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김필주 기자) 국세청이 넷플릭서비시스코리아 유한법인(이하 ‘넷플릭스코리아’)를 상대로 세무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조사 배경을 두고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국감 시즌에 돌입한 국회에서도 넷플릭스 등 다국적 기업의 조세 회피에 대해 규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이번 넷플릭스코리아에 대한 세무조사는 쟁점화될 가능성이 높다.
14일 ‘필드뉴스’ 보도에 따르면 서울지방국세청 국제거래조사국은 이달 초 서울 종로구 소재 넷플릭스코리아에 조사요원을 파견해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이번 세무조사는 통상 4~5년 마다 진행하는 정기세무조사인 것으로 알려졌다.
OTT(Over The Top, 인터넷을 통한 미디어 콘텐츠 제공 서비스) 업계는 서울지방국세청이 이번 세무조사를 통해 넷플릭스코리아의 매출 구조를 또 다시 문제삼을지 지켜보고 있다.
앞서 지난 2021년 서울지방국세청은 넷플릭스코리아가 거둬들인 매출 규모에 비해 납부한 법인세 등의 세액이 적다며 넷플릭스코리아를 상대로 세무조사에 착수한 바 있다. 이후 서울지방국세청은 넷플릭스코리아에 800억원을 추징했다.
넷플릭스코리아는 넷플릭스 본사에서 회원권(멤버십)을 구매한 뒤 이를 다시 한국 이용자들에게 판매하는 방식으로 매출을 거두고 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넷플릭스코리아가 국내에서 세금을 적게 내고자 매출원가를 부풀리고 이익을 줄이는 ‘꼼수’를 쓰고 있는 것 아니냐며 의혹을 제기했다.
실제 넷플릭스코리아가 공시한 지난 2020년 감사보고서에 의하면 2020년 한 해 동안 회사는 매출 4154억원, 영업이익 88억원을 거뒀지만 납부한 법인세비용은 매출 대비 0.5%에 해당하는 21억여원에 그쳤다.
당시 넷플릭스코리아의 매출원가는 3370억여원인데 이 가운데 3204억원이 넷플릭스 본사에서 회원권을 구매한 뒤 지급한 수수료다.
지난 2023년의 경우 넷플릭스코리아는 매출 8233억원, 영업이익 120억원을 거둔 반면 법인세비용은 36억원 수준이다. 또 매출원가 6959억원 중 6644억원 가량이 수수료에 해당한다.
넷플릭스코리아는 조세심판원에 조세불복심판을 제기했고 2023년 8월 초 조세심판원은 전체 추징금 800억원 중 약 20억원에 대해서만 넷플릭스코리아 손을 들어줬다.
조세심판원 결정 이후 작년 10월 넷플릭스코리아는 종로세무서장, 서울시 중구청장 및 종로구청장 등을 상대로 법인세 등 부과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올해 7월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는 첫 변론기일을 연데 이어 이달 초 두 번째 변론기일을 진행한 바 있다.
서울지방국세청 관계자는 ‘조세금융신문’과의 통화에서 “국세기본법상 납세자에 대한 비밀유지 조항이 있어 넷플릭스코리아와의 행정소송과 관련된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할 수 없는 점 양해 바란다”면서도 “다만 현행 세법과 어긋나는 부분에 대해선 적극 소명에 나설 방침”이라고 밝혔다.
최근 국세청은 다국적 기업의 지능적 탈세 행위에 대해 고삐를 조이고 있는 추세다.
서울지방국세청의 경우 올해 초 국제거래조사국을 포함해 조사1~2국 등 세무조사 인력을 대폭 보강한 바 있다. 여기에 지난 7월 취임한 강민수 국세청장도 취임사를 통해 다국적 기업 등의 지능적 탈세 행위에 대한 엄정한 세무조사 집행을 강조했다.
