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방영석 기자) 교보생명이 지금까지의 영업 방식을 뒤집어 저축성 보험 판매에 몰두하면서 보험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과거 고금리 상품 판매로 이미 저축성보험 분야에서 막대한 역마진 손실이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선납수수료까지 동원해 매출 끌어올리기에 나선 행보가 ‘정상적’이라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보험업계는 교보생명이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장부상 자산규모를 늘리는 작업에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으나 재무적투자자(FI)와의 갈등으로 당장 IPO가 어려워 이 같은 경영전략의 배경에 대한 궁금증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1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저축성보험 판매량을 선제적으로 줄였던 교보생명이 이 같은 경영 기조를 뒤집어 올해 적극적으로 저축성보험 판매에 나서고 있다.
당초 교보생명은 대형사 중에서도 저축성보험 판매를 통한 외형 확장 대비 역마진 리스크를 무겁게 판단, 적극적으로 판매량 축소에 나섰던 생명보험사였다.
2010년대 들어 교보생명이 경쟁사 대비 저축성보험 판매 억제에 선제적으로 나섬에 따라 당시 교보생명은 월 매출이 ‘반토막’이 나는 등 홍역을 겪었던 바 있다.
교보생명은 이 같은 영업 기조를 작년까지만해도 유지해왔다. 단순 외형확장으로 인한 ‘이득’보다는 실제 보험사에 돌아오는 ‘수익’이 중요하다는 실용주의적인 판단에 따른 결과였다.
매년 영업실적에 따라 성과를 평가 받는 전문 경영인 대표이사와 비교해 ‘오너 보험사’였던 신창재 회장의 의향이 강하게 반영된 결과로 내실 다지기에 극도로 예민한 신 회장의 경영철학이 대표적으로 드러난 사례이기도 했다.
그러나 교보생명은 올해 초부터 저축성보험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 비결은 DLF, DLS 사태 이후 판매상품이 크게 줄어든 방카슈랑스 채널 공략이었다.
교보생명의 방카슈랑스 초회보험료 수입은 지난 1월 43억 원, 2월 47억 원에 불과했으나 3월 67억 원, 4월 53억 원, 5월 61억을 거쳐 6월에는 120억 원으로 수직상승했다.
교보생명의 방카슈랑스 월납 초회보험료 수입이 100억 원을 넘긴 것은 창사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비결은 ‘선납수수료’에 있었다. 선납수수료는 고객이 보험료를 미리 내면 판매수수료도 앞당겨서 지급하는 방식이다.
주로 2~3년짜리 단기 상품인 저축성보험에는 처음 1년 치 보험료를 첫 달에 한 번에 내는 기능이 있다. 여기에 보험료의 2배까지 추가 납입할 수 있는 기능을 더하면 3년 치 보험료를 한 번에 낼 수 있다.
이를 통해 2년납, 3년납 저축보험을 일시납상품과 유사하게 가입시킴으로서 상대적으로 큰 보험료 수입을 거둘수 있었던 것. 은행에게 일시납 방식으로 가입시키면 판매수수료도 한 번에 지급하면서 방카슈랑스 채널의 적극적인 호응을 이끌어낸 결과다.
문제는 저축성보험은 보험사에 부메랑으로 돌아오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고객에게는 은행예금보다 훨씬 높은 금리를 제시해야 경쟁력이 있는 반면 향후 저금리로 인해 돌려줘야할 환급금은 시간이 갈수록 늘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저축성보험은 판매채널에는 다른 상품보다 많은 수수료를 지급해야 적극적인 영업을 유도할 수 있다. 사실상 현 시점에서 판매를 통해 보험사가 기대할 수 있는 효과는 상대적으로 고액의 보험료를 통한 일시적인 총자산, 매출량 증대 효과뿐인 셈이다.
저축성보험 전선의 ‘방관자’였던 교보생명의 참전은 생명보험업계의 영업 경쟁 판도를 뒤흔들기 충분했다.
교보생명의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고객을 뺏길 위기에 처한 경쟁사들은 교보생명과 비슷한 수준의 선납수수료를 제공할 수밖에 없었다.
과당경쟁이 벌어지면서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방카슈랑스 초회보험료 역시 1조 8527억 원으로 지난해 동기 1조 4919억 원 대비 24%나 급증했다.
IFRS17 도입으로 당초 6% 이상 감소할 것이라던 예상과는 정반대 결과로 이는 금융당국이 선납수수료 정책을 자율적으로 자제하라는 제동을 걸게된 원인이 됐다.
자연스레 보험업계의 관심은 교보생명이 지금까지의 기조를 뒤집어 왜 저축성보험 판매량 증진에 나섰냐에 집중되고 있다.
저축성보험 판매량 증진으로 거둬들일수 있는 효과가 단기적인 자산규모 증대에 있는만큼 가장 큰 원인으로는 ‘IPO 대비’가 꼽히고 있다.
아직까지 대형 생보사 중에서 유일한 미상장사인 교보생명이 상장 이후 보유 지분 차액 극대화를 목표로 저축성보험 판매라는 ‘고육지책’을 추진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이 같은 ‘상장차액 전략’은 FI와의 갈등으로 당장 2조원에 달하는 자금을 돌려줘야할 위기에 놓인 신회장의 입장에서도 피할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목소리도 흘러나오고 있다.
실제로 교보생명은 IPO가 지속적으로 미뤄짐에 따라 현재 어피니티 컨소시엄 등 FI와의 풋옵션 관련 소송을 진행 중이다.
다만 소송이 임박해 금융당국 허가를 받는 등 급 물살을 탔던 IPO가 FI와의 소송전 강행으로 언제 시행될지 장담하지 못하는 상태에 놓였다는 점에서 이 같은 분석도 완전치는 못한 상황이다.
생보업계 관계자는 “저축성보험의 위험성에 누구보다 먼저 주목했던 교보생명이 수년간의 경영기조를 뒤집은 원인은 상장 이후 차익을 노린다는 것 이외에는 원인을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현재 교보생명이 FI 및 회계법인과 진행 중인 소송들은 엄밀히 말해 시간을 끌기 위한 전략 이상으로 평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제3의 투자자를 찾지 못한다면 막대한 금액을 물어낼 방법이 사실상 없는 교보생명 입장에선 IPO 과정에서 높은 몸값을 받으려면 회사 전체의 볼륨을 키울 필요가 있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교보생명은 시장의 이 같은 우려에 대해 저축성보험 판매량 증가는 일시적인 현상일 뿐, 의도적으로 판매량 증진에 나서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상반기 라임펀드 이슈 등으로 은행권 부동자금이 안전자산을 선호하면서 방카 채널을 통한 저축성보험 판매가 확대된데 따른 현상으로, 일부 방카영업 경쟁사들의 재무건전성 이슈로 교보생명 상품에 대한 선호 현상이 높아진 결과라는 것.
교보생명 관계자는 "문제가 된 선납 수수료 역시 보험업법상 허용된 제도로 교보생명 뿐 아니라 대부분의 생보사들이 이를 활용했다"며 "감독당국의 권고를 수용해 7월부터는 해당 제도를 중지한 상태"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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