로 판단될 수 있다(대법 2015. 9. 15, 선고 2014두2522).
사기 등 기타 부정한 행위는 단순히 허위신고나, 미신고만으로는 입증되지 않는다. 과세대상의 미신고, 과소신고 및 장부 미기재 등 적극적 은닉의도로서 부과 및 징수를 현저히 곤란하게 한 경우에 해당한다.
하지만 이런 경우는 매우 특이한 경우다.
2014두2522사건의 경우 제주세무서가 2010년 대부업자 고씨에 대한 세무조사에서 탈루행위가 있었다며 국세부과제척기간 10년을 적용해 종합소득세 7억7000만원을 추징하면서 발생했다. 통상의 국세부과제척기간은 5년이지만, 탈루행위가 적발될 경우 10년을 적용할 수 있다.
납세자가 방어를 위해 다소 불성실하게 자료제출을 하는 경우가 있지만, 고씨의 태도는 지나치게 과했다.
고씨는 8년간 장부도 없이 영업을 하고, 채무상환 시 영수증이나 차용증을 발급하지도 않았다고 진술했다. 그러면서 정작 행정심판이 진행된 후에야 없다던 거래자료를 내놓았고, 그 과정에서 채무자와 거래를 하면서 사용한 계좌는 딸 명의라는 것이 드러났다. 특히 고씨는 앞선 2001년 세무조사에서도 똑같은 태도로 일관해 추징을 최소화한 전력이 있었음다
고씨는 국세청이 명백한 탈루혐의가 없는데도 억지로 과세했다며 소송에 나섰지만, 대법은 고씨가 사기 및 기타 부정한 행위를 저질렀다고 판단했다. 단순미신고에서 그치지 않고, 장부를 아예 없다고 하는 등 고의로 미작성 및 은닉혐의가 커 적극적인 조사기피행위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법조계는 장부의 일부를 주지 않은 경우를 탈세의 고의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한다. 보관과정에서 자료의 일부 훼손, 분실, 소실 등의 문제가 발생한 경우 등 불가피한 사항은 탈세의 고의로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대법원 판례 역시 허위신고나, 미신고만이 아니라 고의적인 과세자료 은닉 및 미작성이 뚜렷해야 사기 등의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고 적시하고 있다.
한 국세청 관계자는 “매우 뚜렷한 자료제출 거부는 탈세의 고의로 간주될 가능성이 있지만, 납세자들도 이를 알기 때문에 지나치게 협조를 거부하진 않는다”면서도 “일반 세무조사의 경우 납세자가 작정하고 교묘하게 일부 쟁점에 대해서 부실하게 자료제출을 하는 경우 국세청이 마땅히 대응할 수단이 없다”고 전했다.
[조세금융신문(tf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