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김용주변호사) 1. 사안의 개요
1971년경 설립된 국내회사 B는 b 등에 몰드 플럭스를 납품하는 회사로, 원고와 그 특수관계인이 발행주식의 50%를 보유하고 있다. C는 1995년경 원고의 자금을 받아 자신이 1인 주주로 있는 홍콩 소재 무역회사 D 명의로 E를 설립하였고, 이후 E는 B사에 광물가공원료를 납품하여 왔다.
F는 2002년 1월 11일 명목회사 전문관리회사인 G와 H를 주주로 하여 홍콩에 설립된 명목회사이다. C는 2002년경 F에 D가 보유한 E의 주식 전부를 이전하였다. B는 2002년 9월 30일 F로부터 E의 주식 중 61.4%를 미화 120만 달러에 매수하되, E의 제철용품 제조 공장 부문을 분할·인수하여 B사를 설립하는 내용의 회사 분할 및 주식 매매계약을 체결하였다.
이에 따라 B사는 F에 120만 달러를 송금하였고, F는 2004년경 위 돈을 재원으로 하여 K를 설립하였다. B사는 2007년 9월 30일 F로부터 나머지 E 주식 중 31.6%를 145만 달러에 매수하는 내용의 주식 매매계약을 체결하였다(‘이 사건 매매계약’).
이에 따라 B는 2007년 11월 2일경 F에 145만 달러를 송금하였고, F는 2008년경 위 돈을 재원으로 하여 K의 유상증자에 참여하였다. S는 2008년경 G 및 H을 주주로 하여 홍콩에 설립되었고, F는 2009년 해산 및 청산하면서 잔여재산인 K 주식은 S로 이전되었다.
C은 2010년 11월경 S의 유상증자에 참여하여 발행주식 중 99.98%를 보유한 주주가 되었다. 서울지방국세청장은 2015년경 C의 S 주식 취득자금의 출처 등에 대한 세무조사를 실시하였는데, 그 결과 원고가 명목회사인 F나 S를 통해 K를 실질적으로 소유하면서 S 등의 주식을 C에게 명의신탁한 것으로 보아, 상속세 및 증여세법의 명의신탁재산의 증여의제 규정에 따라 C에게 20억원의 상당의 증여세를 부과(원고를 연대납세의무자로 지정)하였고, C와 원고는 위 증여세를 납부하였다.
한편, 원고는 과세관청으로부터 “세무조사 결과 F가 2007년 11월 2일경 이 사건 매매계약에 따라 지급받은 145만 달러에서 E 주식의 취득가액인 38만 6000달러를 공제한 106만 4000달러를 원화로 환산한 금액이 구 국제조세조정에 관한 법률 제17조에 따라 F의 2007 사업연도의 배당 가능한 유보소득(‘이 사건 간주배당소득’)으로 원고가 배당받은 것으로 간주되므로 이에 대한 종합소득세를 수정 신고·납부하라”는 권고를 받자, 2016년 1월 5일 영덕세무서장에게 2008년 귀속 종합소득세 및 가산세를 수정신고(‘이 사건 수정신고’) 및 납부하였다.
2. 관련 규정 및 법리, 이 사건의 쟁점
구 국세기본법(2008. 12. 26. 법률 제926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6조의2 제1항은 국세의 부과제척기간을 5년으로 하면서(제3호), ‘납세자가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로써 국세를 포탈하거나 환급·공제받은 경우’에는 그 부과제척기간을 당해 국세를 부과할 수 있는 날부터 10년으로 연장하고 있다(제1호).
위 조항의 입법취지는 조세법률관계의 신속한 확정을 위하여 원칙적으로 국세 부과권의 제척기간을 5년으로 하면서도 국세에 관한 과세요건사실의 발견을 곤란하게 하거나 허위의 사실을 작출하는 등의 부정한 행위가 있는 경우에 과세관청으로서는 탈루신고임을 발견하기가 쉽지 아니하여 부과권의 행사를 기대하기가 어려우므로 당해 국세에 대한 부과제척기간을 10년으로 연장하는 데에 있다.
따라서 구 국세기본법 제26조의2 제1항 제1호의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라 함은 조세의 부과와 징수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하는 위계 기타 부정한 적극적인 행위를 말하고, 다른 어떤 행위를 수반함이 없이 단순히 세법상의 신고를 하지 아니하거나 허위의 신고를 함에 그치는 것은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
한편 명의를 위장하여 소득을 얻더라도 그것이 조세포탈과 관련이 없는 행위인 때에는 명의위장 사실만으로 구국세기본법 제26조의2 제1항 제1호의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으나, 그것이 누진세율 회피, 수입의 분산, 감면특례의 적용, 세금 납부를 하지 아니할 무자력자의 명의사용 등과 같이 명의위장이 조세회피의 목적에서 비롯되고 나아가 여기에 허위 매매계약서의 작성과 대금의 허위지급, 허위의 양도소득세 신고, 허위의 등기·등록, 허위의 회계장부 작성·비치 등과 같은 적극적인 행위까지 부가된다면 이는 조세의 부과와 징수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하는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에 해당한다(대법원 2013. 12. 12. 선고 2013두7667 판결 등 참조)할 수 있다.
이 사건의 쟁점은 1 원고의 주식 명의신탁행위가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에 해당하여 10년의 제척기간이 적용되는지 여부, 2 이 사건 수정신고가 당연 무효에 해당하는지 여부라 할 수 있다.
