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양학섭 기자) 국세청이 국내 4대 회계법인 중 하나인 한영을 상대로 세무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져 관련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23일 사정당국과 세무업계에 따르면 국세청은 이달 초 서울지방국세청 조사1국 요원들을 서울시 영등포구 태영빌딩에 위치한 한영회계법인 본사에 파견, 세무조사를 벌이고 있다.
조사 기간은 다음달 말까지로 약 2달에 걸쳐 진행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세무조사는 지난 2014년 이후 4년만에 진행되는 정기세무조사인 것으로 파악됐다.
한영회계법인은 올해 초 내부 직원이 익명 게시판 ‘블라인드’을 통해 H임원이 여성회계사를 성추행 했다고 폭로하여 곤혹을 치룬 바 있다.
당시 성추행 사실을 폭로한 직원은 “해당 임원이 스탭(1~2년차 회계사)에게 지속적으로 밥먹자고 요구했으며, 술먹여서 노래방 데려가려고 했고 밀쳐내도 계속 더듬으려했다”면서 “가해자는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아무렇지 않게 성추행 했겠지만 피해자인 나는 계속 가슴앓이 하면서 살고 그 일을 잊을 수 없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결국 성추행 가해자로 지목된 H임원은 사내 성윤리피해규명위원회의 진상조사 중에 사표를 제출하고 퇴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한영회계법인은 2017년도 성지건설 감사의견을 거절한 것이 부실감사 의혹으로 번져 성지측과 법정 공방을 벌였다. 성지측은 재감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한영을 외부감사법 위반 혐으로 검찰에 고소함으로서 한때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어 성지측은 억울하다며 서울고등법원에 '상장폐지 결정 등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까지 냈으나 결국 기각되어 10월 4일 최종 상장폐지 됐다.
현재 상장사들은 회계법인으로 부터 감사보고서에 '의견거절'을 받았을 경우 본감사를 진행한 회계법인으로부터 재감사를 받도록 되어있다. 이후 재감사에서도 해당 사유를 해소하지 못하면 상장은 폐지 절차를 밟게된다.
때문에 회계법인의 감사의견 거절로 상장폐지 위기에 놓인 상장사들은 회계법인의 재감사 의견에 따라 회사의 존폐가 걸리게 된다. 따라서 감사의견 거절을 받은 상장사는 울며 겨자먹기로 재감사를 받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어서 경제적 손실은 물론 정신적 고통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정무위원회 김병욱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6년과 2017 회계연도 감사보고서에서 '의견거절'을 받아 본감사 때와 동일한 회계법인의 재감사를 받은 22개 상장사(코스피 3곳·코스닥 19곳)가 부담한 재감사 비용은 본감사 때보다 평균 180.5%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달 초 상장폐지된 성지건설도 재감사 비용으로 한영측에 7억3500만원을 지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본감사 비용 대비 4.7배나 많은 금액이다. 성지건설의 감사보수는 2015~2016 회계연도 기준 7500만원, 2017 회계연도 기준 1억5000만원을 각각 한영회계법인에 지급했다.
한영회계법인의 지난해 매출은 2654억원으로 2016년 2164억원 대비 22.64%의 성장률을 보였다. 여기에 자문전문 회사인 언스트앤영 어드바이저리의 수입금액을 포함하면 지난해 한영의 총 매출은 3393억원에 달한다.
특히 매출에서 경영자문 수입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5년 612억원, 2016년 922억원, 2017년 1270억원으로 가파른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한영에는 전 대구지방국세청장 출신인 신세균 청장이 경영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조세금융신문에서는 세무조사와 관련, 회사측의 입장을 듣기위해 수차례 전화를 시도했지만 연결이 되지 않아 정확한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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