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오영표 변호사·법학박사) 자녀 사이에 서로 후견인이 되겠다고 다투는 후견분쟁이 몇 년 전부터 언론에 자주 등장한다.
후견분쟁은 재벌이나 연예인뿐만 아니라 일반인의 일상 속에서도 자주 보게 된다. 후견인은 치매 등으로 사무처리능력 없는 피후견인의 신상을 보호하고 재산을 관리하는 일종의 ‘의무’ 사항임에도 불구하고 서로 후견인을 자청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부모의 재산에 대한 통제권을 후견인이 가지게 되므로, 후견분쟁은 본인이 후견인을 해야 부모의 재산을 안전하게 보전할 수 있다는 선의와 부모의 재산에 대한 후견인 본인의 개인적인 욕심이 결합되어 일어나는 사회현상으로 보인다.
후견분쟁 예방 방법은?
이러한 후견분쟁을 예방하는 방법이 없을까? 사무처리능력이 충분할 때 스스로 원하는 후견인을 미리 지정하는 방법은 없을까? 후견인이 혹시 재산을 임의로 사용하는 것을 막을 방법은 없을까? 가업을 승계하고 싶은데 자녀 사이가 좋지 않아 분명히 후견분쟁이 생길텐데 이를 예방하는 방법은 없을까?
이러한 의문은 일반인, 자산가, 기업 오너는 물론 자산관리업계 전문가들이 최근 많이 제시하는 궁금증인데, 우리 민법과 신탁법을 잘 활용하면 후견분쟁 예방은 물론 피후견인의 재산도 안전하게 보전하면서 상속·증여 계획을 수립하고 실천할 수도 있다.
2013년 7월 1일 시행된 개정 민법은 법정후견제도 이외에 임의후견제도를 도입하였다. 우리 민법은 질병, 장애, 노령, 그 밖의 사유로 인한 정신적 제약으로 사무를 처리할 능력이 부족한 상황에 있거나 부족하게 될 상황에 대비하여 자신의 재산관리 및 신상보호에 관한 사무의 전부 또는 일부를 다른 자에게 위탁하고 그 위탁사무에 관하여 대리권을 수여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후견계약’을 인정하고 있다.
사무처리능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가족·친족의 청구로 법원이 선임하는 법정후견인은 피후견인의 확인된 의사가 아니라 가족·친족의 신청에 의한 법원의 결정으로 선임된다는 점에서, 피후견인이 될 자가 건강할 때 ‘미리 지정하는 임의후견인’이 피후견인의 의사를 보다 더 존중할 수 있는 것임은 분명하다.
재산보호와 상속설계를 동시에 ‘임의후견신탁’
나아가 ‘후견계약’을 체결하면서 ‘유언대용신탁’을 동시에 체결하는 것을 임의후견신탁이라 한다. 임의후견신탁은 가장 완벽한 재산관리도구이다. 임의후견신탁은 피후견인의 재산보호와 상속설계를 동시에 가능하게 하는 신탁이다.
사무처리능력이 있을 때 미리 후견계약을 체결해서 ‘자신이 원하는 후견인’을 지정하고, 신탁계약을 체결하여 재산관리의 전문성을 보완하면서 혹시나 있을 수 있는 후견인의 부정행위도 통제할 수 있다. 그리고 법정후견인 선임 과정에서 가족 간 발생하는 분쟁도 예방할 수 있다.
금융기관인 신탁회사가 피후견인의 재산을 보존, 관리하기 때문에 후견인으로 선임된 자녀가 재산관리를 소홀히 하거나 유용할 위험이 신탁회사의 신탁관리를 통해 예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족 사이의 합의도 쉽게 도출할 수 있다.
임의후견신탁의 계약 내용은 법정후견신탁에 비하면 매우 유연성이 높다. 후견인의 재산관리 및 운용지시권도 다양하게 부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후견인에게 지급되는 보수도 미리정해놓을 수 있다. 법정후견신탁의 경우 매우 안정적인 방법으로만 재산을 운용하여야 하나, 임의후견신탁의 경우 법정후견신탁보다 훨씬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재산운용도 가능하다.
임의후견신탁은 바로 피후견인의 의사에 직접적인 기반을 둔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가정법원과 후견감독인의 통제를 일정 부분 받겠지만, 가정법원이나 후견감독인도 임의후견신탁계약을 존중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본인이 원하는 후견인을 미리 지정하고 재산은 신탁에 맡겨 보존, 관리하면서 상속계획을 수립하고 실천하는 문화가 정착된다면, 후견분쟁과 상속분쟁을 많이 줄일 뿐만 아니라 본인 사후 가족의 화목을 유지할 수 있다.
[프로필]오영표 신영증권 패밀리헤리티지 본부장
• 한국신탁학회 기획이사
• 한국증권법학회 기획이사
• 변호사, 법학박사
• 저서 《가족신탁 이론과 실무(조세통람, 202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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