아울러 올해 9월 국세청은 ‘국세행정 운영방안’을 발표하면서 다시 한 번 다국적 기업 등에 대한 세무조사 강화 방침을 밝혔다. 이 과정에서 국세청은 다국적 기업의 자료 제출 거부 행위 등에 대해 이행강제금 도입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또 다른 국세청 관계자는 “제도 미비로 인해 최근 들어 다국적 기업과 국내 기업간 조세형평성 이슈가 부각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이번 넷플릭스코리아에 대한 세무조사의 경우 세정당국과의 소송, 국감 이슈 등이 맞물려 있어 조사주체인 서울지방국세청 입장에서도 좀 더 세밀한 검증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이어 “세무조사 대상 선정 후 국세청은 그간 접수된 제보 내용, 언론에서 제기한 의혹, 그간 납세 내역 등 모든 정보를 총망라해 조사에 착수한다”며 “그간 넷플릭스 등 다국적 기업에 대한 조세형평성이 수 차례 동안 문제 제기된 만큼 이를 의식해 정밀 검증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실무를 담당했던 한 국세청 관계자는 “조세심판원 불복 과정까지는 세무조사를 담당했던 실무자가 직접 참여해 조사 과정에서 취합한 증빙자료를 전부 제출하면서 과세 논리를 설명한다”면서 “행정소송 1심부터는 각 지방국세청 송무과에서 담당하며 각 청별 상주하고 있는 담당 변호사와 함께 실무자가 참석해 상대방 논리에 적극 반박한다. 다만 소송금액이 상당할 시에는 외부 법무법인의 세무전문 변호사를 선임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국적 기업과의 소송은 대부분 대법원까지 간다고 보면 된다”며 “넷플릭스코리아와 세정당국간의 소송 역시 결론나기까지는 상당기간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고 부연했다.
이 관계자는 다국적 기업을 대상으로 한 현행 세법의 미비함도 지적했다.
그는 “실제 실무 과정에서 다국적 기업의 자료 미제출 사례가 상당하다. ○○○코리아와 같은 외국투자기업의 경우 자료제출 요구를 계속 거부하다 과태료 부과 통지서를 보낸 뒤에서야 자료를 제출 받는 사례가 부지기수”라며 “예전에는 건별로 과태료 부과가 가능해 많게는 수십억원대까지 과태료 부과가 가능했으나 최근 국세청이 자료 미제출 과태료 부과와 관련해 법원 패소한 이후 더 이상 건별로 과태료 부과가 어려워졌다. 기존 세법을 손봐야할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한편 넷플릭스코리아는 “세무조사 여부 확인이 가능한 유관부서와의 연락이 어려워 확인해줄 수 없다”고 밝혔다.
◇ 국회, 넷플릭스 등 다국적 기업 ‘조세 회피 꼼수’ 손보기 나서나
국회 기획재정위원장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이 국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직무집행 거부 등에 대한 과태료 부과 현황’에 따르면 국세청이 자료제출을 거부한 다국적 기업에 부과한 과태료는 작년 기준 2건·6600만원 수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9년 116건·21억800만원에 비해 건수로는 98%, 금액은 96% 각각 급감한 수치이다 .
국세청은 과거 다국적 기업의 자료제출 회피에 대응하기 위해 각각의 자료 제출 불응 건에 과태료를 부과해왔다. 그러나 지난 2021년 법원이 하나의 세무조사에는 1건의 과태료 부과만 인정한다는 판결을 내린 뒤 과태료 다국적 기업에 대한 부과 건수 및 금액은 급감했다.
즉 국내 매출이 수조원대로 추정되는 외국계 기업이 자료 제출을 지속적으로 거부해도 부과할 수 있는 과태료는 최대 5000만원에 불과하다.
송언석 의원이 조사한 결과 실제 일부 다국적 기업은 과세자료가 해외 본사에 있다는 핑계로 국세청의 세무조사에 협조하지 않다가 불복과정에서 유리한 자료만 증거로 제출하는 방식으로 대응해 왔다.
따라서 이로 인해 다국적 기업에 대한 국세청의 조세 행정소송 패소율은 2023년 기준 19% 로 전체 평균 9%의 2배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국내 6대 대형 로펌이 담당한 다국적 기업을 상대로 한 국세청의 조세행정소송의 패소율은 작년 기준 79.3%다.
이에 송언석 의원은 다국적 기업 등의 과세자료 회피에 대한 규제 강화 내용이 담긴 국세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한다는 방침이다.
구체적으로 개정안에는 세무공무원의 적법한 직무집행을 거부‧기피하거나 제출명령에도 불구하고 자료를 제출하지 아니한 자에게는 ‘재제출명령’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을 시 법률이 정한 범위 내에서 이행강제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송언석 의원은 “본사가 해외에 있는 일부 다국적 기업들이 과세자료 미제출 등의 방법으로 세무조사를 방해한 후 조세소송 과정에서 유리한 자료만 제출해 과세처분을 취소 받는 행태는 조세정의를 훼손하고 국부를 유출하는 행위”라며 “미국, 영국, 독일 등 주요 선진국의 세법규정과 비교할 때 현행 국세기본법의 과태료 수준은 불충분한 제재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또 “법안뿐만 아니라 시행령을 통해 매출 규모에 따라 과태료 구간을 세부화하는 등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을 보호하면서도 악의적인 조세회피에는 엄정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면서 “정부에서도 문제점과 대책 마련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는 만큼 개정안이 상임위원회에서 조속히 논의될 수 있도록 많은 관심을 기울일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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