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방영석 기자) IFRS17 도입을 앞둔 보험업계의 저축성보험 시장이 급격히 축소되고 있다. 보험사들이 새로운 회계제도 아래서 부채 부담을 키우는 저축성보험의 공시이율을 일제히 낮추는 한편 판매가 중단된 상품도 속출하고 있는 것.
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부채의 시가 평가를 골자로 하는 IFRS17 도입이 임박한 보험사들의 저축성보험 상품 공시이율이 7월 일제히 하락했다.
7월 들어 저축성보험 방카슈랑스 상품을 판매하는 18개 보험사의 평균 공시이율은 2.42%로 전달 대비 0.04%포인트 감소했다.
6월 기준 저축성보험을 판매했던 보험사 21개사 중 미래에셋생명과 하나생명, DGB생명이 판매를 중단하고 8개 보험사가 공시이율을 하향 조정한 결과다.
7월 들어 생명보험업계에서는 농협생명과(0.05%포인트) 삼성생명(0.02%포인트), 오렌지라이프생명(0.02%포인트) 등 3개 생명보험사가 공시이율을 낮췄다. 공시이율이 떨어진 보험사의 비중은 30%에 육박한다.
손해보험업계에서는 농협손보와(0.01%포인트) KB손보(0.1%포인트), DB손보와(0.05%포인트) 한화손보(0.01%포인트) 등 5개 손해보험사의 공시이율이 줄었다. 저축성보험을 판매하는 손보사의 50% 이상이 공시이율을 낮춘 것이다.
저축성보험 시장에서 철수한 보험사들은 모두 생보업계에서 나왔다. 미래에셋생명과 하나생명, DGB생명의 공시이율은 6월까지 각각 2.5%와 2.39%, 2.4%였다.
이는 생보업계가 오는 2022년 도입되는 IFRS17의 영향을 손해보험업계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직접적으로 받게 되기 때문으로 보인다.
IFRS17은 보험 계약의 부채를 원가로 평가하고 있는 현재와 달리 계약 당시의 시점으로 시가 평가한다. 이 경우 고이율 상품을 판매한 보험사는 향후 저축성보험에서 역마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고, 이는 보험사의 재무건전성 악화를 이끌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2000년대 초반 확정 고금리 상품을 적극적으로 판매했던 생명보험사들은 회계기준 변화에 따라 부채가 급증할 위험에 놓여있다.
재무건전성 악화에 대비해 생보업계가 수조원의 자본 확충을 단행하고 신종자본증권 및 후순위채 등 모든 방안을 통해 추가 자본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는 이유기도 하다.
통계에서 나타난 것처럼 이는 비단 생보업계만의 문제가 아니다. 손보사들 역시 저축성보험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영업 전략을 구사하고 있을 뿐 아니라, 자본 확충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수년간 하락해온 보험업계의 저축성보험 공시이율에서 제도 변화에 대응해 시장을 의도적으로 축소시키고 있는 보험사들의 영업 전략이 드러나고 있는 셈이다.
반면 라이나생명은 높은 공시이율의 확정금리 상품 판매를 유지하며 저축성보험 시장에서 매출 확대 전략을 추진, 타사와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라이나생명은 저축성보험 시장의 퇴조가 뚜렷한 현재, 3.25%의 확정금리 저축성보험 상품 판매를 7월에도 지속하는 독자행보를 보였다.
7월 기준 저축성보험 상품을 방카슈랑스 채널에서 판매하는 18개 보험사 중 공시이율이 3% 이상인 곳은 라이나생명이 유일하다.
이는 과거 확정금리 상품을 판매하지 않았던 라이나생명이 경쟁사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역마진우려가 적다는 장점을 적극 활용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보유 저축성보험 계약이 많아 신규 계약 확보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는 경쟁사들과 달리 라이나생명 입장에선 높은 금리를 앞세워 경쟁에서 우위에 설수 있다.
TM채널 의존도가 높았던 라이나생명이 이를 기반으로 저축성보험 시장에서 매출 확대 및 수익 채널 다변화를 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라이나생명 관계자는 "특별히 저축성보험 매출 확대 전략을 추진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일시적으로 저축성보험 영업현장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한 고지를 차지했다고 볼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IFRS17 도입을 앞두고 보험사들은 매출 급락을 감수하고 저축성보험 판매량을 의도적으로 줄이고 있다”며 “과거 확정금리 상품을 판매하지 않았던 라이나생명은 상대적으로 역마진 부담이 적기 때문에 무주공산이 된 저축성보험 시장에서 전략적으로 매출을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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