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형간염 등 감염병 예방을 위한 '일회용 안전주사기'의 보험급여 적용 범위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의료기기 업계는 대학병원은 물론 동네 병·의원까지 안전주사기에 보험을 적용해 사용을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의료계는 투입 비용에 대비했을 때 실제 감염예방 효과가 작을 것이라며 보험적용 확대에 반대하고 있다.
다나의원과 한양정형외과의원 등 최근 2년간 국내에서 발생한 C형 간염 집단감염 사태의 원인은 일회용 일반주사기 재사용 때문이었다.
29일 의료계에 따르면 안전주사기는 일반주사기와 달리 한번 사용하면 재사용이 아예 불가능한 점에서 추가 감염 피해를 막을 수 있다. 안전주사기는 사용 후 자동으로 주삿바늘이 휘거나, 절단되는 원리가 적용된 제품을 말한다.
이런 안전주사기는 판매 가격이 비싼 게 가장 큰 흠이다. 일반주사기의 병원 납품 단가가 약 40∼70원 수준이지만 국산 안전주사기는 약 350∼500원으로 5배 이상 비싸다. 외국산 안전주사기는 이보다도 더 비싼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안전주사기를 취급하는 의료기기 업체는 대다수 국민이 아프면 처음 방문하는 병원이 1차 의료기관(동네 병·의원)인 만큼 이곳에서의 감염 방지 대책이 최우선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논리로 보험적용의 당위성을 주장하고 있다.
한 업체 관계자는 "감염관리가 상대적으로 잘 이뤄지고 있는 2차·3차 의료기관(종합병원급 이상)보다 1차 의료기관이 안전주사기를 사용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며 "보험적용 범위가 종합병원급 응급실·감염내과 등에서 치료를 받는 고위험군 환자로 한정될 경우 실효성을 거두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의료기기 업계의 주장과 달리 의료계는 안전주사기의 보험급여 적용에 반대하고 있다. 안전주사기가 감염예방에 도움이 되는 것은 분명하지만, 보험급여 항목에 포함하면 소요되는 재정 부담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미숙 대한감염학회 보험이사(경희대병원)는 "주사기 외에도 감염관리에 신경을 써야 하는 품목은 한두개가 아니다"며 "다른 품목보다 안전주사기에 보험재정을 우선으로 적용해야 효과적인 감염관리가 이뤄질 수 있다는 근거는 아직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정부가 시술행위료에 의료기관이 이득을 볼 만큼 보험급여를 충분히 보장하지 않는다면 일반주사기에 익숙한 의료진이 병원 납품 단가가 5배 이상 비싼 안전주사기를 고집할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오명돈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일반주사기를 원칙대로 일회용으로만 사용하고 폐기한다면 안전주사기를 사용하는 것과 동일한 예방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동네 병·의원을 운영하는 의사들의 반응도 대학병원 교수들과 비슷한 분위기다. 다나의원과 한양정형외과의원처럼 불법 행위를 저지르는 1차 의료기관은 매우 드물어서 보험적용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안전주사기를 취급하는 의료기기 업체가 감염예방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속내는 판매물량을 늘리기 위해 보험급여를 추진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제기된다.
이처럼 의료기기 업계와 의료계 양측 반응이 엇갈림에 따라 정부는 안전주사기 사용과 관련한 보험급여 방안에 대해 고심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보건복지부는 의료기관 내 감염을 막기 위해 안전주사기의 보험 급여화를 확정하고, 3단계에 걸쳐 별도 보상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복지부는 오는 2018년까지 의견 수렴 및 검증 절차를 거쳐 안전주사기 등 감염예방·환자안전 향상 치료재료와 관련한 총 52개 품목의 별도 보상 방안을 결정할 예정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올해 안으로 분야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반영해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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