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신승훈 편집국장) ‘부관흑묘백묘(不管黑猫白猫), 착도로서(捉到老鼠) 취시호묘(就是好猫)’
중국의 개혁과 개방을 이끈 덩샤오핑(鄧小平)은 1979년 미국을 방문하고 돌아와 그 유명한 ‘흑묘백묘론’을 꺼내들었다.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되듯, 중국 인민을 잘 살게 하는 경제시스템이어야만 가치가 있다는 의미다.
누구보다 열렬한 공산주의자였지만 경제분야 만큼은 사상보다 실리를 추구했던 덩샤오핑의 대표적 선언으로 평가된다.
얼마 전 한 지역 세무서장을 주인공으로 한 ‘갑질’ 논란이 언론지상을 뜨겁게 달궜다.
최초 보도에 따르면 모 세무서장이 각 과 직원들에게 순번을 정해 식사 자리를 마련하라고 지시했고, 이에 따라 직원들이 1년치 식사 당번표를 짜 서장을 대접했다. 서장의 근무태도가 불량하다는 내용도 언론제보의 일부다.
시민사회에서는 갑질로 직원들의 삶과 직업윤리를 피폐하게 만든 서장을 엄벌해야 한다는 성명이 잇따랐다.
반면 조세업계 관계자들은 현실을 감안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연고가 없는 서장이 부임할 경우 지역현안 파악과 내부 소통강화를 위해 직원들과의 식사자리를 주로 활용한다. 이는 전국 세무서 어디건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다. 시민단체의 주장과는 확연한 온도차가 느껴진다.
사회적 관심이 집중됐던 만큼 사건이 발발하게 된 의혹제기도 빠지지 않았다. 조직 내 시스템을 활용하지 않고 굳이 언론제보를 택한 원인에 대한 나름의 해석 혹은 의혹이다. 쉽게 말해 공무원과 지역사회의 ‘유착’에 대한 타지역 출신 서장의 원칙론 혹은 의심이 문제의 발단이라는 것이다.
어떤 입장이든 불편한 것은 매한가지다. 조직의 성과창출과는 정반대 방향으로 달려가고 있다는 고백이기 때문이다.
‘갑질’. 단어의 뉘앙스에도 살아있듯 권력과 위력에 의한 부당한 지시라는 의미가 핵심이다. 때문에 갑질 척결은 필연이자 당위이다.
내부고발의 형식을 취했지만 그 출발선이 ‘유착에 대한 감시나 견제에 대한 반발’이었다면 이 역시 척결의 대상이다. 본질적으로 ‘적폐’이기 때문이다. 당장 제보자 색출에 나서는 등 조직보위에 매몰된 사고 역시 곤란하다. 시대착오적이라는 오명만 쓸 뿐이다.
문제는 이러한 구태를 모두 척결할 수 있느냐에 국한되지 않는다. 국세청이 더욱 합리적이고 윤리적인 조직문화를 구축할 수 있는가, 혹은 보다 우수한 조직문화를 구축해 ‘궁극의 성과’를 향해 매진하는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국세청의 성과는 장부상 숫자로 나타나는 ‘세수’ 너머, 즉 국세행정에 대한 국민의 신뢰와 지지도를 높이는 것이어야 한다.
때문에 국세청은 이번 논란까지도 진정한 성과창출을 위한 조직문화 강화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그것이 무엇이든 진정한 성과창출을 위한 ‘묘’를 찾아야 한다. 물론 모든 판단의 근간은 합리성과 윤리성, 그리고 납세자의 권익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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