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없이 살아온 나날들_김재진 저미는 어스름에 길어진 그림자가 아스라한 저물녘 차츰 움츠러드는 공허한 마음이 더는 혼자라는 삿된 생각에 휩싸여 인기척 없는 소파에 푸석하게 쓰러집니다 차라리 지평선 저 멀리 가볼 수도 있었을 텐데 한 치 앞에만 제정신 이어 옆만 슬몃슬몃 넌짓 하다가는 생각이란 것도 없이 꽤 괜찮은 날들을 허투루 보냈나 봅니다 봄여름 밤의 푸르름이 영원할 줄 알았던가 우적우적 풋풋한 시간들 거덜 내 바닥까지 탕진해버리고는 지는 낙엽이 쓸쓸히 떠나가는 줄도 모르고 무모하기 짝이 없는 인생을 살아왔나 봅니다 그때로 다시 돌아갈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몇 번의 사랑은 왜 그다지도 싶게 외면했을까요 아직도 내게 할 수 있는 일들이 남아는 있을까요 만추의 뜨락에는 수북이 쌓인 낙엽만이 스산하게 나뒹굽니다. [시인] 김재진 대한문학세계 시 부문 등단 (사)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 회원 대한문인협회 사무국장 [시감상] 박영애 평범한 일상생활이 얼마나 소중한 지를 요즘 코로나19 바이러스를 통해 새삼스럽게 깨닫게 되는 요즘입니다. 너무나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감사함 없이 지냈던 시간이 그 무엇보다 소중하고 행복했다는 것도 알게 됩니다. ‘생각 없이 살아온 날
한 바퀴 돌아보니 _이봉우 한 바퀴 돌았다 꽃 찾아가는 나비의 팔랑이는 날갯짓으로 꽃잎 어루만지는 바람으로 설렘으로 수많은 날을 지새우고 반짝이는 불빛 아래 아픔을 감추기도 낮과 밤 사계절은 뫼비우스 띠처럼 끊어지지 않고 연결되어 구르고 그 동그란 띠 위에 발자국 남기며 울고 웃었다 한 바퀴 돌아보니 세상은 빛나더라 태양처럼 눈부시게 빛나더라 행복 아닌 것이 없더라 모두가 감사더라 단지 발견하지 못했을 뿐 아침에 뜨는 해는 희망의 빛이요 새들의 노랫소리는 음악이요 불어오는 바람은 천사의 손길이더라 저녁노을은 기도더라 밤하늘 별빛은 이정표 삼아 찾아갈 불빛 미워할 것 하나 없더라 손바닥을 펴니 이렇게 편안한 것을 그 손으로 미움을 잡으니 환해지더라 그 손으로 슬픔을 나누니 밝아지더라 한 바퀴 돌아보니 사랑스럽지 않은 것이 없더라 모두가 사랑이더라 [시인] 이봉우 대한문학세계 시 부문 등단 (사)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 회원 대한문인협회 경기지회 정회원 대한시낭가협회 제7기 시낭송가 수료 2018 순우리말 글짓기 동상 2018 올해의 시인상 2019 명인명시 특선시인선 선정 2019 짧은 시 짓기 금상 2019 순우리말 글짓기 동상 [시감상] 박영애 어떤 인생관을 가
빨간 맛_이경애 인생의 단맛이 그때였다면 쓴맛은 지금일까... 친숙하지 않고 어색하기만 한 자연스럽게 넘어가 버린 앞자리 수 낯설기만 하다 지구는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돌고 있고 매일 반복되는 낮과 밤도 달라지는 게 없는데 내 나이의 앞자리 숫자가 바뀌어버린 탓에 익어가는 젊음이 괜스레 침울하여 저물어가는 노을 바라보며 빨간 맛을 느낀다 [시인] 이경애 대구 거주 대한문학세계 시 부문 등단 (사)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 회원 대한문인협회 정회원 대한시낭송가협회 회원 [시감상] 박영애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돌고 있는 이 지구상에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해 비상사태이다. 