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방영석 기자) 보험업계에 막대한 자금 부담을 안길 것으로 예상된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이 1년 추가 연기됨에 따라 보험사들이 자본확충 준비 기간을 얻게 됐다.
부채의 시가평가를 핵심으로 하는 IFRS17은 과거 확정고금리 상품을 다수 판매한 보험사들에게 금리차로 인한 부채의 급증을 야기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해 자산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보험사 입장에선 제도 도입 시기의 연기로 인해 예견된 재무건전성 악화 문제에 대비할 시간을 1년 더 번 셈이다.
1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2022년 도입 예정이었던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이 1년 연기, 2023년 1월에 시행될 전망이다.
IFRS17 도입에 따른 재무건전성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충분한 준비기간을 달라는 각국 보험업계의 요구에 따른 결과로, 제도 도입을 늦출 것을 간곡하게 건의했던 한국 보험업계 역시 우선 시름을 덜게됐다.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는 지난 17일 영국 런던에서 이사회를 열고 IFRS17 도입 시기를 1년 연장 하는 방안을 가결했다. 이번 연장 방안에 대해 IASB위원 14명 중 12명이 찬성했다.
IFRS17 도입 시 보험사들은 과거 고금리 확정이자로 판매된 저축성 보험 상품이 많을수록 부채 부담이 크게 증가해 그에 따른 요구자본도 늘어난다.
IFRS17이 도입되면 회계에 현재 시장금리를 반영해야 하는데, 현재 저금리 기조에 보험사의 이익은 줄어들었으나 과거에 판매했던 대다수의 고금리 확정형 상품으로 인해 보험사가 지불해야 할 부채 규모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이번 IFRS17 도입 추가 연기는 유럽을 비롯한 각국 보험사들의 요구에 기인했다. 앞서 IASB는 당초 2021년 도입 예정이었던 IFRS17 시기를 2022년으로 1년 미룬 바 있다.
다만 제도 도입의 연이은 연기에도 불구, 보험사들의 재무건전성 개선 부담은 결과적으로 동일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부채 평가 기준의 변동이라는 대전제가 존재하는 이상, 장기간 지속된 저금리 상황속에서 축적된 보험사들의 금리차 역마진은 최종적으로 보험사의 부채 급증으로 이어질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NICE신용평가가 추산한 국내 생보사의 보험부채 추가 적립금 부담만 해도 73조5695억원에 달한다. 대형 3사인 삼성생명, 교보생명, 한화생명으로 범위를 좁혀도 추가 적립금은 56조430억원에 육박한다.
IASB의 제도 도입 연기는 이처럼 보험업계에 광범위한 치명타를 가할 제도 도입에 대비, 보험사가 어떻게든 가용자본을 확보하라는 '유예'의 의미로 받아들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IFRS17은 도입이 확정된 이후 보험사들의 영업 및 자산운용, 경영 전반을 완전히 변모시키며 그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다.
수십년간 보험업계 성장의 기반이 됐던 저축성보험은 막대한 보험료 수입에도 불구, 보험사들이 스스로 판매량을 억제하고 있다.
보장성보험을 통해 이를 대체하려 하고 있지만 역부족인 상황에서 보험사들은 일제히 신계약과 당기순이익이 반토막 나는 등 체면을 구기고 있는 상황.
역설적으로 보험사가 보유한 자본, 즉 '실탄'은 늘어나고 있다. 금융당국의 발표에 따르면 보험사의 작년총자산은 1238조9169억원으로 전년 말보다 7.2%(83조6781억원) 늘었난 상태.
사옥과 부동산 등 현물자산 매각과 구조조정을 통한 인력비 절감은 물론, 한계까지 유상증자를 반복하고 여의치 않을 시 신종자본증권 및 후순위채 발행을 통해 자산 증대에 몰두한 결과다.
실제로 보험업계에 따르면 국내 보험사들이 IFRS17 도입에 대비해 지난 2017년부터 최근 3년간 실시한 자본확충 규모는 2017년 4조8751억원, 2018년 4조6754억원, 2019년 2조8220억원 등 12조3945억원에 달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자본확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IFRS17 도입이 1년 추가 연기된 것은 보험사 입장에서는 호재"라면서도 "제도 변경이 분명히 결정되어 있는 만큼 대비할 시간이 늘어난 것일 뿐 사전 대비에 소홀한 보험사의 생존을 결코 장담할 수 없다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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