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김용주 변호사)
1. 사안의 개요
원고는 2000년 9월경 소프트웨어 개발 및 공급, 스마트카드 제조 및 판매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C주식회사의 대표이사로 취임하였다. 원고는 2010년 12월 기준으로 C사 발행주식 중 20.1%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다.
C사는 태블릿PC 사업으로의 진출을 위해 2010년 약 14억원을 투자하였고 2011년부터 매년 투자할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이에 C사는 2011년 6월 28일 권면총액 100억원의 무기명식분리형 사모 신주인수권부사채를 발행하였다. 산은캐피탈과 신한캐피탈은 2011년 6월 28일 C사로부터 위 신주인수권부사채를 취득한 후 위 사채에서 분리된 이 사건 신주인수권을 원고에게 곧바로 매도하였다.
이에 원고는 2011년 9월경 구상속세 및 증여세법(2013. 1. 1. 법률 제1160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을 말함, 이하 상증세법) 제35조를 적용하여 2011년 6월 28일 증여분에 대한 증여세 신고·납부를 하였다.
한편, 원고는 2012년 9월 5일 이 사건 신주인수권을 1주당 00원에 행사하고 구 상증세법 제40조 제1항 제2호를 적용하여 신주인수권 행사 이익 00원을 증여재산가액으로 하여 증여세를 신고·납부하였다.
그 후 원고는 2013년 8월경 이 사건 신주인수권의 취득 및 행사에는 구 상증세법 제40조가 적용되지 않음에도 착오로 이를 적용하여 증여세를 신고·납부하였다는 이유로 경정청구를 하였으나, 관악세무서장은 2014년 3월경 이를 거부하였다.
2. 관련규정
구 상증세법 제40조 제1항은 전환사채 등의 인수·취득, 주식전환 등에 따른 이익의 증여에 관하여 규정하면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특수관계인으로부터 전환사채 등을 취득한 경우로서 전환사채 등을 시가보다 낮은 가액으로 취득함으로써 얻은 이익과 전환사채 등에 의하여 주식으로의 전환·교환 또는 주식의 인수를 함으로써 교부받았거나 교부받을 주식의 가액이 전환가액 등을 초과함으로써 얻은 이익(제1호 가목 및 제2호 가목)’, ‘제1호 또는 제2호에서 규정하는 것과 방법 및 이익이 유사한 경우로서 전환사채 등의 거래를 하거나 전환사채 등에 의하여 주식으로의 전환 등을 함으로써 특수관계인으로부터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얻은 이익(제3호)’을 증여재산가액으로 들고 있다.
또한 구 상증세법 제35조 제2항은 특수관계인이 아닌 자 간에 재산을 양수한 경우로서 거래의 관행상 정당한 사유 없이 시가보다 낮은 가액으로 재산을 양수한 경우에는 그 대가와 시가의 차액에 해당하는 금액을 증여받은 것으로 추정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이익에 상당하는 금액을 그 이익을 얻은 자의 증여재산가액으로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나아가 구 상증세법 제42조 제1항은 ‘제40조에 따른 증여외에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이익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 이상의 이익을 얻은 경우에는 그 이익을 그 이익을 얻은 자의 증여재산가액으로 한다’고 정하면서, 제3호에서 ‘제40조 제1항의 규정에 따른 전환사채 등에 의한 주식의 전환·인수·교환 등 법인의 자본을 증가시키거나 감소시키는 거래로 얻은 이익’을 들고 있다.
다만 같은 조 제3항에서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특수관계인이 아닌 자 간의 거래로서 거래의 관행상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이를 적용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3. 대법원의 판단
이에 대해 대법원은 C사가 이 사건 신주인수권부사채를 발행할 당시 신규사업에 자금을 투자할 계획이어서 운영자금의 조달이 필요한 상황이었던 점, 원고가 이 사건 신주인수권의 취득과 행사를 통해 이익을 얻었더라도 이는 주가 하락의 가능성을 상당기간 감수한 데에 따른 것이고 그 밖에 이 사건 회사의 자금조달과 신규사업 진출 등 여러 가지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한 결과로 보이는 점, 원고가 사채가 발행된 당일에 이 사건 신주인수권을 매수하게 된 것은 산은캐피탈과 신한캐피탈이 사채로부터 분리된 신주인수권을 조기에 처분함으로써 이익을 얻음과 동시에 주가변동의 위험을 회피하고자 위와 같은 매수를 원고에게 요구하였기 때문인 점 등을 들어, 이 사건 신주인수권부사채의 발행부터 이 사건 신주인수권증권의 행사와 신주 취득까지 일련의 행위들은 별다른 사업상 목적 없이 증여세를 부당하게 회피하거나 감소시키기 위하여 비정상적으로 이루어졌다고 볼 수 없으므로 구 상증세법 제2조 제4항, 제40조 제1항 제1호 가목, 같은 항 제2호 가목이나 제40조 제1항 제3호를 적용하여 증여세를 과세할 수 없고, 나아가 합리적인 경제인의 관점에서 거래의 관행상 정당한 사유가 없다고도 볼 수 없으므로 구 상증세법 제35조 제2항 및 제42조 제1항 제3호에 기해서도 과세할 수 없다고 판단한 원심판단을 수긍하였다.