3. 법원의 판단
가. 서울고등법원은 아래와 같은 사유로 원고에게 이 사건 간주배당소득에 대한 조세포탈의 목적이 일부 있었던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피고가 주장하는 사정만으로는 원고가 C에 대한 명의위장 외에 적극적인 행위를 하였다고 인정하기 어려우므로 이 사건 간주배당소득에 관한 종합소득세에는 구 국세기본법 제26조의2 제1항 제1호에서 정한 10년의 제척기간이 아니라 같은 항 제3호에서 정한 5년의 제척기간이 적용되어야 한다고 판단하였다(서울고등법원 2019. 11. 20. 선고 2018나2038650 판결).
“1 원고는 C명의로 위장하여 E에 대한 지배권을 보유해 왔는데, 비록 E의 직접 주주가 D 또는 F였다고 하더라도, C가 D의 1인 주주 또는 명목회사인 F의 전문관리회사인 G 및 H와의 명의대여서비스계약의 당사자였던 이상, E에 대한 지배권은 대외적으로 C에게 속해 있고 원고는 C을 통하여 E에 대한 지배권을 유보하고 이를 행사하고 있었다고 보아야한다(위 명의대여서비스계약이 외부로 공개되지 않아 E에 대한 C의 대외적 지배권이 인정될 수 없다고 보더라도, 이는 C가 다시 G 및 H의 명의를 이용한 것일 뿐이어서 원고와 C 사이의 명의위장 관계에는 영향이 없다고 할 것이다).
이와 같이 원고가 C 명의로 E에 대한 지배권을 보유한 행위는 명의위장 그 자체에 불과하고, 이러한 명의위장만으로는 바로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를 인정할 수 없다. 2 원고가 F 명의의 해외금융계좌를 실질적으로 지배·관리하였다거나 F 명의의 해외금융계좌와 관련된 서류 등이 원고가 아닌 C명의로 작성되었다고 하더라도, 이는 명의위장의 결과 F가 E의 주주가 되고 C가 명의대여서비스계약의 당사자로 됨에 따라 통상적으로 뒤따르는 부수행위에 불과한 것이므로, 이러한 사정만으로 명의위장에 더하여 적극적인 부정행위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3 피고는, 원고가 F가 보유하고 있던 K의 주식을 또 다른 명목회사인 S에 전부 이전한 후 F를 해산한 것이 명의위장을 은폐하기 위한 적극적인 행위에 해당한다는 취지로도 주장하나, F의 해산 및 주식 이전은 2009년경에 이르러서야 발생한 일이므로 2007년 발생한 이 사건 배당간주소득과 관련하여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가 있었다는 근거로 삼을 수도 없다.”
서울고등법원은 위와 같이 이 사건에 적용될 부과제척기간은 5년이라고 판단한 뒤, 국세부과 제척기간이 만료되면 과세권자는 새로운 결정이나 증액경정결정은 물론 감액경정결정 등 어떠한 처분도 할 수 없게 되므로(대법원 1994. 8. 26. 선고 94다3667 판결 등 참조) 국세부과 제척기간 경과 후에 한 수정신고는 다른 구제수단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여 중대하고 명백한 하자로 인하여 당연무효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이에 서울고등법원은 이 사건 간주배당소득에 관한 종합소득세의 제척기간 기산일은 원고의 2008년 종합소득세 신고기한의 다음날인 2009년 6월 1일인바, 이 사건 수정 신고는 그로부터 5년이 지난 후인 2016년 1월 5일에 이루어진 것으로 그 하자가 중대하고 명백하여 무효에 해당하므로 이 사건 수정신고에 따라 수령한 세금은 부당이득으로 반환하여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대법원 역시 서울고등법원이 확정한 사실관계를 전제로 같은 법리를 적용하여 이 사건 간주배당소득에 관한 종합소득세에는 구 국세기본법 제26조의2 제1항 제1호에서 정한 10년의 제척기간이 아니라 같은 항 제3호에서 정한 5년의 제척기간이 적용되어야 한다고 판단하였다(대법원 2020. 8. 20. 2019다301623 판결).
4. 평 가
구체적인 사업수행을 위한 필요성도 없이 단순히 귀속주체를 은닉하기 위하여 비거주자인 제3자를 내세워 해외 명목회사를 설립하고 그 명목회사를 통해 주식을 취득하고 양도한 행위는 원칙적으로 조세포탈의 목적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이 사건은 명의수탁자명의로 주식양도대금을 받거나 명의수탁자 명의로 배당을 받은 것과 달리, 원고가 C 명의로 명목회사 전문관리회사와 명의대여서비스계약을 체결한 행위나 F가 보유하고 있던 K의 주식을 또 다른 명목회사인 S에 전부 이전한 후 F를 해산한 행위 등은 ‘사기 기타부정한 행위’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수 있어 보인다.
조세회피목적의 명의신탁과 그에 부수하는 행위 등이 은밀하게 이루어지고 있음에도 대법원은 적극적인 행위까지 부가되어야만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고 있으므로 입증책임이 있는 과세관청의 보다 치밀한 세무조사와 소송단계에서의 대응이 필요하다 하겠다.
[프로필] 김용주 법무법인 (유한) 서울센트럴 변호사
• 사단법인 한국프로스포츠협회 감사 • 대한배구협회 스포츠공정위원
• 법률신문 판례해설위원
• 전) 서울특별시 성동구·마포구 법률고문변호사
• 고려대학교 대학원 석사과정 수료(행정법전공)
• The University of British Columbia, School of Law(Visiting Scholar in Taxation
[조세금융신문(tf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