물론 우리나라도 안전하지는 않다. 소리 없이 찾아온 바이러스가 모두를 숨죽이게 하고 멈추게 하고 두려움으로 떨게 한다. 바이러스 감염 예방을 위해 마스크 착용은 물론 되도록 외출하지 않는다. 이런 상황이 익숙하지 않지만, 거기에 맞게 또 대응할 것이며 이겨낼 것이다. 시적 화자도 삶은 달라진 것이 없는데 숫자의 변화에 내적 변화가 일어남을 볼 수 있다. 기대감보다는 상실감이 깊어지고 왠지 자신이 젊음과 점점 멀어져 소외감을 느끼는 것을 본다. 그런데도 지구는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돌고, 밤과 낮은 자
멍 / 김희경 어디서 부딪혔는지 멍 자욱이 무릎에 피었다 꾹꾹 눌러보니 살짝 통증도 핀다 부딪힌 기억조차 없을 때는 아마도 내게 부딪힌 무언가는 아팠겠다 늘 그랬던 것 같다 무심코 던진 말이 누군가를 아프게 한 일은 한참이 지난 어느 날 후회가 피었었다 누군가 던진 말에 내가 상처받으면 늘 오래도록 멍울처럼 매달려 있었고 멍이 되도록 삼키지 못해 터진 것들은 늘 시간을 필요로 하였었다 시간이 지우는 건 색깔일지 모르나 상처는 긴 세월 상을 드리우며 괴롭히곤 했다 무심한 내게 부딪힌 무엇에게 멍을 쓰다듬으며 마음을 띄워본다 내 몸에 새겨진 자국이 너의 눈물이 아니길 너무 많이 아파하지 않길 보이고 나서야, 내가 아파져서야 헤아리게 되는 이 무지함을 정녕 용서해주길 미안하다 [시인] 김희경 부산 거주 대한문학세계 시 부문 등단 (사)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 회원 대한문인협회 정회원 [시감상] 박영애 살아가면서 무심코 한 행동이 그 누군가에는 큰 위험이 되기도 하고, 아픔이 되기도 하며 상처가 되기도 한다.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는 맞아 죽는다’라는 속담처럼 그것이 마음의 상처든 육체의 상처든 아프기는 매한가지다. ‘멍’ 작품에서 시적 화자는 어느 순간에 들었는지
갈 망 / 윤인성 어느새 만추는 맹 년을 기약하고 꼭두새벽부터 추운 겨울이 길목에 접어들 때 세차게 몰아치는 된바람은 이 몸 시리도록 꽁꽁 얼려놓는다 창가에 서서 저 멀리 강기슭 갈대숲을 넋이 나간 듯 멍하게 바라볼 때 후려치는 매서운 된바람이 갈꽃을 송두리째 족족 훑어가니 허전함은 무지하게 파고든다 어느덧 내 고된 삶도 갈꽃처럼 된 바람에 휘둘린 머리칼은 한 가닥 두 가닥 털려 버리고 도끼빗처럼 듬성듬성 비워지니 이마는 유리 광이 난다 갈대가 된바람에 호되게 얻어맞아서도 매년 봄을 손꼽아 기다리듯 반백의 서러움을 위로받고 파릇파릇한 젊은 뜰에서 새싹 틔울 날만 다시금 갈망하고 있다. [시인] 윤인성 경북 영양 거주 대한문학세계 시 부문 등단 (사)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 회원 좋은 시, 낭송시 선정 [시감상] 박영애 추운 겨울보다 더 추운 코로나바이러스가 모든 것을 꽁꽁 얼려버렸다. 혹여 기침하거나 열이 나고 감기 증세가 보이는듯하면 두려움에 떤다. 어느새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가 우리 삶의 영역을 흔들고 있다. 