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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칼럼] 가족위험 관리수단으로써 가족신탁의 활용

(조세금융신문=오영표 변호사·법학박사) 회사에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위험을 진단하고 예방하는 ‘위험관리(Risk Management)’는 많이 들어본 단어이지만, ‘가족위험관리(Family Risk Management)’는 생소한 용어다.

 

가족위험은 가족이라는 공동체에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삶의 부정적 이벤트라 볼 수 있다. 본인이 치매에 걸리거나 이혼하거나 사별하는 것이 대표적인 가족위험이다.

 

자녀의 이혼, 건강악화, 조기사망도 있다. 자녀의 사업실패, 낭비, 도박, 재산관리능력 부족도 가족위험이다. 사별하거나 이혼 이후 재혼하는 것도 본인은 물론 자녀에게 가족위험이 될 수도 있다. 충분한 상속세 재원을 만들어 놓지 않아 상속인이 상속세를 못 내게 되는 것도 가족위험으로 볼 수 있다.

 

행복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가족위험관리’

 

왜 가족위험을 관리해야 하는가? 회사의 위험은 재산손실로 귀결되지만, 가족위험은 재산손실을 넘어 가족 분쟁이나 가족 해체로 이어질 수 있다. 가장 행복한 관계에서 불행한 관계로 결말나는 사례를 주변에서 많이 본다. 가족위험관리는 가장으로서 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일이며, 가족위험관리를 위한 세가지 인생숙제는 다음과 같다.

 

첫째, 자녀나 손자녀에게 ‘가족교육(Family Education)’을 체계적으로 시켜야 한다. 자녀나 손자녀가 물려받은 재산을 잘 유지하고 보존하기 위해 필요한 재무적 지식교육, 가족 분쟁을 일으키지 않고 화목하고 바람직하게 살도록 유도하는 가치상속, 가족의 중요한 사항 의사결정 절차와 방법을 교육해야 한다.

 

둘째, 가족후계자를 지정해야 한다. 가족의 다양한 사안에 대한 의사결정 과정에서 누구를 중심으로 의사결정해야 하는지를 미리 정해 놓아야 한다.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자녀를 미리 후계자로 정하고, 후계자를 중심으로 주요 가족 의사결정 경험을 미리 쌓아 놓아야 사후 후계자가 제대로 역할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자산승계계획을 자녀 세대와 손자녀 세대까지 수립해 놓을 필요가 있다. 자녀와 손자녀의 경제적 관념 또는 재산관리능력을 미리 검토하고 부족한 자녀나 손자녀를 위해 자산승계계획과 함께 가족신탁을 만들어 놓는 것이 좋다.

 

가족신탁이 활발하게 이용되는 영국이나 미국은 가족위험 관리 수단으로 가족신탁을 많이 활용한다. 예를 들어보면, 혈통신탁(Bloodline Trust)은 자녀의 이혼이나 조기사망으로 인해 생기는 여러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신탁이다.

 

예를 들어, 셰리와 마크 부부의 재산이 딸 신디에게 상속되었다가 신디가 조와 이혼을 하게 되면, 상속재산의 상당부분이 재산분할로 조의 소유가 된다. 그리고 조가오드리와 재혼해서 조지를 낳은 경우 셰리와 마크가 상속한 재산이 전혀 알지 못하는 오드리와 조지에게 넘어 간다.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미국 변호사들이 고안한 신탁이 바로 ‘혈통신탁’이다.

 

상속한 재산을 혈통에게 넘어가도록 하고, 사위나 며느리는 혼인 중에는 신탁수익을 사용해도 좋으나, 이혼하게 되면 상속재산에 대해 권리를 주장하지 못하게 하는 신탁이다. 혈통신탁은 며느리와 사위가 건강하고 아름다운 결혼생활을 유지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혼을 미연에 방지하고 혹시 이혼하더라도 재산을 보존할 수 있는 도구로 활용될 수 있다.

 

다른 가족신탁 사례는 ‘방탄신탁(Bulletproof Trust)’이다. 방탄신탁은 소위 철없는 ‘금수저’를 위해 미국법상 재산보호장치를 모두 결합하여 자녀나 손자녀에게 상속하는 가족신탁이다.

