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국세청이 25일 불법 리베이트와 탈세 업체들에 대해 전격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조사대상은 법으로 리베이트가 금지된 건설업, 의약품업, 보험중개업으로 건설업체 17곳, 의약품 업체 16곳, 보험중개업체 14곳 등 총 47곳이다.
금지된 리베이트를 지급할 경우 회계상 부정이 발생하게 되고, 회계상 부정을 저지르면 자연 탈세로도 연결된다.
건설 업계의 경우 불법 리베이트 자금을 마련하면서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각종 비리를 낳게 되며, 불필요한 지출을 유발해 아파트‧주택 등의 품질 저하로도 연결된다.
건설 분야 접대비 지출은 2022년 기준 2018년 대비 66.6% 증가한 데 비해 같은 기간 공사비 지출은 15.5% 증가에 그쳤다.
국세청은 공사에 쓰여야 할 돈이 접대비에 쓰이고 있어 연구개발, 고객서비스 등에 지출할 여력을 잠식하고 있으며, 국내 수주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불건전한 경쟁이 더욱 심화할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단, 접대비‧공사비 증가율 비교만 두고 불건전한 경쟁이 심화했다고 말하는 건 다소 과장된 측면이 있다.
금액으로 보면 이 기간 공사비 증가액은 35.4조원 증가한 데 비해 접대비는 1048억원 증가했는데 워낙 금액 규모 차이가 커서 비율 면에서 접대비 상승이 더 커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마치 10점에서 20점으로 점수를 두 배 올린 학생이 95점에서 97점으로 올라간 학생보다 더 노력했다고 말하는 것과 같은 모양새다.
다만, 국세청 조사 사례에서는 시행사, 재건축조합 등이 특수관계자에게 가공급여를 지급하거나, 발주처의 비용을 대신 부담하는 식으로 다양한 불법 리베이트를 지급한 사례가 적발됐으며, 대형 건설사는 발주처에는 리베이트를 제공하면서 하도급 업체로부터 리베이트도 제공받는 이중적인 모습도 포착됐다.
의약품 업계에서는 의사 부부의 개인적 비용을 의약품 업체가 대납하거나, 병·의원과 의료인에게 물품 및 현금을 지급하거나, 영업대행사(CSO)를 통해 우회적으로 리베이트를 제공한 사실이 적발됐다.
국세청은 기존에는 리베이트 비용을 수익으로 잡아 리베이트를 준 업체에 법인세를 부과하는 데 그쳤으나, 이번 조사에서는 리베이트의 실제 수익자인 의사들을 포착해 소득세를 물렸다고 밝혔다.
보험업계에서도 법인 사주일가에게서 CEO보험(경영인정기보험)을 따기 위해 이들에게 리베이트를 지급하는 일이 횡행하고 있다.
CEO보험이란 회삿돈으로 가입하는 일종의 보장성보험으로 CEO 또는 경영진의 사망이나 심각한 사고 발생 시 회사에 보험금을 주는 일종의 회사에 대한 사망보험금 같은 것이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최근 초고가의 중개수수료를 수취하려는 보험중개법인과 법인세, 증여세를 회피하려는 중소법인 사주들의 이해관계가 결합하여 CEO보험 시장이 급격히 성장하고 있다.
사주가 리베이트만 획득하고 보험을 중도해지하여 보험중개사에 손실을 떠넘기는 사례도 포착된다.
이번 세무조사에서는 보험중개업체들이 고액의 법인보험을 판매하면서, 가입법인의 특수관계자(대표자와 그 배우자, 자녀 등)를 보험설계사로 허위 등록하고, 이들에게 수억원의 리베이트를 지급한 사실이 적발됐다. 회삿돈을 빼돌려 사익을 차린 셈이다.
민주원 국세청 조사국장은 “이번 세무조사를 통해 공정 경쟁의 가치를 훼손하며 사회 전반의 부실을 초래하고, 국민 생명까지 위협하는 리베이트 탈세자에 대해 철저히 검증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금융추적 등 활용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부당한 경제적 이익을 제공받으면서도 납세의무를 회피한 최종귀속자를 찾아 소득세 등 정당한 세금을 과세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겠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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