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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 ‘시장교란 탈세자’ 전면 조사…더 교묘해진 수법 백태

물가·환율 불안 틈탄 불공정 행위에 칼 빼들어
탈루 혐의액만 1조원…형사처벌까지 병행 방침

 

(조세금융신문=진민경 기자) 국세청이 가격담합 등 불공정 행위로 물가 불안을 부추겨 민생경제를 어렵게 만들고, 동시에 정당한 납세의무는 회피해 부당 이득을 챙겨 온 ‘시장 교란행위 탈세자’에 대한 대대적인 세무조사에 들어갔다고 23일 밝혔다.

 

이는 지난 9월 가공식품 제조 및 판매 업체 등 ‘생활물가 밀접 업종 탈세자’에 대한 1차 세무조사를 실시한 데 이은 두 번째 세무조사다.

 

국세청 관계자는 이에 대해 “시장 불안정성이 커지는 국면에서 일부 기업들은 겉으로는 원자재 가격상승, 원화 약세 등 외부요인을 가격 인상 명분으로 내세우면서 실제론 가격담합이나 시장우월적 지위 남용 등을 통해 원가 상승폭을 상회하는 수준으로 판매가격을 인위적으로 조정하고 있다”며 “이러한 불공정 행위는 수요와 공급의 원칙에 따라 가격이 결정된다는 시장 원리를 훼손한다는 점에서 일종의 ‘매점매석’에 비유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나아가 비거주자의 외화자금을 국내자금과 구분 및 관리하기 위한 대외계정을 활용해 편법적으로 외화를 유출해 환율 변동성을 키우는 등 경제 불안정성을 확대시키는 다양한 ‘시장 교란행위’가 발생하고 있어 엄정 대응이 필요하다”면서 “시장 불안을 틈타 더욱 교묘해지는 탈루행위에 대해 다시 한 번 경종을 울려 공정한 시장질서를 확립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국세청 조사대상은 ▲가격담합 등 독·과점 기업(7개) ▲할당관세 편법이용 수입기업(4개) ▲슈링크플레이션 프랜차이즈(9개) ▲외환 부당유출로 환율 불안을 유발하는 기업(11개) 등 물가상승을 일으킨 총 31개 업체다. 이들의 전체 탈루 혐의 금액은 약 1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 제비뽑기로 ‘나눠주기식 수주’까지…꼼수로 이익 극대화

 

각 조사 대상별로 살펴보면, 독·과점 기업에 해당하는 조사 대상은 가격담합, 시장 지배력 남용 등 수단으로 정상가격을 뛰어넘는 수준으로 높은 초과이윤을 낸 기업이다. 이들은 사다리 타기, 제비뽑기 등을 통해 낙찰 순번을 정한 후 ‘나눠주기식 수주’를 진행하면서 들러리 업체에게 공사 계약금액의 10%에 해당하는 금액을 담합사례금으로 지급하고 거짓 세금계산서를 발행했다. 이 모든 것은 회사 비용으로 처리됐다.

 

또 다른 업체의 경우 이미 수년간 가격담합으로 제재를 받았는데, 수도권 소재 호텔을 운영하면서 사주 자녀가 최대 주주로 있는 특수관계법인에게 시가 보다 낮은 가격으로 건물을 임대하는 형태로 이익을 나눠줬다. 가격담합으로 시장질서를 훼손한 기업이 이제는 사주일가 배불리기 등 오로지 사익 추구에만 몰두하고 있는 정황이다.

 

국세청은 이 같은 형태의 시장 교란 행위 근절을 위해 조사 대상 기업들에게 단순히 경제적 불이익을 주는 것을 넘어 형사처벌까지 받도록 조치하는 등 엄정 대응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할당관세 편법이용 수입기업도 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할당관세는 물가안정 및 특정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일정 기간 농·축·수산물, 가공식품 원료 등에 대해 관세율을 낮춰 주는 제도다.

 

조사 대상 기업들은 할당관세를 적용받아 원재료를 저렴하게 수입하면서도, 이를 판매가격에 반영하지 않는 방식으로 이익을 극대화했다. 또한 사주의 자녀가 운영하는 특수관계법인을 유통 과정 중간에 끼워넣고 관세 감면을 받은 원재료를 저가에 공급하기도 했으며, 특수관계법인에게 할당관세 적용 품목 수입 관련 선적·물류·통관 등 업무를 대신해 처리해주고 관련 수입대행용역을 과세가 아닌 면세로 신고해 부가가치세를 탈루했다.

 

슈링크플레이션 프랜차이즈의 경우 치킨, 빵 등 서민들의 지출 비중이 높은 외식 분야에서 가격은 그대로 두고 중량만 줄이는 ‘용량 꼼수’를 통해 사적이익을 추구하며 서민들의 밥상물가를 지속적으로 상승시켰다.

 

외환 부당유출 기업은 법인자금을 사용해 단순히 자녀를 해외에 유학 보내는 것을 넘어 가족 전체를 이주시키고 고액 부동산, 고급 콘도, 호화요트 취득 등 사치생활을 영위했다. 이들 중 일부는 100% 자회사인 해외 현지법인에게 지급보증용역을 무상 제공해 국내은행에서 거액의 외화를 차입할 수 있도록 하고, 그 차입금으로 수백억원에 달하는 골프장을 인수하는 등 법인의 외화 자금 업무와 무관한 고가의 자산을 취득하는 데 사용한 사례도 있다.

 

국세청은 이번 세무조사를 통해 물가·환율 상방압력을 유발하는 등 시장 불안정성을 키우면서, 부당하게 이득을 취한 시장 교란행위 탈세자에 대해 철저히 검증할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일시 보관, 금융계좌 추적, 포렌식 기법 등 사용 가능한 수단은 모두 동원하고, FIU 및 수사기관 정보와 외환 자료 등을 적극 활용해 물가와 환율 변동성을 기회로 편법적 이득을 얻으면서 세금을 회피하는 행위를 차단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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