4. 평가
구 상증세법 제2조 제4항과 같이 경제적 실질에 따라 과세하도록 하는 규정을 두고 있는 이유는 증여세의 과세대상이 되는 행위 또는 거래를 우회하거나 변형하여 여러 단계의 거래를 거침으로써 증여의 효과를 달성하면서도 부당하게 증여세를 감소시키는 조세회피행위에 대처하기 위함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경우 여러 단계의 거래 형식을 부인하고 실질에 따라 증여세의 과세대상인 하나의 행위 또는 거래로 보아 과세할 수 있도록 하여 조세공평을 도모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납세의무자는 경제활동을 할 때 동일한 경제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여러 가지 법률관계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이 경우 과세관청으로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당사자들이 선택한 법률관계를 존중해야할 필요가 있다.
또한 여러 단계의 거래를 거친 후의 결과에는 손실 등의 위험부담에 대한 보상뿐만 아니라 외부적인 요인이나 행위 등이 개입되어 있을 수 있다. 그 때문에 거래의 결과만을 가지고 그 실질이 증여 행위라고 쉽게 단정하여 증여세의 과세대상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대법원 2017. 1. 25. 선고 2015두3270 판결 등 참조).
따라서 대법원이 이 사건 신주인수권증권의 행사와 신주의 취득 후 거래의 결과만으로 과세할 수 없다고 한 것은 타당해 보인다.
한편, 구 상증세법 제35조 제2항 및 제42조 제1항의 입법 취지는 거래당사자가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이익을 사실상 무상으로 이전하는 경우에 거래상대방이 얻은 이익에 대하여 증여세를 과세함으로써 변칙적인 증여행위에 대처하고 과세의 공평을 도모하려는 데에 있다.
그런데 특수관계가 없는 자 사이의 거래에서는 이해관계가 서로 일치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고 자신이 쉽게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포기하면서 거래상대방으로 하여금 증여이익을 얻도록 하는 것은 이례적이라 할수 있다.
그 때문에 구 상증세법 제35조 제2항과 제42조 제3항은 특수관계인 사이의 거래와 달리 특수관계가 없는 자 사이의 거래에 대해서는 ‘거래의 관행상 정당한 사유가 없을 것’이라는 과세요건을 추가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특수관계가 없는 자 사이의 거래를 통해 거래상대방이 이익을 얻는 결과가 발생하더라도, 거래당사자가 객관적 교환가치를 적절히 반영하여 거래를 한다고 믿을 만한 합리적인 사유가 있거나 그러한 거래조건으로 거래를 하는 것이 합리적인 경제인의 관점에서 정상적이라고 볼 수 있는 사유가 있었던 경우에는 구 상증세법 제35조 제2항과 제42조 제3항에서 말하는 ‘거래의 관행상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규정들을 근거로 증여세를 과세할 수 없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13. 8. 23. 선고 2013두5081 판결, 대법원 2015. 2. 12. 선고 2013두24495 판결 등 참조).
위 사건에서 과세관청은 원고의 신주인수권증권의 행사와 신주의 취득 등이 합리적인 경제인의 관점에서 정상적이라고 볼 수 없다는 점을 입증하지 못한 것으로 보이므로 대법원의 결론은 타당한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신주인수권부사채 거래가 증여세과세 대상인가하는 점은 거래당사자가 객관적 교환가치를 적절히 반영하여 거래를 한다고 믿을 만한 합리적인 사유가 있었는가 또는 그러한 거래조건으로 거래를 하는 것이 합리적인 경제인의 관점에서 정상적이라고 볼 수 있는가에 따라 결정된다 하겠다.
[프로필] 김용주 법무법인 (유한) 서울센트럴 변호사
• 사단법인 한국프로스포츠협회 감사 • 대한배구협회 스포츠공정위원
• 법률신문 판례해설위원
• 전) 서울특별시 성동구·마포구 법률고문변호사
• 고려대학교 대학원 석사과정 수료(행정법전공)
• The University of British Columbia, School of Law(Visiting Scholar in Tax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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