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김용주 변호사) 1. 사안의 개요
주식회사 K는 2008. 6.경 외국법인 C사와 C사가 보유한 D호텔 주식회사 지분 100%에 대한 매매계약을 체결(이 사건 제1계약)하고 계약금 580억원을 지급하였다. K사는 2008. 9.경 C사와 당초 매매대금을 감액하고 매매대금 정산완료일을 같은 해 11.경까지로 변경하는 내용의 계약(이 사건 제2계약)을 체결하고 같은 해 10.경 계약금 10억원을 지급하였다. 원고는 2008.
11.경 이 사건 제2계약의 당사자 지위를 승계하였으나 매매대금 정산완료일까지 C사에 나머지 매매대금을 지급하지 못하였다.
한편 이 사건 제1계약서에는 계약금은 반환이 불가능하다는 취지의 규정이 있었고 이 사건 제2계약서에는 매수인의 채무불이행 시 계약금은 위약벌(Penalty)로 몰취한다(Forfeit)는 취지의 규정이 있었다. 서초세무서장은 이 사건 제1, 2계약에 따라 C사에 최종적으로 귀속된 각 계약금 합계 590억원이 C사의 국내원천소득 중 ‘계약의 해약으로 국내에서 지급하는 위약금’에 해당함에도 불구하고 원고가 C사로부터 법인세를 원천징수하여 납부하지 아니하였다는 이유로 2013. 8.경 원고에 대하여 2008 사업연도 법인세 147억 5000만원의 및 가산세 14억7500만원의 부과처분을 하였다.
2. 대법원 2019. 7. 4. 선고 2017두38645 판결
대법원은 “구 법인세법(2008. 12. 26. 법률 제926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93조 제11호 (나)목, 제98조 제1항, 구 법인세법 시행령(2010. 12. 30. 대통령령 제2257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32조 제10항의 문언, 원천징수제도의 취지와 목적 및 관련 규정의 체계 등을 종합하면, 재산권에 관한 매매계약에서 매수인이 외국법인인 매도인에게 국내에서 계약금을 지급하였다가 매매계약에서 정한 채무를 불이행함으로써 계약금을 위약금으로 하는 내용의 약정에 따라 계약금이 몰취된 경우, 매수인은 구 법인세법 제98조 제1항 제3호에 따라 외국법인의 국내원천소득인 위약금에 대한 법인세를 원천징수하여 납부할 의무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고 판단하면서 그 논거를 아래와 같이 들고 있다.
(1) 구 법인세법 제98조 제1항과 제93조 제11호 (나)목은 국내에서 지급하는 위약금 또는 배상금을 외국법인의 국내원천소득으로 보고 이를 법인세 원천징수대상으로 삼고 있을 뿐 그 지급 방법에 대하여 아무런 제한을 두지 않고 있고, 위약금 또는 배상금을 지급하는 때에 법인세를 현실적으로 원천징수할 수 있는 경우로 원천징수대상 범위를 한정하고 있지도 않다. 따라서 구 법인세법 제98조 제1항에 규정된 ‘지급’에는 외국법인에 대한 위약금 또는 배상금의 현실 제공뿐만 아니라 국내에서 지급한 계약금이 위약금 또는 배상금으로 몰취된 경우 등도 포함된다고 봄이 타당하다.
(2) 계약 당사자들은 위약금 또는 배상금의 지급 방법에 관하여 사전에 자유로이 약정할 수 있고, 마찬가지로 일방 당사자가 상대방에 대하여 위약금 또는 배상금을 지급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원천징수에 관하여도 사전에 자유로이 약정할 수 있다. 그럼에도 매도인인 외국법인에 지급된 계약금이 추후 위약금 또는 배상금으로 몰취된 경우 아무런 근거규정 없이 매수인에게 원천징수의무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해석한다면 당사자들 간 약정에 따라 외국법인의 국내원천소득에 대한 법인세의 징수가 불가능해지는 불합리한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
(3) 계약금을 몰취당한 매수인으로서는 당사자 간 조세 부담에 관한 약정 등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국가에 원천징수세액을 납부한 다음 외국법인에 대하여 위약금으로 몰취된 계약금 중 법인세 원천징수 부분에 대한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다(대법원 2008. 9. 18. 선고 2006다49789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16. 6. 9. 선고 2014다82491 판결 참조). |
3. 평 가
구 법인세법 제93조 제11호 (나)목은 ‘국내에서 지급하는 위약금 또는 배상금으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소득’을 외국법인의 국내원천소득 중 하나로 규정하고, 구 법인세법 시행령 제132조 제10항은 법 제93조 제11호 (나)목에서 말하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소득’이란 ‘재산권에 관한 계약의 위약 또는 해약으로 인하여 지급받는 손해배상으로서 그 명목 여하에 불구하고 본래의 계약내용이 되는 지급 자체에 대한 손해를 넘어 배상받는 금전 또는 기타 물품의 가액을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위 조항의 취지는, 재산권에 관한 계약의 위약 또는 해약으로 인하여 국내에서 지급받는 외국법인의 위약금과 배상금이 계약상대방의 채무불이행 등으로 인하여 발생한 재산의 실제 감소액에 대한 배상으로서 순자산의 증가가 없는 경우에는 ‘본래의 계약내용이 되는 지급 자체에 대한 손해’에 해당하여 이를 기타소득으로 볼 수 없지만, 이를 초과하여 위약금과 배상금을 지급받았다면 이는 손해의 전보를 넘어 새로운 수입이나 소득을 발생시키기 때문에 외국법인의 국내원천소득인 기타소득에 해당하므로 과세대상이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외국법인이 계약의 위약 또는 해약으로 인하여 국내에서 위약금 또는 배상금 명목의 돈을 지급받았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계약과 관련하여 순자산의 감소를 일으키는 현실적인 손해에 대한 전보 범위 내라면 이는 위 조항에서 말하는 ‘본래의 계약내용이 되는 지급자체에 대한 손해를 넘어 배상받는 금전’에 해당하지 않는다 할 것이다(대법원 2019. 4. 23. 선고 2017두48482 판결 참조).