그런데 우리의 삶을 흔드는 것이 바이러스뿐이겠는가? 세월을 먹으면서 주름은 늘고 몸은 점점 쇠약해져 가다 보면 어느 사이 멈춰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이제야 알 것 같습니다 / 안정순 성품은 하늘이요 은덕은 바다이신 지아비와 가녀린 어깨에 업을 지고서 곰방대에 까맣게 그을린 홀 시아버님의 사랑손님 가마솥에 떼 죽을 끓이시던 날 삭풍의 동지섣달 등거리 비져나오는 시름 뼛속 깊이 욱여넣으며 목구멍의 포도청은 타다 남은 청솔가지 쓰디쓴 눈물로 채우셨을 어머니 늦게 철든 막내둥이 장가보내고 두어 개 남은 이 활짝 웃으며 떠나가신 아버님을 따라 어언 다섯 해가 지난겨울 초입 지난밤 장독대 위 살포시 떨궈놓으신 가없는 사랑 지천명이 한참을 지난 후에야 어렴풋이 알 것 같습니다! 어머니 [시인] 안정순 충남 부여 거주 현) 대한문인협회 대전충청지회 지회장 <수상> 2003년 3월 시 부분 신인문학상 2014년 올해의 시인상 2014년 순 우리말 글짓기 전국시인대회 은상 2015년 한줄시 공모전 대상 2017년 순 우리말 글짓기 전국시인대회 대상 2018년 이달의 시인 선정 <저서> ‘각시 버선코’ [시감상] 박영애 가난했던 시절 희생적인 어머니의 삶을 지천명이 되어서야 그 깊은 사랑을 깨닫게 되는 시적 화자의 마음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어머니’라는 이름 앞에 수많은 희생이 담겨 있고 책임감이
운명 앞에서 / 홍사윤 신이 나를 버렸는가! 명(命)이 여기서 끝나려 하는가! 아픔을 간직한 육신 날개 꺾인 한 마리 새가 되어 창공을 향해 울부짖는다 고개를 떨군 무너진 육체 인생의 갈림길에서 명을 기다리고 있었지만 하늘은 나를 부르지 않았다! 처절한 육신을 향해 몸을 감싸 안으며 불어오는 생명의 바람은 미련을 버린 삶을 다독이는 희망의 속삭임 신은 아직 나를 버리지 않았다! 한 번 더 주어진 운명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 미소로 다가온 오늘에 감사하며 삶이 다하는 날까지 눈물을 감추고 살아온 그녀에게 내 사랑을 주리라. [시인] 홍사윤 인천 출생, 거주 대한문학세계 시 부문 등단 (사)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 회원 대한문인협회 인천지회 정회원 특별초대 시인작품 시화전 선정 대한문인협회 인천지회 향토문학상 금상 짧은 시 짓기 전국공모전 은상 <공저> 대한문인협회 인천지회 동인문집 "글 꽃 바람" [시감상] 박영애 건강할 때는 건강함의 소중함을 모른다. 비로소 건강함을 잃었을 때 건강하게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인지 알게 된다. 주어진 운명의 끝을 알 수 없기에 천 년 만년 살 것처럼 강인하다가도 한순간에 나약해지기도 하고 무너지기도 하는 것이 우
