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국세청이 2일 외국인으로 둔갑하여 국외 재산을 숨기거나 가상자산을 이용해 해외 용역대가 등을 빼돌린 역외탈세 혐의자 41명에 대해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세부적으로는 ▲국적을 바꾸거나 법인 명의를 위장한 신분세탁 탈세자 11명 ▲용역대가로 가상자산을 받으며 수익을 은닉한 코인개발업체 9명 ▲해외 원정진료・현지법인을 이용한 엔데믹 호황이익 탈세 13명 ▲국내에서 키운 알짜자산을 국외로 무상이전한 다국적기업 8명이다.
이들은 해외에서 벌어들인 돈을 숨기기 위해 이름・주민등록 등 흔적을 지우고 외국인으로 국적을 세탁하는 수법을 사용했다.
국세청은 내국인이 해외 보유한 수익과 자산에 대해 국가 간 자동정보교환 등을 통해 정보를 입수하고 있지만, 해당 수익과 자산의 소유자가 외국인으로 바뀌면 자동정보교환 대상에서 빠진다는 점을 악용했다.
정재수 국세청 조사국장은 “경제위기 극복에 사용되어야 할 재원을 반사회적 역외탈세를 통해 국외로 유출하였으며, 성실납세로 국가 경제와 재정을 지탱해 온 영세납세자·소상공인에게 박탈감을 주고 있다”라며 세무조사 배경을 밝혔다.
◇ 황금비자 통해 해외 돈 세탁
일부 혐의자는 현지 투자를 대가로 시민권을 취득하는 황금비자로 조세회피처 국적을 취득한 후, 국내 재입국했고, 숨겨둔 재산으로 호화생활을 누린 것으로 드러났다.
실질적으로는 자신이 지분을 보유한 국내 법인이 주요 사업활동을 함에도 서류상으로 계약을 특수관계자 및 외국 법인 명의로 계약하는 수법으로 해외에서 마치 주요 사업활동이 벌어진 것처럼 거짓 꾸민 혐의도 적발됐다.
이들은 사주 자녀 소유의 현지법인이나 전직 임원 명의의 위장계열사 등을 내세우거나 거래 중간에 끼워 넣는 방식으로 이익을 쪼갰으며, 일부 업체는 페이퍼컴퍼니 명의로 중계무역을 하면서 비용만 신고하고 자기 매출은 모두 숨겨 한국에 납부해야 할 세금 전액을 탈세했다.
◇ 용역대가, 코인으로 받아 수익 은닉
코인개발업체 관계자들은 해외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가상자산을 발행하고 용역대가 등 수익을 전액 가상자산으로만 받았다.
국세청이 거래관계를 추적하기 어려운 해외 가상자산을 이용한 수법이다.
이들은 해당 가상자산을 판매하여 얻은 차익까지 이중으로 은닉하고, 일부 업체의 사주는 가상자산, 역외펀드로만 재산을 축적하고 부동산 등 국내 자산은 철저히 매입을 회피하며 국내 과세망에서 회피하려다가 덜미를 잡혔다.
◇ 아직도 판치는 엔데믹 호황 탈세
코로나19 종식 후, 일부 의사들이 동남아시아 등 현지에서 원정진료 수익을 은닉한 혐의가 적발됐다.
이들은 해외 원정진료를 현지병원 세미나 등으로 가장하여 관련 매출의 일부 또는 전체를 누락했고, 일부 혐의자는 해외 원정진료 대가를 가상자산으로 받아 차명계좌에 넣어 국내 반입했다.
해외 현지 브로커에게 환자 유치 수수료를 허위・과다 지급하고 차액을 개인 계좌를 통해 돌려받는 수법도 포착됐다.
자동차 소재‧부품 업체 일부는 코로나 시기를 거치면서 수요가 부쩍 늘자 사주 일가가 회삿돈을 빼돌리기 위해 해외현지법인을 동원했다.
이들은 자본 잠식된 현지법인에 투자 명목으로 거액을 대여한 후 출자 전환으로 채권을 포기하거나 허위 수수료를 지급하는 등의 수법을 사용했다.
일부 업체는 해외거래처로부터 받은 수출대금 전체를 사주가 해외에서 가로채 자녀 해외체류비 등 사적인 목적으로 썼다.
◇ 국내 알짜자산, 공짜로 넘긴 다국적 기업
일부 다국적기업들은 국내에서 벌어들인 알짜 자산을 해외 특수관계자 등에게 거의 헐값에 넘기는 수법으로 이익을 빼돌렸다.
이러한 자산에는 기술, 특허에 그치지 않고 콘텐츠 배포권, 영업권 등의 권리부터 고객 정보, 노하우까지 포함되었고 심지어 국내 사업부 전체를 해외로 옮기기까지 했다.
국내 자회사 중 일부는 국내 제조·판매 기능을 국외관계사에게 공짜로 이전했다. 이 과정에서 부수적으로 발생한 해고비용 등을 모 회사로부터 제대로 받지도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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