 

미국법과 우리나라법은 많은 차이가 있어서 재산보호장치 전부를 적용할 수는 없겠지만, 가족신탁 설계 과정에서 활용할 만한 보호장치는 다음과 같다. 부부별산제를 취하고 있고 이혼 시에는 공동형성한 재산만을 분할할 수 있는 우리 민법 법리상 상속증여한 재산을 신탁으로 보존한다면, 금전이 혼장되어 나중에 공동형성재산과 섞이게 되는 문제를 예방할 수 있어서 ‘부부재산혼장위험 방지 조항(Joint Tenancy Protection)’과 ‘이혼 시 재산보존조항(Divorce Protection)’도 완전하지 않지만 어느 정도 활용가능한 장치로 판단된다.

 

‘혈통재산 보존장치(bloodline protection)’도 자녀가 먼저 사망하는 대습상속의 경우를 제외하면 가능한 수단이다. 자녀나 손자녀의 나쁜 행동이나 습관이 있을 경우 수익권 비율을 감액하는 방식으로 ‘나쁜 행동 방지조항(Bad Habit Protection)’도 활용될 수 있다.

 

그리고 ‘손자 이후 세대 보존조항(Protection For Grandchildren and Beyond)’도 유류분 제도를 제외하면 일정 부분 작동가능한 장치이다.

 

다양한 유형의 가족신탁

 

고령사회에 접어든 우리나라도 이제 가족신탁을 활용하여 가족위험관리를 시작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2011년 고령사회 문제 해결을 위해 신탁법을 전면 개정하였는데, 신탁법 제3조 제1항 제2호의 유언신탁, 신탁법 제59조의 유언대용신탁과 신탁법 제60조의 수익자연속신탁을 규정함으로써 가족신탁을 도입하였다. 가족신탁은 다양한 유형으로 분류할 수 있는데, 우리 민법의 개념을 기준으로 증여신탁, 상속신탁, 후견신탁으로 구분해 보는 것이 가장 이해가 쉽다.

 

상속신탁은 상속계획 수립 및 이행을 수탁자에게 맡기는 신탁이다. 상속형 신탁은 설계 구조에 따라 다양한 목적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위탁자사후 반려동물의 돌봄에 필요한 금전을 신탁재산으로 반려동물을 돌볼 사람을 수익자로 하면 이른바 ‘펫신탁(Pet Trust)’으로 활용할 수 있다. 유언대용신탁 가입 후 유산기부목적으로 사후수익자를 공익단체에 기부하면 ‘공익목적 상속신탁’이 되는 것이다.

 

증여신탁은 법적에 명시되어 있지는 않지만, 민법의 부담부증여와 신탁계약을 결합한 구조의 신탁이다. 주로 증여자가 증여 후 증여재산에 대한 통제권을 행사하는 신탁을 말한다. 증여받은 후 부양의무를 불이행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활용된다는 점에서 증여신탁을 ‘불효자방지신탁’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수익권 증여방식을 활용하는 증여신탁도 있다. 이익수익과 원본수익을 분리해서 귀속시킴으로써 ‘이익수익’을 증여하는 ‘이익증여신탁’과 ‘원본수익’을 증여하는 ‘원본증여신탁’이 대표적인 수익권 증여신탁이다.

 

후견신탁은 민법상 후견제도의 부족한 점을 보완하기 위해 후견제도와 신탁을 결합한 신탁으로, 법정후견신탁과 임의후견신탁이 있다.

 

가족 사이에서 발생하는 복잡 다양한 가족위험을 진단하고 예방하기 위해 가족신탁을 고려해보는 것은 가족의 가장으로서 가족을 사랑하는 시니어의 현명한 선택일 것이다.

 

[프로필]오영표 신영증권 패밀리헤리티지 본부장
• 한국신탁학회 기획이사
• 한국증권법학회 기획이사
• 변호사, 법학박사
• 저서 《가족신탁 이론과 실무(조세통람, 202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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