엄마와 접시꽃 / 주선옥 언제나 이맘때 하늘 푸른 날 다홍치마 곱게 차려입고 누군가 그리운 이 만나려나 한껏 부푼 설렘으로 오는 그녀 슬쩍 지나가는 바람에도 크게 흔들리며 뒤로 물러섰다가 또다시 성큼 뜰아래로 내려서서 눈부시게 함박웃음을 짓는다. 가녀리진 않으나 뭇 눈길을 끄는 아련한 너의 몸짓은 때로 내 어머니의 젊은 날 그 어여쁨을 새삼 떠올리게 하는 시간 속에 굵어지고 울퉁불퉁한 손가락으로 꽃잎을 만지는 당신의 마음 꿈도 사랑도 가득했을 그 계절 이제는 자꾸 놓이는 순간 그렇게 고왔던 시절도 있었다고 잊히어가는 팔순에 어렴풋이 떠올리는 당신의 소중하고 아름다운 추억을 나는 부채춤처럼 감상하고 있다. [시인] 주선옥 국립공주대학교 사회복지대학원 사회복지학 석사 학위 대한문학세계 시 부문 등단 (사)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 회원 대한문인협회 정회원 대한문인협회 대전충청지회 정회원/ 문학어울림 정회원 대한창작문예대학 졸업/ 문예창작지도자 자격 인증 <수상> 2018년 대한문학세계 신인문학상 2019년 대한창작문예대학 졸업 작품전 은상 <저서> 시집 "아버지의 손목시계" [시감상] 박영애 접시꽃을 보면서 어머니의 모습을 담았다. 접시꽃은 보기
민들레꽃 / 곽철재 등꽃이 상쾌하게 드리워진 벤치에선 보이지 않았습니다 길가에 핀 민들레꽃 빨간 줄장미를 따라 걸을 때도 보지 못하였습니다 그날도 바람에 흔들렸을 길가에 핀 민들레꽃 까닭 없이 허전하여 종일을 헤매다가 나는 보았습니다 마을이 끝나는 곳에 홀로 서 있는 민들레꽃 푸석해진 개똥 옆에 참 노랗게도 피었습니다 느티나무 잎을 훑어내리던 비바람이 한바탕 길을 휩쓸고 간 후에 나는 알았습니다 내 마음 깊은 곳에 단단히 뿌리 내린 키 작은 연민 하나 다시는 캐낼 수 없음을 [시인] 곽철재 대한문학세계 시부문 등단(2014) (사)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 회원 대한문인협회 대구경북지회 정회원 순우리말 글짓기 공모전 금상 수상 (2015) 대한문인협회 향토문학상 수상(2016) 대한문인협회 금주의 시 선정(3회) 대한문인협회 좋은 시 선정 공저 <2017 명인명시 특선시인선> [시감상] 박영애 주변에 흔히 피어 있는 민들레꽃 그러나 관심 있게 보지 않으면 쉽게 눈에 들어오지 않는 꽃이기도 하다. 향기 진하고 예쁜 화려한 꽃들 속에서 밀려나 외면당하기도 하지만, 어려운 환경 속에서 그리고 척박한 땅에서도 단단한 시멘트 틈새 사이로도 포기하지 않고 그 자리
피반령 고개/박영애 유난히 바람이 차갑게 불던 날 이름도 모른 채 너를 만났다. 굽이굽이 휘어지는 미로 같은 너를 따라가면서 알 수 없는 적막감과 두려움이 나를 휘감았다. 차츰 시간이 지나 너를 알게 되었다. 이름은 피반령 고개 해발 360미터 아름다운 사계절의 멋진 풍경 청주와 보은을 연결해주는 소중한 통로다. 그런 네가 언제부터인가 내 삶 속에 깊숙이 자리했다. 철마다 형형색색의 아름다움을 선물해 주었고 기쁨과 슬픔을 함께 나누며 지친 삶을 위로해주고 열정적인 꿈과 삶을 향해 달릴 수 있게 해주었다. 너를 만나 두렵기도 했지만 지금 나는 너와 함께 삶을 동행하고 있다. [시인] 박영애 충북 보은군 거주 대한문학세계 시 부문 등단 (사)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 부이사장 대한문인협회 정회원 (현) 시인, 시낭송가, MC (현) 대한창작문예대학 시창작과 교수 (현) 대한문학세계 심사위원 (현) 대한문인협회 금주의 시 선정위원장 (현) 시낭송 교육 지도교수 (현) 대한시낭송가협회 회장 (현) 문화예술 종합방송 아트TV '명인 명시를 찾아서' MC [시감상] 김락호 시인 좋은 시, 나쁜 시를 고르는 기준은 무엇일까? 하는 의문점을 시에 관심이 있거나 시를 짓는 문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