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김용주 변호사) 1. 사안의 개요
원고는 2010년 10월 29일 소외인과 이 사건 토지 등을 10억원에 매도하는 매매계약을 체결하였다. 원고는 소외인으로부터 매매대금을 전부 지급받지 못했는데도 소외인의 요청으로 2011년 8월 12일 안양원예농업협동조합에 이 사건 토지에 관하여 채권최고액 20억 8000만원, 채무자를 소외인이 운영하던 주식회사 마아OO로 하는 근저당권을 설정해 주었다.
이 사건 토지는 위 근저당권을 실행하기 위한 경매절차에서 매각되었고, 매수인 주식회사 비투OO는 2016년 10월 12일 경매법원에 매각대금 20억 8555만원을 납부하였다. 시흥세무서장은 원고가 2016년 10월 12일 주식회사 비투OO에 이 사건 토지를 20억 8555만원에 양도하였다고 보고, 2017년 10월 31일 원고에 대하여 2016년 귀속 양도소득세 804,929,460원을 부과하는 이 사건 처분을 하였다. 한편 주식회사 마아OO에 대하여 2020년 6월 30일 파산이 선고되었다.
2. 이 사건의 쟁점
이 사건의 쟁점은 물상보증인이 담보권 실행을 위한 경매로 담보목적물의 소유권을 상실하였으나 채무자의 파산으로 구상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된 경우 이를 후발적 경정청구 사유로 보아 양도세 부과처분을 위법하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다.
3. 관련 법령 및 법리
소득세법 제88조 제1호 1문은 양도세의 과세요건으로서 ‘양도’를 ‘자산에 대한 등기 또는 등록과 관계없이 매도, 교환, 법인에 대한 현물출자 등을 통하여 그 자산을 유상으로 사실상 이전하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근저당권 실행을 위한 경매는 담보권의 내용을 실현하는 환가행위로서 매수인은 목적부동산의 소유권을 승계취득하는 것이므로 위 규정에서 말하는 ‘양도’에 해당한다(대법원 1984. 2. 28. 선고 83누269 판결 참조).
경매의 기초가 된 근저당권이 제3자의 채무에 대한 물상보증을 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그 양도인은 물상보증인이고 매각대금은 경매목적 부동산의 소유자인 물상보증인의 양도소득으로 귀속된다. 또한 물상보증인의 채무자에 대한 구상권은 매각대금이 채무자가 부담하고 있는 피담보채무의 변제에 충당됨으로써 대위변제의 효과로서 발생하는 것이지 경매의 대가라는 성질을 가지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채무자의 무자력으로 물상보증인이 채무자에게 구상권을 사실상 행사할 수 없더라도 그러한 사정은 양도소득의 성립 여부에 아무런 영향이 없다(대법원 1986. 3. 25. 선고 85누968 판결, 대법원 2002. 7. 26. 선고 2002두2758 판결 참조).
한편, 국세기본법 제45조의2 제2항에서 정한 후발적 경정청구는 납세의무 성립 후 일정한 후발적사유의 발생으로 과세표준과 세액을 산정하는 근거가 된 사항에 변동이 생긴 경우에 할 수 있다(대법원 2011. 7. 28. 선고 2009두22379 판결 등 참조).
물상보증인이 담보로 제공한 부동산이 경매절차에서 매각된 다음 채무자의 파산 등으로 물상보증인의 구상권 행사가 불가능하게 되었더라도, 이는 목적부동산의 매각에 따른 물상보증인의 양도소득이 성립하는지 여부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따라서 위와 같은 사정이 발생하더라도 양도소득세 과세표준과 세액을 산정하는 근거가 된 사항에 변동을 가져오지 않으므로, 국세기본법 제45조의2 제2항, 같은 법 시행령 제25조의2가 정한 후발적 경정청구사유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4. 대법원 2021. 4. 8. 선고 2020두53699 판결
물상보증인인 원고가 담보로 제공한 이 사건 토지가 경매절차에서 매각된 다음 채무자 주식회사 마아OO의 파산으로 원고의 구상권 행사가 불가능하게 되었더라도, 이는 국세기본법 제45조의2 제2항, 국세기본법 시행령 제25조의2에서 정한 후발적 경정청구사유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5. 검 토
경락에 의한 부동산소유권이전의 경우 양도소득에 해당되는 것은 경락대금인데 이것은 부동산 소유자인 물상보증인에게 법률상 귀속되는 것이므로 양도소득이 없다고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설사 물상보증인이 경락대금에서 아무런 대금교부를 받지 못하였고 또 구상권행사의 가능성마저 없다고 하더라도 경락대금이 담보권자에게 교부됨으로써 물상보증인은 담보채무의 소멸이라는 경제효과를 얻게 되므로 물상보증인이 실질적으로도 소득이 없다고 보기도 어려워 보인다.
나아가 임의경매에 의하여 경락된 경우와 물상보증인이 임의로 담보목적물을 양도한 후 그 대금으로 변제하는 경우를 비교하면 양자간에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위 대법원 판례는 이와 같은 법 논리를 충실히 따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판단이 우리 법 감정에 부합하는 것인가 하는 점은 매우 의문스럽다. 원심법원은 물상보증인이 경매목적물의 양도로 매각대금을 취득하였다고 하더라도 매각대금 중 잉여금 등으로 물상보증인에게 현실적으로 귀속되는 것 이외에 채무자의 채권자들에게 배당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채무자에 대한 구상권의 행사를 통하여 그 소득을 실현할 수밖에 없는데, 채무자의 파산 등으로 그러한 구상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되어 그 소득이 실현될 가능성이 전혀 없게 된 것이 객관적으로 명백하다면, 이는 국세기본법 시행령 제25조의2 제2호, 제4호가 정한 후발적 경정청구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원심법원이 대법원이 설시하고 있는 위와 같은 법 논리나 기존 판례를 알지 못하였을 리 없을 텐데도 위와 같이 판단한 것은 우리 법 감정에 조금 더 부합하는 새로운 해석을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대법원은 기존의 법 논리에만 충실하였지 원심의 고민을 숙고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고 새로운 해석과 법 논리 구성에는 매우 인색해 보이기만 한다.
[프로필] 김용주 법무법인 (유한) 서울센트럴 변호사
• 사단법인 한국프로스포츠협회 감사
• 대한배구협회 스포츠공정위원
• 법률신문 판례해설위원
• 전) 서울특별시 성동구·마포구 법률고문변호사
• 고려대학교 대학원 석사과정 수료(행정법전공)
• The University of British Columbia, School of Law(Visiting Scholar in Tax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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