대법원은 이와 같은 전제에서 한국수출입은행이 선박건조계약에 따라 국내조선사가 외국선주사로부터 선수금으로 수령한 선박대금 등의 환급채무를 보증하는 계약을 체결하였다가 선박건조계약이 해제됨에 따라 외국선주사에 선수금 및 그 이자를 지급하자, 과세관청이 선수금이자가 구 법인세법에 따른 기타소득으로서 외국법인의 국내원천소득에 해당하는데도 한국수출입은행이 이에 대한 원천징수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한국수출입은행에 해당 사업연도 원천징수 법인세 등을 징수·부과하는 처분을 한 사안에서, 제반 사정에 비추어 선수금이자는 외국선주사가 실제로 입은 손해를 넘는 금액에 대한 손해배상금이 아니라 실제로 발생한 순자산 감소를 회복시키는 손해배상금이라고 판단한 바 있다(위 대법원 판례 참조).
그런데 이 사건은 계약이 해제됨에 따라 위약금 등을 현실적으로 지급한 것이 아니라 당사자 약정에 따라 기 지급한 계약금이 위약금 또는 배상금으로 몰취되는 경우인데, 이러한 경우까지 매수인에게 원천징수의무가 있다고 보아야 하는지가 문제되었다. 계약이 해제된 후 위약금을 지급하는 것과는 달리, 매수인이 계약을 체결하면서 계약위반을 예정하고 계약금이 위약금 또는 배상금으로 대체되는 경우를 대비해 계약금 중 일부의 지급을 유보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생각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 사건과 같은 매수인, 특히 원고와 같은 매수인의 지위를 나중에 승계한 자는 계약금 중 일부를 원천징수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도 없어 보인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위 (2), (3)논거와 같이 당사자간 위약금 또는 배상금의 지급 방법, 원천징수방법에 대해 자유로이 약정할 수 있고, 계약금을 몰취당한 당사자가 먼저 국가에 법인세를 납부하고 상대방측에게 구상권을 행사하면 족하다고 한다. 그러나 계약초기 계약금을 지급하면서 계약위반을 전제하여 원천징수방법을 합의한다는 것은 현실성이 없다.
또 이와 같은 약정을 요구하는 것은 국세를 징수하여 납부할 의무를 부담할 뿐 본래의 납세의무자가 아닌 자에게 지나치게 과중한 부담을 지우거나 매수인에게 계약체결을 위한 여러 현실적인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하기 어렵게 만들 수도 있어 보인다. 물론 대법원의 (1)논거와 같이 법인세법령은 원천징수대상에 대해 제한을 두고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과세편의와 세수확보차원만을 지나치게 강조할 것이 아니라, 계약체결의 현실, 계약금이 위약금·배상금으로 대체되는 경우 원천징수의무가 성립하지 않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는 소득세법의 규정과 그 취지, 매수인의 법적안정성과 예측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법인세법령상 원천징수대상을 합리적인 범위내로 제한하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
[프로필] 김용주 법무법인 (유한) 서울센트럴 변호사
• 사단법인 한국프로스포츠협회 감사 • 대한배구협회 스포츠공정위원
• 법률신문 판례해설위원
• 전) 서울특별시 성동구·마포구 법률고문변호사
• 고려대학교 대학원 석사과정 수료(행정법전공)
• The University of British Columbia, School of Law(Visiting Scholar in Taxation
[조세금융신문(tf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