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방영석 기자) 지난해 한국은행의 금리인하 결정 이후 맥을 추지 못했던 대형 생명보험사의 공시이율이 1분기에도 하락세를 유지했다.
대형 생명보험사들은 기준금리 동결에도 악화된 자산운용률의 여파까지 2중고가 겹치면서 저축성보험과 보장성보험의 공시이율을 잇달아 하향 조정했다.
2일 생명보험업계에 따르면 금리인하 악재를 피했음에도 생보사들의 공시이율이 여전히 줄어들고 있다.
금리차로 발생하는 역마진 우려가 큰 저축성보험 상품은 물론 보장성보험 상품의 공시이율까지 전반적으로 떨어지는 수치를 보였다.
생보업계 1위사인 삼성생명은 올해 3월 보장성보험의 공시이율을 전월보다 5%포인트 낮은 2.25%로 공시했다.
지난 1월 소폭 상향 조정했던 연금과 저축성보험의 공시이율 역시 2.50%로 각각 2%포인트와 6%포인트씩 떨어졌다.
교보생명은 보장성보험의 경우 2.45%를 유지했지만, 연금과 저축성보험은 2%포인트와 5%포인트 낮아진 2.50%를 나타냈다.
이는 보험사가 우려했던 기준금리 추가 인하를 피했음에도 하락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금리 하락에 따른 역마진 우려가 우선 해소됐지만 장기적으로 현 금리 상태만으로도 보험사가 공시이율을 유지할 수 없다는 사실이 드러난 셈이기 때문.
실제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달 27일 기준금리를 연 1.25%로 동결했다. 금통위의 기준금리 동결에도 코로나19 여파 등으로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면서 채권시장이 가파른 강세를 나타내자 공시이율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올해 1월 2일 국고채 5년물 금리는 1.442%였지만, 현재 1.127% 선에서 머물러 있는 상태.
보험사의 공시이율 하락은 올해만의 문제는 아니였다.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과거 판매한 고금리 상품에 대한 금리차 부담이 커졌고, 보험업계의 공시이율은 최근 몇년간 꾸준히 하향 곡선을 그려왔기 때문이다.
이는 은행의 예금금리에 해당하는 공시이율이 보험사 금리연동형 상품에서 실제로 부담해야 하는 보험금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보험사는 공시이율을 이자율로 금리연동형 상품의 만기 환급금을 계산하며, 공시이율이 높아질수록 향후 소비자에게 돌려줘야 할 환급금 규모가 커진다.
더욱이 글로벌 금융위기 등 투자 시장 환경이 날로 나빠지면서 보험사가 저금리를 대체할 투자영업 이익을 거두기 어려워지고 있다는 점 역시 이 같은 공시이율 하락의 원인으로 거론되고 있다.
통상 공시이율의 안정적인 기준이 되는 국고채 5년물, 회사채, 통화안정증권 수익률, 양도성예금증서, 유통수익률 등이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생보사의 주요 투자처인 채권 시장의 수익 역시 신통치 않았던 셈이다.
작년 11월 말 기준 생명보험사의 운용수익률은 3.5%에 머무른바 있다.
보험사의 공시이율 하락은 자연스레 방카슈랑스채널의 영향력 및 생보사들의 성장을 견인했던 저축성보험의 판매 급감으로 이어지고 있다.
환급금을 앞세워 은행보다 높은 이자 수익을 제시했던 과거 상품과 달리 현 상품이 은행 적금 대비 지니는 우위를 상실해나감으로써 가입자 자체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부채를 시가로 평가하는 IFRS17 도입에 대비해 저축성보험 판매를 의도적으로 줄여나가고 있는 생보사들의 최근 경영 기조와 맞물려 향후 공시이율은 계속해서 하락, 1%대의 벽도 무너질 수 있다는 예측이 흘러나오게된 이유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당초 한국은행이 올해 금리를 추가로 인하할 수 있다는 예측이 있었으나 코로나19 등 악재로 다행히 이를 피할 수 있었다"며 "그럼에도 불구, 보험사들의 공시이율이 여전히 줄어들 수 밖에 없었던 원인은 결국 현 금리 상황 아래에서도 보험사들이 투자영업을 통해 금리차로 발생하는 손실을 보전하기 어려웠다는 현실이 나타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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